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Column : 블록체인이 어떻게 인신매매를 줄일 수 있을까?

in coinkorea •  7 years ago  (edited)



KEEP!T Column


147 Million Worry About Their Identities, One Billion Have None

지난 9월 미 신용평가기관인 Equifax가 해킹당하면서 1억 4,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습니다. 비단 Equifax 뿐만 아니라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은 빈번하게 있어왔고 최근에는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감정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밝혀져 우리들은 넘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나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될까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시간,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개인에 대한 정보가 아예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고통받는 10억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신원인증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첫 응용사례로 비트코인(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 세상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흔히들 블록체인을 생각하면 새로운 금융 기술이나 시스템을 떠올리십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본질은 '장부(ledger)의 기록'입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서로가 주고 받은 BTC의 기록을 담은 장부가 블록체인이죠. 이런 점에서 살펴볼 때 블록체인의 응용 사례는 단순 금융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훨씬 넓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중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신원인증 분야인데요, 지난 번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에스토니아의 의료 정보 사례와 같이 개인의 과거 수술 경험이나 혈액형 등의 의료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될 수도 있습니다(혹은 그 기록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값을 블록체인에 기록해둘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인식별번호를 받아 의료정보, 금융기록, 범죄기록, 가족관계 등의 정보가 연결된다면 지금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출생신고를 하면서 신고되었던 주민등록번호라는 개인식별번호/법적신원정보를 전세계의 11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비용, 인프라의 부재, 정부기관의 신뢰 등의 다양한 문제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ID 부재의 문제

등록되지 않아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납치되어 착취당해도 정부 기관에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특히 인신매매조직의 타겟이 되곤 하는데요,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피해자가 됩니다. 범죄조직들은 신분증을 위조하여 만든 다음 국경 너머로 이송하고, 이렇게 납치된 사람들은 사창가로 팔려나가거나 노예로 착취당하고, 심하면 장기 적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팔려가기도 합니다.
8살에 납치되어 인도의 사창가에 팔린 미나의 경우 십수년간을 성노예로 고통받으며 살다가 결국 탈출하였지만, 그 기간에 낳은 두 아이를 되찾아 오려고 해도 출생기록이나 증빙이 될 만한 서류가 없어서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미나를 납치한 그 조직은 아이들을 장기 밀매하는 조직에 팔아버리려고 했었죠. 16살의 어린 나이에 터키의 사창가로 팔려간 나타샤의 경우 20살로 위조된 신분증 때문에 오히려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되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UN 여성기구에 따르면 약 70%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여성과 아이들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성인 남자들도 무관한 것은 아닙니다. 리비아에서는 1,200 달러에 농장에서 일할 노예를 구입할 수 있는 '현대판 노예시장'이 열리고 있고(기사)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몰도바에서는 삶과 꿈을 찾아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을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미끼로 끌어들여 노예로 팔아넘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이렇듯 신분에 대한 증명을 할 수가 없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약 2억 3천만 명의 5세 미만 유아들은 출생에 대한 기록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UNICEF, 2016) 11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신원을 증빙할 수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세계은행, 2018). 이에 대한 심각성을 잘 알고 있기에 UN SDG(지속가능발전목표) 16.9에서는 2030년까지 모든 사람에게 출생 등록을 포함한 법적 지위 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후속 의제로서, MDGs의 가시적인 성과가 크지 않았음은 물론 원조감소 추세에 따라 유엔에서는 새천년개발목표라는 공동의 목표를 통해 전 세계가 빈곤 종식을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촉구하고자 설정한 발전 계획을 말한다

WIN(World Identity Network)

신분에 대한 증빙과 기록은 모두가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생체인식과 분산 원장 기술의 발전 등과 같이 필요한 기반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점점 더 불가능해보였던 목표에 한발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WIN(World Identity Network)는 UN 산하기관들과 민간 기업, 학술 기관, 정부 및 비정부 기관들을 비롯한 다양한 단체들과 협업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인신 매매 근절을 위한 파일럿 활동인 "Blockchain for Humanity"를 시작하였습니다.
신원 조회를 할 수 있는 제대로된 수단만 갖춰줘도 많은 부분들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인신매매 조직의 경우 신분증을 위조하고 빼앗아버려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기 때문이죠. 올바른 신원조회가 가능하다면 납치한 사람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거나 먼거리를 이동하기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추후 피해사실을 발견하고 추적과 예방 뿐만 아니라 추후 구조된 후 원래의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일도 훨씬 용이하게 이루어지죠. 더 나아가 범국가적인 신원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갖가지 데이터를 분석하여 범죄 조직을 추적하거나 납치를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이 누구고, 부모가 누구고, 고향이 어디고, 나이가 몇인지 정도의 기본적인 정보만 기록하고 조회할 수 있다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유아 납치는 다방면에서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 중심에는 디지털 신원인증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생체인증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여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기록된 신원인증의 경우 1) 비밀번호나 신분증처럼 타인이 갈취해갈 수 없어야 하기 때문에 홍채, 지문, 음성인식과 같은 생체정보를 이용한 인식이 필요하고 2) 신원정보가 기록된 데이터베이스가 범국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뇌물을 주고 간단하게 기록을 조작할 수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죠. 이전에 언급한 16살 나타샤의 경우 위조된 신분증으로 인해 현지 경찰은 나타샤가 20살 성인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범죄자인지, 아니면 실제로 납치당한 피해자인지 판단할 자료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현지의 NGO 단체나 구호단체가 구조해주기도 굉장히 어려웠죠. 만약에 나타샤의 출생기록이 세계 어디서든 조회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데이터베이스에 있었다면, 그리고 그 기록을 나타샤의 홍채나 지문을 통해서 정말 나타샤의 기록이라는 것을 인증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겁니다. WIN에서는 블록체인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을 보고 방안들을 연구 중입니다. 인신 매매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몰도바나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자 협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당장 내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솔루션들이 앞으로 나타샤와 같은 아이들이 받을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그 가능성에 대해 들여다보고 노력할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한국에서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관심은 지난 1년간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이러한 관심들이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곳에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Technology itself is not a silver bullet, nor the single answer to the humanitarian challenges we face. But it can act as a catalyst and provide the platform and incentives for collaboration.
- Dr. Mariana Dahan, Co-founder and CEO of World Identity Network(WIN)

DJ




참고자료


[Forbes] 147 Million Worry About Their Identities, One Billion Have None (https://www.forbes.com/sites/dantedisparte/2018/03/08/147-million-worry-about-their-identities-one-billion-have-none/#2b52c0b21857)
Humanitarian Blockchain Summit (https://www.fordham.edu/info/27346/humanitarian_blockchain_summit)
World Identity Network(WIN)(https://win.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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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writing.......Best post(Keepit)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