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전셋값이 하락세를 끝내고 다시 오르막길에서 꿈틀댄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매물이 늘었다가 재건축 이주수요로 공급이 부족해지자 전셋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시적 현상"이라는 반응이지만 일부지역은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서초 '전세난', 송파·강동 '역전세난'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 조사 결과 지난달 강남4구 전셋값은 ▲강남 0.11% ▲서초 0.16% ▲강동 0.13% ▲송파 -0.12%를 기록했다. 송파를 제외한 강남3구 전셋값이 오른 것은 올 2월 이후 처음이다. 봄철 이사 성수기인 지난 3~5월도 강남3구는 전셋값이 내렸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규제와 공급과잉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매물이 증가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이주비 대출규제 등에 따라 재건축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인근 신도시의 아파트 공급량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오는 12월 준공·입주하는 송파헬리오시티는 9510가구로 강남4구 입주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송파·강동은 전셋값이 계속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전셋값 상승은 이사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이라며 "예년과 비교하면 전셋값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올해는 상승률이 더욱 둔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되면 일대 전셋값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송파구 전셋값 하락이 헬리오시티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볼 때 인근 강동구도 전세시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금리인상도 전세 세입자들에게 유리하다. 금리가 인상되면 집주인의 전세 기피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함 랩장은 "공급량이 많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전세로 옮겨갈 수 있지만 여전히 예금이자가 낮은 편이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강남·서초 등은 전셋값이 올라 명암이 갈릴 수 있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 아파트를 짓는 2~3년 동안 임시거주할 전세수요가 급작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서초구는 1000가구 넘는 신반포3차·반포경남의 이주가 시작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량은 3만4925가구, 경기는 16만3666가구다. 이들 아파트가 수요를 떠받칠 수 있는지가 전셋값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