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고통이지만 배의 동력과도 같은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배를 곪은 탓에 몸속의 세포들이 꼬륵꼬륵 소리내며 못살겠다고 난리다.
일부러 먹지 않은게 아니다. 챙겨먹기가 마땅치 않았다.
산후조리원에서 삶은 그랬다. 그래도
열흘을 넘게 지내다보니 이런 불편함들은 이젠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시계는 10시를 가리켰다.
근처 식당이 11시에 영업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1시간을 그렇게 더 참았다.
대충 옷을 끼어입고 빠른걸음으로 가게를 찾았다.
주문을 넣자 곧 음식이 나왔다. 뚝배기 그릇에 담겨 보글보글 끓고 있는 음식을 보니 입에 침이 고여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내가 주문하려고 생각했던 메뉴가 아니었다.
엉뚱한 것이 나왔다.
나는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된장두부찌개였는데.
메뉴판을 다시 쳐다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마음이 급해 메뉴판 첫 줄에 적혀있는 맑은 두부찌개를 시키고 말았다.
서두름은 언제나 상황을 망쳐놓기 일쑤다.
한 숟갈 떠서 혀에 갔다데니 예상했던 맛이 아니다.
얼굴이 급속도로 일그러졌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런대로 나쁘지않았다. 먹다보니 또 괜찮았다.
그렇게 쭈욱 뜨끈한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목으로 넘겼다.
자칫하면 멀겋기만 할 뻔 했던 국물을 조갯살과 무우가 깔끔하게 우러내서 시원했다.
규격화되고 대량소비되는 여는 편의점 음식들처럼 결코 화학적으로 완성된 맛이 아니었다.
바다내음과 흙냄새가 살아있는 그 옛날 어머니의 손 맛과도 같았다.
새우젓이 스며든 국물은 입안의 짭쪼름함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을 입에 욱여넣고 뚝배기 그릇을 비스듬히 세워 얼마 남지 않은 국물마저 들이켰다.
한그릇 싹 비우고나니 기분까지 맑아졌다.
아차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맑은 국물의 여운만이 온 몸에 감돌았다.
그제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들려왔다.
일요일 오전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아침이다.
두부찌개 하나에도 배움이 깃들어 있다.
상황을 탓하지 말고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해야 함이 내 삶을 존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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