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소바에 담긴 비극적 역사?

in coinkorea •  7 years ago 

어린 시절 동네에 국수공장이 있었다. 빨랫줄 같은 곳에 국수가 매달려 있었다. 햇볕에 말리던 국수는 마치 과자 같았다. 엄마는 국수공장 옆을 지날 때면, 주인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국수를 한 가닥 잘라서는 간식인 양 내게 주었다. 마른 국수는 밀가루의 텁텁함이 약간 남아 있었고 짭짤했으며,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혔다. 그때 내게 국수란 그저 그런 것이었다.

국수 또는 면 요리에 빠진 건 다 자라서였다. 일본에서 신세계를 만났다. 엄청나게 치대서 만드는 반죽과 적절한 숙성, 그리고 기묘한 탄성은 면이란 이렇다는 걸 보여주는 교범 같았다. 일본은 면 요리의 최강자였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맛본 면은 실망만 안겨주었다.

일본의 면에 대해 가졌던 경외감은 오키나와에서 깨졌다. 소바라는 이름을 쓰면서 메밀이 아닌 평범한 밀가루 면이라는 점도 특이했지만, 충격은 면을 집었을 때 시작됐다.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자 툭툭 끊어졌다. 면발을 튕겼을 때 백만 서른 한 번의 탄력까지 기대한 건 아니지만, 처음 본 오키나와 소바의 면발은 한국인이라고 일부러 설익은 면을 내온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낯설었다. 면의 나라 일본에서 이런 국수가 특산으로 불리고 널리 소비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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