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결정적인 이유가 보인다.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금융기관들을 믿지 않는다. 털리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스스로를 사기꾼으로 증명한 정치인들과 금융업자들을 점점 더 믿지 않게 되었다. 대신 그들은 기업들을 믿는다. 모든 기업들이 아니라 수백년간 스스로를 증명해온 일부 기업들을 더 신뢰한다. 그리고 달러는 정부발행 화폐가 아니다. 정부의 제어를 어느정도 받고는 있지만, 달러는 기본적으로 민간은행에서 발행하는 것이고, 다른것으로 바꿔도 별 문제없는 것이다. 법제를 포함해서 내가/우리가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스탠스가 강하다. 달러에 문제가 있다고? 우리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서 바꿔보자! 라는게 가능하고,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암호화폐에 문제가 있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거래를 금지한다? 자유가 첫번째 이념인 미국이란 나라에서 아무 이유없이 그냥 금지한다는 그런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은 가능하고, 큰 문제가 있을 때만 금지한다.
암호화폐를 쟤료로 하는 투기가 너무 심각하대. 금지해야 하나?
그거 모기지론 사태보다 더 심각한거야? 아니라면 그냥 둬.
한국인들은 상당히 다른 스탠스를 갖고 있다. 기업은 믿지 않지만, 정부와 금융기관은 맹신한다. 한국에서 금융기관이란 것은 정부가 소유한 중앙제어 금융 시스템의 인터페이스에 불과하기에, 실제로 한국인들에게 금융기관이라는 세력은 없다. 정부는 믿을만한 구석은 없지만 의심이 죄악시되고 국가가 개인에 우선하는 전체주의 문화에서 자라서 의심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정부를 미워하지만, 중앙 통제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 반대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고, 무언가 문제가 보이면 금지부터 생각한다.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탈권위적이라는 이번 정부에도 기저에 중앙 통제의 전체주의적 시스템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메이저리티의 성향을 알 수 있다.
한국 역사에서 화폐는 항상 정부가 발행한 것이었기에, 민간 화폐란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전체주의적 국가라서 정부에서 공인한 것이 아니면 사람들이 잘 믿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제약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전체주의적인 정부의 스탠스는 당연히 모든것이 금지이고, 좋다고 검증된 것만 허용한다. 언론의 자유가 제한받거나 인터넷 검열이 버젓히 행해져도 누구하나 관심갖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암호화폐가 뿌리내리기란 매우 힘들다.
암호화폐를 쟤료로 하는 투기가 너무 심각하대. 금지해야 하나?
뭔지 모르겠지만, 모르니까 일단 금지시켜. 진짜 좋은거면 나중에 조금씩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