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비평) 대법원의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 - 국방의 의무를 보는 시각

오늘 대법 전원합의체는 9대 4로 종교/양심적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것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앞으로 그 기준은 엄격해지기 보다는 느슨해질 것입니다. 이제 법적으로 양심에 따라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주장할 근거가 생긴것입니다.

제 생각에 이 결정은 앞으로 한국사회를 통합시키고 성장시키기 보다는 더 분열시키고 혼란스럽게 할 것입니다. 이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떤 사회적인 문제는 완전히 공론화되어 법으로 정해지는 것 보다 수면아래에서 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갈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은 이랬습니다.

어떤 사람이 절대 사람을 해치는 훈련을 받지 않겠다는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 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얼마나 큰 댓가를 치룰 수 있는지 보면 됩니다.

예전에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은 잔혹한 구타를 당할 각오를 했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죽은 사람도있습니다. 그래도 병역을 거부하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병역을 지느니 신체적 위해를 당하고 감옥에 가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여러가지 이유로 비난할수 있을지 몰라도 비겁하게 꼼수를 썻다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 양심에 따라 더 힘든 길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가 조금씩 성장하고 포용적이 되자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1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형량은 전과자의 군징집을 피할 수 있는 최저 실형입니다. 종교적인 사람이 교도소에서 크게 잘못할일도 없으니 대게 70%이상의 형량을 마치면 가석방으로 사회로 돌려보냈습니다. 기존 병역을 지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볼 때, 이런 사람들을 꼼수를 썻다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양심에 따라 더 어려운 길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는 개인의 양심과 개인의 의무와 형평성 사이에서 나름대로 교묘한 타협점을 택했던 것입니다.

이제 양심적으로 이제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을 길이 열렸습니다.

사람은 얼마든지 자기의 좁은 식견으로 착하고 올바른척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타인의 피로감과 경멸을 불러일으킵니다. 전세계적으로 PC(Political correctness)가 그런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자기 도덕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책임질수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꿰뚫어보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도덕적 허영심을 체우기 위해도 양심을 파는데, 실질적인 이익이 걸리면 양심을 팔기 얼마나 쉬워질까요..

어찌보면 이번 판결의 최대 피해자는 여호와의 증인입니다. 이들을 사이비이다.. 상식을 따르지 않는 근본주의자들이다..는 비난은 있었어도 "양심을 팔아 이익을 얻는 비겁자들이다"라는 비난은 없었습니다. 양심에 따라 더 힘든 길을 가는 것을 수십년간 봐 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양심적으로 병역을 피하고도 불이을 당하지 않는 이들을 이질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혐오스런 눈길로 보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은 양심을 따른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감옥에 보내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보는 시각이 편안하지 않은 이유는 병역이 실질적으로 개인에게 큰 피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 피해를 "양심"운운하며 벗어나는 것을 누구도 쉽게 이해해 줄 수 없습니다.

만약 한국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되는 사회가 된다면 양심적인 병역거부 문제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습니다.

첫째. 모병제로 가면 됩니다. 자유주의적인 입장에서 국가가 성인남성에게 병역을 지우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징집은 결국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빼앗는것도 억울한데 지금 병역제도는 성인남성의 노동력을 징발해 국방의 의무만 지우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책임져야할 소방과 치안업무는 물론 행정업무에 까지 곳감빼먹듯 이용해 먹고 있습니다. 왜 개인의 노동력을 징발해 동사무소에서 사용하죠? 이건 신성한 의무와 아무 상관없는 국가의 착취일 뿐입니다. 장기적으로 전장의 환경이 변화하는 것으로 볼때도 군대는 전문적인 직업병에게 맞기는 것이 맞는 방향인것 같습니다. 이 방향은 되돌릴 수 없을겁니다.




둘째. 병역의 의무를 훌륭한 가치를 지키는 신성한 의무로 간주하고 그에 걸맞는 충분한 대우를 해 주는 것입니다. 징집기간동안 미군정도의 복지와 혜택을 보장하고 사회 구성원이 군인을 존경과 예우로 대한다면 병역은 피하고 싶은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사회는 직업군인이 국방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의무적으로 뽑아가야 하는 사병의 수는 줄어들것입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복무하는 사병에 대한 처우도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군인을 지금보다 더 존경과 예우로 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의 한국은 후진적이고 착취적인 나라로 퇴보한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첫번째와 두번째 조건이 점점 만족되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10년만 더 늦게 이런 판결이 내려졌어도 양심적인 병역문제는 훨씬 더 쉽게 해결될 수 있었을것 같습니다.

병역이 힘없는 성인 남성만 지는 불평등한 착취처럼 여겨지고,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자들이 군인의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공격하는 현실에서 양심적인 병역거부가 한국사회에 상처를 내지 않고 해결할 방법은 없을겁니다.

제 생각에, 어떤 사회적 문제는 사회가 성숙해야 더 원활하게 풀 수 있는것입니다. 지금 한국사회가 양심적인 병역거부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미적분문제를 풀라고 한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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