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빨아도 빨아도 시커먼 넌 걸레다
다 떨어져 너덜너덜하지만
다 닳을 때가지 더러운 것을 딱아주는
너의 착함은 어디서 오는지
걸레는 버려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해 재 쓰임을 다하는
너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더러운 곳 닦고 나면
자기 몸에 혹 더러움 묻을까
천리만리 구석지고 외진 곳으로
팽겨쳐지는 너
그맘 알아주는 이 참으로 더물다
자기 몸으로 남의 더러운 곳을
딱아주기가 그리 쉬운가
더러운 것을 딱아주니 걸레는
참으로 착하다
남과 싸울때
"걸레 같은 자식"이라 욕하지 마라
넌 말 한마디 따뜻하게
남의 아픔을 감싸준 적은 있더냐
"더러운놈"하며 빈정되지 마라
너는 살면서 자기 몸으로 남의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딱아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
보이는 곳은 빤들빤들 광내놓고
너를 구석에 내팽개치는 건
“위선”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
남과 대립된 내가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고 산다
남과 같이 보폭을 맞추고
남과 같은 결과를 얻으려 하며
"나다움의 가치"를
잃고 사는 건 아닌지
나를 낮추고
나를 버리는
“걸레의 그런 착함”을 되새겨 봅니다
출처/노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