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patiAll contenthive-129948hive-196917krzzanhive-183959steemhive-185836hive-150122hive-180932photographyhive-101145hive-166405hive-183397hive-144064uncommonlabhive-188619hive-184714krsuccessbitcoinhive-145157hive-103599hive-193637hive-179660hive-193186hive-180301TrendingNewHotLikersyunta (59)in krsuccess • 3 days ago묻은아주 가끔, 글의 의도를 훼손하는 댓글이 묻는다. 그런 댓글 대부분은, 아니 전부가, 자신이 ‘지식’이 많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 목적이다. ‘지식’에 따옴표를 친 이유는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뭔가를 공부하거나 경험을 쌓아 얻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가 아니라 ‘기계적인 지식’이다. 지식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이 많음’을…yunta (59)in krsuccess • 4 days ago클래식한“매우 클래식한 오아시스나 너바나의 음악이 흐르고” 얼마 전 한 소설을 읽다가 이 문장을 만났다. ‘매우 클래식한’이라는 형용形容이 눈에 쑥 들어왔다. 묘했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묘사였다. 오아시스가 비틀스의 감성을 오랜만에 재현해서 클래식하다고 한 걸까. 메탈이 점령한 시대에 난데없이 6~70년대의 클래식한 록음악 스타일을…yunta (59)in krsuccess • 5 days ago낯선박완서의 소설을 읽다가 낯선 단어 하나가 나왔다. 분명 기억 저편 오래된 서랍 한 구석에 저장되어 있는 단어이긴 했지만, 사용해 본 지, 접해 본 지 너무 오래된 단어라 정확한 뜻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 ‘물질’이 그렇게 더럽거나 ‘위험’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바로 사전을 검색했다. (‘뒤졌다’가 아니라 ‘검색했다’라고 쓰면서 세상이 변했다는…yunta (59)in krsuccess • 6 days ago아침 출근길아침 출근 시간이었다. 이 길은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탈 수 없는 (끌고 갈 수는 있는) 보행 전용 산책로다. 아침에 걷기 운동할 겸 이 길을 거쳐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길을 걷는 삼십 분 동안 종이책을 읽으며 걸어가는 사람을 두 명이나 보았다. 휴대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들이야 흔하지만 종이책이라니. 그것도…yunta (59)in krsuccess • 9 days ago암으로전쟁 영화 하나를 봤다. 적들을 통쾌하게 무찔러 승리를 거두는 그런 액션 영화는 아니다. 요즘에는 그런 뻔한 전쟁 영화는 보기 힘들다. 다행이다. 적들이 떼로 몰려오고 전황은 불리하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살아나가기는 힘들 것 같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한 젊은 병사가 크게 부상당한 동료를 부축하며, 그에게 용기를 북돋으며, 여기서 포기하지 말라며…yunta (59)in krsuccess • 10 days ago순전히너무나도 순수하고 완전하게 즐거워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려 나온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던 적이 언제였을까. 까마득한 안개처럼 희뿌연 기억 속을 헤집어 억지로 그날을 떠올렸다. 분명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여전히 ‘초등학교’라는 단어는 어색하다.) 오렌지빛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지던 화창한 봄날이었다. 하지만 건조한 공기…yunta (59)in krsuccess • 15 days ago연약한와인잔을 여러 번 깨트렸다. 한 번은 와인잔 속에 손가락 세 개를 넣고 수세미로 닦다가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벌어진 모양이다. 그 작은 힘에 ‘쩍’ 소리와 함께 와인잔이 깨졌다. 다행히 손은 다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와인잔이 좀 ‘무섭다’. 연약해서 무섭다. 실은 연약한 건 약하지 않다. 나의 빈약한 손힘만으로도 가볍게 와인잔을 깰 수는 있지만…yunta (59)in krsuccess • 22 days ago위로출근 시간대의 도로는 여전히 막혔다. 갓 솟아오른 겨울 아침의 태양도 어제처럼 뿌연 오렌지빛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바라본 차창밖의 모습은 변함없이 평범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평범한 일상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더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몇 시간 전의 일이 현실이 아니라 지독하게 생생한 악몽 같았다. 다행히 ‘그 사건’이 해제되고 나서 오늘 수업…yunta (59)in krsuccess • last month상관없지 않은20일 넘게 책을 읽을 수 없었다. 당연히 글도 쓸 수 없었다. 십 년 동안 매일 짧게라도 글을 썼다. 내 글이 너무나 하찮아서 세상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느껴지더라도 그저 습관처럼 꾸준히 글을 썼다. 물론 그런 글은 나만 볼 수 있도록 책상 한편에 묻어 두었다. 그 사건은 십 년 동안의 습관을 잠깐 멈추게 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긴 문장많은 수의 사람들이 두세 명으로 무리 지어 재잘거리고 즐거워하고 혹은 기대감에 찬 조용한 미소를 짓거나 일부는 짐짓 꾸며낸 듯한 관심 없다는 표정, 비록 어쩔 수 없어서 이 영화를 보러 오기는 했으나 자신은 이것보다는 좀 더 수준 높은 영화만을 즐겨 보며 이따위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단지 약간의 돈과 시간만을 낼 뿐 자신의 값비싼 진지함은 결코 지불하지…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기억 한구석중. 박완서. 헉 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천개사 포교원이라는 간판과 함께 빨랫줄에서 나부끼는 어머니의 스웨터를 보았다. 영주는 멎을 것 같은 숨을 헐떡이며 그 집 앞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루 천장의 연등과 금빛 부처가 그 집이 절이라는 걸 나타내고 있었다. 그밖엔 시골의 살림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 부처님 앞, 연등 아래 널찍한 마루에서 회색…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추운 겨울의 하얀 입김처럼.“너 방금 방귀 뀌었지?” “어떻게 알았어? 소리도 냄새도 안 났는데?” 아주 추운 아침이었다. 그의 체온을, 생명을 품은 따뜻한 방귀는 하얀 입김처럼 엉덩이 부근에서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솟아 나왔던 것이다. _ 덧. 한 작가의 글이 멋져서 오마주(패러디)한 글입니다.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밋밋함과 자존감처절한 복수와 음모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들, 그리고 자극적인 뉴스에 지쳐 ‘피너츠(찰리 브라운)’ 애니메이션을 하나씩 천천히 보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밋밋한’ 콘텐츠가 끌립니다. (물론 찰리 브라운이 그렇게 밋밋하지만은 않습니다) ‘픽 펜’ 캐릭터를 가장 좋아합니다. 지저분한 외모와 상관없이 자존감 높은 모습이 너무 멋져서요.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읽기. 쓰기. 상대성이론.책을 읽을 때보다 글을 쓸 때가 시간이 세 배 빠르게 흐른다. 실은 (아마도)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이 평소보다 느리게 흐르고 (지루해서) 글을 쓸 때는 평소보다 빠르게 흘러서 (재밌어서)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_ 덧. 역시. 늙지 않으려면 책을 읽어야 합니다. = 느린 시간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_ 또. 덧. 삶이 좀…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오늘의 다짐지하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는 쩍벌 사피엔스가 박멸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남고 말겠다. _ 덧. 그래도 30여 년(한 세대) 전과 비교하면 쩍벌 수컷 사피엔스들이 멸종 수준으로 많이 줄었습니다. 그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ㅎ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책책파리졸음병책을 읽다 보면 갑자기 깊은 구렁에 뚝 떨어지는 것처럼 급격히 잠에 빠질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증상이 심해진다. 원인은 몸이 피곤해서도 책이 지루해서도 아니다. 책책파리에 의해 매개되는 트리파노소마 부키아(Trypanosoma bookia)에 의한 감염 때문이다. 트리파노소마 부키아(Trypanosoma bookia)는 바이러스가…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분리수거와 오보모프(Ovomorph)지름이 한 뼘 정도 되는 큰 깡통 쓰레기가 생겼다. 그 안에 콜라나 맥주캔 같은 작은 알루미늄 캔과 스팸 캔을 모아 넣고 작은 비닐봉지에 담은 다음 흐트러지지 않도록 굵은 투명 테이프로 단단히 봉해 문옆 분리수거 두는 곳에 내놓았다. 캔으로 된 먹거리를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작은 비닐봉지라도 분리수거해서 밖에 내놓으려면 석 달 정도 걸린다.…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글을 쓰는, 글을 잘 쓰는오래전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찾아와 자신이 쓴 책을 내게 주었다. 상도 받은 책이라 그가 더 멋지게 보였다. 시각 작업을 전공한 그는 혼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은 ‘시각적’이다. 내용도 그렇지만 글의 모양도 시각적이다. 글의 의미를 더욱 잘 살릴 수 있도록 글자의 크기, 간격, 기준선, 단락의…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연결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가상의 작가 피에르 메나르는 를 다시 쓴다. 마침표 하나 다르지 않은 똑같은 문장으로. 피에르 메나르는 다른 시대(20세기)에 썼기 때문에 문장은 같지만 다른 소설이라고 주장한다. _ 올가 토카르추크. ‘재의 수요일 축일‘ 주인공 에릭은 영어를 모르는 외국인이다. 누명을 쓰고…yunta (59)in krsuccess • 4 months ago스테이크2018. 감독. 대니 스트롱.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소설가 J. D. 샐린저의 이야기. 샐린저가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샐린저는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한다. 샐린저를 비롯한 젊은 병사들은 당연히 부실한 군대 식사에 불평을 늘어놓는다. 병사들은 죽을 확률이 높은 전투에 투입되기 하루 전 날에는 특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