저번 칼럼에서 연준이 ‘토큰 이코노미’를 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사실 토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이 생기고나서 생긴 개념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토큰 이코노미’는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는 ‘이코노미’와 뜻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기존 경제시장을 움직이는 강력한 인센티브는 이윤이죠. 그 인센티브를 단순히 토큰으로만 바꾼 것입니다. 연준은 그 토큰 이코노미를 달러를 중심으로 전개한 것이고요.
하여튼 연준의 토큰 이코노미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엔론 사태나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경제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돈을 풀었지만, 이는 월가 투자은행들의 탐욕을 자극했고, 특히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부동산 시장에 모든 자금들이 몰리게 되면서 버블이 생겼습니다. 지나치게 대출조건을 완화한 것에 대한 대가로 은행들은 파산을 당하기 시작했죠.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기존에 대출자격이 없던 신용 불량자에게도 쉽게 쉽게 대출을 해주었으니 인과응보였죠.
경기를 살리겠다고 시작된 연준의 토큰 이코노미는 1930 경제 대공황 이후로 가장 힘들었다는 2008년 모기지 사태를 야기하게 됩니다. 실패한 것이죠. 물론, 연준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은 2008년 모기지 사태를 신 자유주의의 몰락으로 프레이밍 하지만요.
반-월가 운동의 시작을 알린 미국의 하원의원.
모두가 신-자유주의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이러한 경제적 파국을 몰고왔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했습니다. 이미 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서 여러 언론 매체에 2008년 모기지 사태가 “시장실패”라고 프레이밍 하고있었고, 대중들은 그 사실이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케인지언의 이러한 논리를 반박할 인사로 나선 인물은 바로 론 폴(Ron Paul)하원의원 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무려 20년간 하원의원을 지냈고, 무려 30년동안 연준의 무책임한 통화정책과 연방 정부의 방만한 재정치출을 일관되게 비판한 그는 당시에 대중들에게 메시지들을 전달할 창구를 찾다가, 대통령 선거를 그 창구로 결정하게 됩니다.
론 폴 하원의원은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연방준비제도의 초-저금리 정책에 대한 사실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게 되는데, 그의 메시지는 특히나 20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2009년엔 End The Fed 라는 책을 출판하고, 이 책은 큰 흥행을 하게됩니다. 결국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중앙은행의 문제점에 대해서 폭로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재밌게도 론 폴 하원의원이 End The Fed라는 책을 낸 시점이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론 폴 하원의원이 사토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비트코인과 반-연준 또는 반-월가 운동의 모멘텀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메세지에서 무브먼트로.
이 노령의 하원의원이 대중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전국적인 무브먼트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연준앞에 모인 미국인들은 다 제각기 다른 정치 성향과, 집안 배경, 인종을 가지고 있었죠. 진보와 보수, 흑인과 백인, 남자와 여자. 다양한 사람들이 연준을 끝내자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뭉쳤습니다. 이들의 행보는 언론들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연준이 만들어진지 약 100년만에 미국 대중들은 연준의 비밀에 대해서 하나 둘 알게됩니다.
미국의 행정부, 국회, 심지어 연방 대법원까지 연준을 감시할 수 없다는 사실. 연준은 정부의 독점권이 부여된 민간 은행이라는 사실. 그 연준의 주주들이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같은 거대 은행들이라는 사실들이 사회에 드러나면서 대중들은 연준에 대해서 분노하게 됩니다.
이 거대한 무브먼트는 두 갈래로 나뉘게 되는데요. 연준 앞에서 진행되는 연준을 끝내자 운동과 월가에서 일어났던 월가 점령 운동이 바로 이 갈래들 입니다. 보수 진영에선 론 폴(Ron Paul)과 그의 아들 랜드 폴(Rand Paul)을 필두로 반-연준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진보 진영에선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앨랜 그래이슨(Alan Grayson)이 반-연준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대중의 인식 변화는 분명히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죠. 결국 기득권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화폐 에 대한 수요는 모이고 모여서 한곳에 모이게 됩니다. 바로 비트코인 이라는 곳으로 말이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에 담긴 내용입니다. 런던 타임즈 제 1면에 실린 헤드라인 이기도 합니다.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재무장관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죠. 이 메시지만 보더라도 비트코인은 현존하는 통화시스템에 대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이전에도 다양한 e-cash들이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이전에 있었던 e-cash들과 달리 이중지불을 방지할 수 있고, 모든 참여자들을 익명화 하였으며, 거래가 P2P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중앙 기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이 매우 달랐습니다.
비트코인이 나온 타이밍도 절묘했습니다. 2008년 모기지 사태 이후, 연준의 실체에 대해서 알게된 대중들은 연준의 성격과 정확하게 반대 성격을 가진 화폐를 찾기 시작했고, 비트코인은 이러한 니즈를 충족해주는 화폐임이 분명했습니다. 연준은 대통령은 물론이고 상-하원의원들도 들여다보지 못하는 반면, 비트코인의 거래기록은 투명하게 기록되고, 발행량이 무제한인 불환지폐와 다르게, 비트코인은 2100만개의 제한적인 수량을 가지고 있었고, 발행 주체가 독점적인 달러와는 다르게, 비트코인은 누구나 해시 암호를 풀어서 먼저 블록을 생성한다면 비트코인을 발행할 수 있었죠.
비트코인이 처음부터 화폐로써 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일종의 의미있는 기념품 정도였죠. 당시엔 1BTC가 1원도 안하던 시절이었으니 그럴만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비트코인을 채굴을 통해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얻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고, 그들은 New Liberty Standard라는 웹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하게 됩니다. 이들이 처음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을 측정한 기준은,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력의 비용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 10,000BTC가 피자 두 판과 교환이 되면서, 처음으로 교환의 매개 역할을 하게되었죠. 이는 굉장히 큰 이벤트였죠. 중앙은행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개인이 만든 화폐가 시장의 재화를 교환한 사건이니 말입니다.
맨 처음엔 1BTC에 1원도 안했지만, 그 가격은 점차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비트코인의 자유주의적 특성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따라 수요도 늘었고 주로 정부의 눈을 피해야하는 거래들을 성사시키는 교환의 매개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크립토 펑크들은 비트코인이 자생적으로 달러의 패권을 무너트리는 꿈을 꾸며 비트코인의 사용처를 늘려갈 계획을 하게되고, 금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비트코인을 보며 금본위제주의자인 오스트리아 학파의 일원들도 비트코인 캠페인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정말로 비트코인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서 세계의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요?
다음주에는 비트코인의 상용화 시도와 한계, 그리고 비트코인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등장에 대해서 다루어볼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othbardianism
참고문헌
-[COSINT] 사토시의 잠언 - 1: 시작과 이유-COSINT
-오스트리아 학파의 역사와 접근법 마지막편: 주류를 위협하는 비주류, 세계로 뻗어나가는 오스트리아 학파(Feat. 댄 라리머).
킵잇 화폐의 역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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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T History: 저금리 정책과 버블, 그리고 모기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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