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판에서 크립토이코노미스트로 살아남기 : 2부 크립토 이코노미스트 직무 설계(1)

in crypto-economy •  6 years ago  (edited)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로 일을 하게 되면 어떤 수준의 노동 강도에 노출되는 것일까? 삶과 일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나의 ICO 프로젝트에는 몇명의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프로젝트의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인데, 내가 하는 일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서비스 기획과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를 나 혼자서 맡으라는데, 이게 가능한 것일까? 

사실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된다는 것은 아직 직무설계가 되지 않은 새로운 일로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혹은 나름 서비스 기획이나 사업 기획의 경험이 있으니, 대충 어느 정도의 일이 될지를 예상할 수 있는데,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 부분을 ‘포인트 시스템’ 설계 정도로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만만하게 보는 경우도 있다. 이 둘 다 위험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지’ 때문이다. 업계 내에 이 일이 어떤 세부 작업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객관화된 경험 축적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무지’의 원인이다.    

이번 편에서는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하나의 ICO 프로젝트 내에서 수행해야 하는 업무 중 1단계의 상황을 제시할 것이다. 이어지는 편에서 제시하는 단계별 직무들을 엮으면 하나의 업무 목록이 만들어질 것인데, ‘영업 비밀’(필자의 밥 벌이 중에 크립토 이코노미 설계 컨설팅이 있는 관계로^^)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많은 것을 공유하려고 한다. 이 목록 자체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크립토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리더를 포함하여 개발자들에게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목록은 다른 한편으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 지금껏 자신이 ‘해 온’ 일이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해야하는’ 일의 매우 작은 부분이었음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단계 : 프로젝트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산업 구조적 View’로 재구성하기   

대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문제 인식은 매우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쓰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누군가 말을 하는 것이 시작이다. 대개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풀어야 할 문제는 ‘외부로부터’ 온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리더와 개발자들, 서비스 기획자들이 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경험을 기초로 ‘어떤 대상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다면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을 공유한다. 심지어 토큰의 명칭도 거기서 정해진다. 그 상태에서 크립토 이코노미스트에게 업무가 할당된다. 이쯤되면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는 족쇄 차고 시작하는 상황이 된다.   

대부분의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되었다는 사실 조차도 깨닫지 못한다. 그냥 여러 업무 중 하나를 할당 받은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1단계 작업인 ‘프로젝트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산업 구조적 View로 재구성하기’를 시작하고 나면, 슬슬 깨닫게 된다. 자신이 크건 작건 ‘한 산업의 설계자’라는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재구성 작업이 과거에 자신이 경험한 ‘기업의 프로젝트 기획을 위한 시장환경 분석’과는 비슷하지만 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숨은 행위자(Hidden Actor)’에 속지 않는 것이다. 기업이 ‘협력 업체’나 ‘사용자’에게 자신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이니 널리 유용하게 사용하시라’고 할 때, 그 이면에는 ‘그렇게 해주면 우리는 어떻게 돈 벌지는 다 짜여져 있다’는 숨은 전제가 들어 있다. 그런데 기업에서 서비스나 사업 기획을 오랜 시간 해온 기획자였던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는 ‘트래픽만 모이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숨은 행위자’와 무의식적으로 결탁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전지적 제3자의 관점’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크립토 이코노미가 성장하는 것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제3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의 현실적 버전은 ‘오직 재단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보전을 받는 것과 멤버 리워드를 통한 보상만이 우리가 누릴 유일한 보상이다’라고 마음 먹는 것이다. (물론 이 관점은 나중에 ‘기업에 대한 투자자와의 이해관계 상충 문제를 낳는다. 그 문제도 난제이지만 이는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풀면 안되는 문제다.)   

그리고 나면 산업의 재구성을 통해 ‘주요 행위자’(main actor)를 발굴할 수 있다. 주요 행위자는 실제로 새롭게 구현될 크립토 이코노미의 ‘기둥들’이고, 이들은 분석 대상이 되는 산업 내에 이미 존재하던 행위자를 ‘발탁’하여 만들 수도 있고, 기존 산업의 ‘최상위 포식자’가 ‘비용 계정’ 안에 거느렸던 ‘원료 및 용역 제공자’ 중에서 발굴될 수도 있다. 만약 주요 행위자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플랫폼의 성장과 트랜잭션의 성장이 모두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1단계 작업은 마무리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결국 크립토 이코노미스트의 외로운 분석과 대표나 개발자들에 대한 설득을 포함하는데, 이를 통해 새 프로젝트가 만들 이코노미 안의 주요 행위자들에 대한 팀 전체의 인식을 통합해 내는 것이 크립토 이코노미스트’가 프로젝트 내에서 수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직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정도의 직무를 다른 일 하면서 곁다리로 하거나 그냥 대표에게 맡겨두고 다른 사람은 열심히 서비스 기획하고 개발만 하면 되는 일일까?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를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개발자’ 처럼 R&D 직군으로 분류해야 한다. 안 그럼 프로젝트 폭망할 수 있다.^^ 다음 편에는 [인센티브 시스템 설계]라는 직무를 가능한 자세히 보여드리죠. 이것도 만만치 않은 업무량인데, 크립토 이코노미스트 달랑 한명이 할 수 있는 일인가를 깊게 고민하게 되실 겁니다. 다음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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