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이다. 지난 5년간 다큐멘터리 한편을 만드느라 바빠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가지지 못 했다. 가끔 뉴스에서 비트코인이라는게 있다는 얘기를 흘려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부터 한국에서 가상화폐 붐이 일어나 비트코인 한개의 가격이 2천5백만원으로 급등하고,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하루 거래액이 세계 최고를 기록하면서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사실 나는 2005년부터 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화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해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부정선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전력하느라 화폐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에서 일어난 가상화폐 붐 때문에 화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12월부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게 되었다. 거래소에 가입하여 여러 가상화폐들을 매매해보고, 가상화폐를 이체하면서 편리하기도하고 신기해하면서 매혹당했다.
내가 화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처음 만들려고 하던 2005년 즈음에 세계 경제는 불안한 징후가 나타났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경제공황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화폐와 경제의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찰하려고한 이유였다. 실제로 몇년후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고,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여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그 여파는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고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당시에 미국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위해 양적완화라는 명목으로 6조 달러 이상 마구 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당시 미국의 국가부채 총액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난 달러가 전세계에 풀린 것이다. 이것은 일본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게도 연쇄적으로 양적 완화의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고, 전세계의 통화량은 급팽창하였다. 그러나 뜻밖에 인플레이션은 별로 일어나지 않았고, 도리어 세계 경제는 불황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했다. 과잉 발행된 통화량은 증권 시장과 투기자본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 결과 실물 경제는 여전히 침체하지만 증권 시장만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유동성 장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 몇배의 돈이 풀렸음에도 세계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 했고, 과잉된 통화량은 오직 투기 자본으로 전세계를 떠돌고 있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GDP는 60조 달러인데 비해, 금융 자산은 180조 달러로 집계하고 있다. 실물 경제의 3배에 이르는 국제투기자본이 전세계를 떠돌면서 세계 경제에 거품과 붕괴를 연이어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그결과 전세계적으로 중산층은 급격하게 몰락하고, 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악화되었다. 지금 독일, 미국, 일본, 프랑스와 같은 부국에서도 거리마다 노숙자가 넘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돈은 엄청나게 풀렸지만 정작 생계를 위한 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에게 돈이 부족한 전황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 각국의 내수 경제는 얼어붙어 있다. 화폐란 것이 근본적으로 활발하게 유통되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수단이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화폐는 그렇지 못하고 도리어 재벌과 투기자본에 집중되어 화폐의 구실을 거의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발생 즈음에 태어난 비트코인은 제 구실을 못하고 투기자본화한 기존 법정화폐의 문제점들을 해결한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기반한 분산장부 시스템인 블록체인은 제3의 인증기관이 보증하지 않아도 기록된 자료에 신뢰를 줄수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상거래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수 있어서 블록체인 혁명으로 불릴만큼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커다란 기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기존 법정화폐나 경제의 중앙집중 시스템이 아닌 분산 시스템이므로, 기존 화폐와 경제의 집중과 독과점 등의 주요 문제점들을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정치적으로 직접민주주의까지 제시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현재 법정화폐와 경제와 정치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커다란 희망을 주고 있지만, 반면에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발행된 가상화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인 분산화 특성을 활용하여 화폐가 시장에 고루 분산되어 유통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극소수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발행 초기부터 투자한 불과 천명이 전체의 40%를 소유하는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화폐의 집중 현상은 기존 법정화폐가 드러내는 자본 집중의 폐해로 인한 경제의 독과점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대를 접게 만든다. 그외에 가상화폐의 거래 승인이 느리고 수수료가 너무 비싼 등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남에 따라 가상화폐가 실거래에선 화폐로 통용되기에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상화폐가 가진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지 못 하면, 가상화폐가 현재 법정화폐의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 할뿐만 아니라, 과거 닷컴 버블과 같은 일시적인 투기로 끝날 가능성도 크다. 현재 가상화폐들이 연초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가 반토막 이하로 급락하는 원인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 하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근본적으로 모든 화폐나 경제 시스템은 경제의 수단일 뿐이다. 현대 화폐는 실물 가치가 없는 경제의 수단이고, 화폐의 모든 문제는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일 뿐이다. 가상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단점을 억제하고 장점을 살린다면 당연히 가상화폐는 현재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대자본의 횡포를 극복하고 경제를 활성화할수 있는 뛰어난 수단이 된다.
현행 법정화폐의 가장 큰 문제는 은행 시스템의 중앙집중이 아니라 화폐 소유의 집중이다. 경제의 문제 대부분은 부의 집중에서 발생하고, 이것은 경제를 순환시키는 혈액의 역할을 하는 화폐가 일부 대자본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축적되면서 경제 순환을 경색시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기존 화폐나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상화폐를 만들려한다면, 블록체인의 분산화 특성을 활용하여 발행한 가상화폐를 사용자들에게 널리 분배하는 화폐 소유의 분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화폐를 시장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공급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고 자본의 집중과 독점을 막고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다.
게다가 블록체인은 그 장점을 잘 활용하면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블록체인 자체가 개인간의 거래인 p2p 거래를 분산장부에 기록하는 시스템이므로, 직접민주주의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지역화폐를 발행하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 경제 자립을 이룩할 수 있다. 그러한 시도는 한국에서도 서울 노원구와 서울시에서 지역 가상화폐를 발행하려는 시도로 벌써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에서는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상화폐를 줌으로써 유통시키려고 한다.
현대 화폐는 실물 가치가 없으므로 기본적으로 신용화폐이고 그것이 유통되는 사회 구성원이 가진 신용에 기반한다. 따라서, 화폐는 당연히 신용을 가진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정화폐는 국가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거나, 상업은행에서 대출을 통해 발행하면서 사회구성원은 배제하고 있다.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발행하는 것까지는 용인할 수 있으나, 상업은행에서 사익을 위해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고, 중앙은행의 발권 기능을 실제로 침해하고 있다.
화폐는 경제 순환을 위한 공적인 수단이므로 사유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화폐는 법률 근거에 따라 공적으로 발행되어야 하고, 공공 재산이므로 사용자들에게 무상으로 분배하여 그들에게 경제에 참여하도록 해야한다. 따라서 가상화폐도 화폐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그 사회의 구성원에게 무상으로 분배하는 화폐가 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기본적인 인권과 최소한의 경제 활동을 위한 기본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인 인권이 있고, 이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 경제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회는 그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면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경제적인 권리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근거와 연결된다. 이렇게 구성원들에게 분배되는 화폐는 기본소득의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신용이 커진 구성원에게는 더 많은 화폐를 가지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경제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공적 활동이나 봉사활동에 대해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지급할 수있다.
화폐는 그 사회의 경제를 위한 공적인 수단임에도 지금까지 공적인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아무 혜택을 주지 못하고 희생만시켜왔다. 극단적인 예로 일제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공적 활동이 사적인 영리 활동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회가 공적인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거의 보상도 주지 않은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 그런 풍토가 그 사회를 사적인 이익만 쫓는 부정과 비리에 빠져들게 만들어서 사회를 부패하게 만들고 무한경쟁 사회로 내몰아 결국 붕괴하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따라서, 수많은 공적 활동에 대해 지역 가상화폐로 보상할 수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공무원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현행 공무원 제도를 개혁하여 그들의 복지부동 자세와 같은 비효율을 제거하고 지역 행정이나 자치를 활성화하는 탁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아래 지역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가상화폐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정치에 참여를 높이고 직접 민주주의를 구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여기 스팀잇 사이트에서와 같이 SNS에서 좋은 글을 쓰거나 여기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에도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것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이다. 이로써 양질의 정보를 확산하는 활동에 보상할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정보가 경제적인 소득이 되는 진정한 정보화 시대로 가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상화폐를 통해 사회의 많은 부분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경제에 인정하지 않았던 많은 유익한 활동을 경제에 포함시켜서 경제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다. 이런 가상화폐의 분배 방법을 현재 가상화폐의 채굴 방식인 작업 증명(proof of work)이나, 지분 증명(proof of stake) 등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기존에 경제에 해악을 끼쳤던 활동에 대해 규제를 가할 수 있다. 화폐는 사유재산이나 상품으로 취급하여 매매하거나 환투기하는 행위를 금지시키고, 대출하여 이자를 받는 것도 금지시킬 수 있다. 이 목적을 위해 가상화폐에 마이너스 이자를 부과함으로써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되도록 설계하면 된다. 그럼으로써 화폐가 일부에 축적되어 경제를 경색시키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가상화폐를 통해 지역 경제 자립을 이룩할 수 있으므로, 지금까지 국가경제를 몇몇 재벌이 독과점하는 폐해도 등등 기존 경제와 법정화폐의 많은 주요한 폐해를 해소할 수 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제도권에서는 가상화폐를 규제하려 하지만, 현재 카지노 자본주의의 투기적이고 폭력적인 해악을 고려하면 그들의 규제도 정당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도리어 블록체인을 이용한 산업은 급격하게 커지고 있고, 이를 제도권에서도 수용하려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차피 정보화 시대로 가는 세계적인 물결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다. 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수단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Congratulations @soyogek!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published your First Post
You got a First Vote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