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를 차리고 싶어서 차리냐?
안녕하세요. 히카맹입니다.
저는 2004년부터 작은 개발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멍 가게의 사장이자 영업, 인사, 교육, 컨설팅, PM, 기획, QA,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구멍가게 오너라는게 ㅠ.ㅠ)
개발자라는 게 워낙 긱(geek)한 사람들이고 먼가 삘 받으면 냅다 그것만 파는 성향의 소유자가 많아서, 회사에 입사한 뒤 인생 초중반엔 앞 뒤 안보고 막 달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
- 쉬운 일은 어리고 싼 녀석들이 가져가고(본인이 그러했듯 ^^),
- 멋지고 비싼 일은 연줄있는 넘들이 다 차지했고(흑수저에겐..),
- 졸라 천재급으로 어려운 일만 남았는데 그것도 진짜 초 천재들이 밤낮으로 공부하고 지랄..
이러다 보면 회사에서 오갈 데 없이 30대 후반에 밀려나거나 오늘내일 하는 상황이 훅하고 닥칩니다.
회사에서 시달리다가 결국엔.. |
이 때 쯤 우리 개발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회사 밖 옵션이 얼마나 있을까요?
여러 옵션 중 창업을 떠올리셨다면, 사실 개발자를 떠나서 직장인에게 남겨진 선택은 두 가지 정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던 일의 연장선으로 창업하던가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로 창업하는 것...
허나 정말 까페나 치킨집을 차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차리는 거야 둘째치고 잘 망합니다 ^^)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하던 일의 연장선인
개발자가 개발사를 차리는 일
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개발자와 개발사는 교집합이 적다는 점이 문제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업은 돈 버는 행위고 회사 또한 돈 벌기 위해 존재합니다. 헌데 당연하지만 돈은 솟아나지 않고 남에게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특수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변하지 않는 이상 개발사도 이 특수 능력이 필요합니다(예외는 물론 존재하죠. 특수 관계라서 그냥 돈이 솟아난다던가 워낙 금수저라 취미로 회사를 해본다던가 - 의외로 많습니다!)
돈을 벌려면 결국 영업, 재무, 인사, 기획,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등이 종합적으로 발휘된 상태에서 개발도 잘하는 수밖에 없죠.
개발자로서의 능력이 개발이라면 전체 돈 버는 요소 중에 작은 일부분이 자력으로 해결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 많은 항목을 잘할 수 있는 요령은 있는가?
일단 제게는 당연히 없습니다! 그저 10여년 아직 안 망하고 살아있는 제 경험과 나름대로의 요령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단지 구멍가게 생존법이라면 도움이 될.. |
완료금을 받지 못하면 회사는 망한다.
첫 번째로 공유하고 싶은 경험은 완료금에 대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회사를 차려 일해보면서 가장 충격을 먹었던 건 착수금과 중도금이 많은 경우에 없다는 것입니다.
완료금만 있다니! 대체 어떻게 하라는거야!!
근데 일본에서는 이게 굉장히 당연해서, 큰 금액의 일을 수주하려면 완료금으로 받을 때까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금이 필요합니다. 해서 수익이 발생해도 써버릴 수 없었고 아무래도 그 돈을 회사 자본금에 재투입하기 마련입니다. 굉장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대부분 개발 건을 수주하면 착수금, 완료금이나 중도금도 개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규모가 작은 일이나 고객사에 따라서는 없는 경우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착수금을 안주는 일은 받지도 않고 착수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일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매장 당할 거 같아서(^^;;) 처음엔 착수금 없는 일도 좀 했는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그런 일을 하면 안된다는 게 결론이라 이후 굶더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반전의 반전!)
하지만 이번 포스팅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일은 '착수금을 받고 일한다'가 아닙니다. 이 건 또 다른 포스팅에서 다룰 수도 있겠습니다만(이게 의외로 복잡한 기술이었습니다 ^^)
이번에 다룰 내용은 자금 회수, 즉 완료금을 받는 기술입니다.
망하기 전에 완료금을 받아가마! |
완료금을 받지 못하면 생기는 일
처음 오너가 되면 당황스러운게 있습니다.
회사라는 것이 마치 밑 빠진 독처럼 매달 비용으로 수 많은 돈을 없애버린다는 것입니다.
인건비, 임대료, 세금 등 수 많은 비용이 꾸준히 월마다 발생해서 순식간에 현금을 없애버리죠. 보통은 굉장히 큰 돈인 일이억의 현찰이 없어지는 것도 순삭입니다.
특히 개발 사업은 거의 100%인건비 사업입니다. 보통 제품 원가 중 가장 비싼 게 인건비인데 인건비로만 되어있는 굉장한 고비용, 고리스크 사업입니다.
우선 개발사를 운영하려면 꾸준히 돈이 공급되어야만 합니다.
그럼 여러 가지 개발 일을 수주한 상황을 예상해보죠.
이번 달에 들어올 착수금이 천만원, 중도금이 천만원, 완료금이 천만원 해서 도합 삼천만원이 들어올 걸 예상하여 예산을 편성했다고 생각해보죠.
헌데 완료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찌 되나요. 급여 체불을 비롯해 회사 존속과 관련된 문제가 다양하게 생길 겁니다.
그럼 마찬가지로 착수금이나 중도금도 안들어와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건 똑같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료금과 앞의 두 건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본체는 완료금이다! |
착수금은 일이 성사되면 바로 입금되는 돈으로 예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들어왔거나 아니면 예상할 필요없이 그냥 없는 돈입니다.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금 계획에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중도금도 보통은 시간 경과에 따라 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착수금보다는 불확실성이 높다고는 하나 대부분 자금 일정대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완료금은 전혀 다릅니다. 완료금은 그 계약대로 개발물을 완성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계약 일정은 미리 계획되어있기 때문에 자금 계획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완료금이 다른 이유는
받을 줄 알고 계획한 돈인데, 안들어오는 경우가 생긴다
는 점입니다.
따라서 그 달 회수하려던 완료금을 못받는 건 갑자기 돈이 비는 상황이 되고, 그럼 빚을 내든 다른 방법을 내든 그 돈을 매꿔야만 회사가 유지됩니다.
완료금을 왜 못받는가는 굉장히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만 이건 다음 글에서 다루고 그 이전에 완료금을 못 받은 상황을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완료금이 안들어올 때 옵션 1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천만원 정도의 완료금이 안들어왔을 때는 가정해보죠.
천만원..현찰..하아..(죽이고 싶다. 아니 죽고 싶은건가?)
이 돈은 월 급여가 이백만원 대의 직원(연봉 이천오백에서 삼천중반까지) 3명 정도를 커버할 돈입니다. 급여가 저 수준인 경우 세금 및 재경비발생을 고려하면 인당 삼백 이상이 나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즉 대리 이하의 직원 세 명 분의 급여가 사라지는 정도의 데미지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소할까요. 우선 개인 대출로 해결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 가장 안 좋은 현금서비스 - 개인차는 있지만 비싼 이자를 감수한다면 급전 땡겨서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이너스 통장 - 천만원정도라면 미리미리 부지런하게 주거래 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비상용으로 만들어둔걸로 막을 수 있습니다.
- 적금 등의 대출 - 보통 예금이나 적금이 있으면 깨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산와머니 - 일명 제3금융권입니다. 저축은행, 신용금고, 캐쉬앤 러쉬 등으로 현금서비스보다는 이자가 싼편입니다만 ㄷㄷㄷ
- 사업자 대출 - 미리 은행에게 사업자금을 대출받아두면 평소 이자비용을 내고 있더라도 급전이 필요할 때 사용할 돈이 있죠. 갑자기 비싼 이자로 돈 땡기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싼 경우가 많습니다.
- 개인신용대출 - 회사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의 대출을 받는 경우 입니다. 신용등급에 따라서는 사업자 대출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금액이 적죠. 그래도 천만원을 될 거 같은..
- 사업자 담보 대출 - 대표가 자신의 아파트 등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그냥 사업자 대출보다 이자가 쌉니다.
- 개인 담보 대출 - 마찬가지로 개인도 담보 대출 상태가 더 이자가 쌉니다.
- 지인에게 빌리기 - 부모님에게 민폐끼치거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거의 사회매장분위기죠.
- 기보대출 -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을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도 미리미리 해야합니다. 이자가 굉장히 저렴하죠. 하지만 반드시 타인이 빚보증을 서야 합니다. 인간말종의 시작이죠.
평생 이런 것과 관계 없을 줄 아셨죠? |
개발사는 보통 스타트업으로 안쳐주기 때문에 캐피탈이나 벤처지업자금을 받기는 힘듭니다(역시 개발사를 하려고 해도 사업기획서 그럴듯하게 써서 정부자금 땡긴 뒤 생활비 확보하고 하는게 나을지도!)
쨌든 갑자기 완료금이 안들어오면 그 돈을 매꾸기 위해 위와 같은 수단이 있는데 당연히 미리 준비하고 미리 이자를 내고 있는 편이 급전을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쌉니다.
그리고 이렇게 돈을 마련하지 않으면 노동부에 신고가 들어가 최악의 경우 빨간 줄이 가는 수가 있습니다.
결국 개발 사업의 핵심은 완료금이 안 들어올 거 같은 걸 되도록이면 빨리 알아서 가장 싼 이자로 막는 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범죄라는게 그저 기간 내에 개발을 제대로 못해서 발생합니다. |
완료금이 안들어올 때 옵션 2
하지만 이렇게 천만원은 막을 수 있지만 이천만원, 삼천만원은 막을 수 없을 뿐더러 더 큰 문제는 그 다음 달에도 완료금이 안들어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장 입장에선 대출로 계속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그 다음 일을 따와서 착수금을 땡기게 됩니다!
이번 달 모자른 돈을 다른 일의 착수금으로 매꾸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회사에는 일이 두 개가 동시에 진행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나가 완료되지 않는데 두 개를? |
근데 생각해 보시면 이게 말이 안됩니다. 그냥 그 일만 하고 있어도 완료를 못시키고 있는데 거기에 다른 일이 또 들어오는데 기존 일이 완료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그 다음 일도 잘 진행되지 않게 되어 안 좋게 풀리면 두 번째 일의 중도금도 안들어오는 사태가 됩니다.
그러면?
그러면 보통은 또 세 번째 일을 따와서 착수금으로 회사를 운영합니다!(아~ 미친!)
마치 카드 돌려막기처럼 이런 식으로 계속 운영하게 되어버리면 회사는 금방 망해버리는 거죠. 이걸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개발물이 완료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만 ^^;
결론
이번 글에서는 왜 완료금이 문제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또한 잘못 대처하면 어떻게 되는지 제 개인 경험을 말씀드렸습니다.
- 완료금을 못 받는 걸 다른 일의 착수금으로 막으면 망한다!
- 미리 완료금이 안들어오는 상황도 가정하여 운영하는게 현명하겠죠 ^^;
- 그 완료금이 안들어오는 상황을 대비하는 방법은 미리 대출을 땡기는 정도입니다.
- 어쨌든 회사는 수주한 일을 완료시켜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
다음 편에서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왜 일이 완료되지 않고 고객은 완료금을 왜 주지 않는 걸까?
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다룹니다.
P.S 2부작으로 구성했으나 2편을 쓰다보니 길어져서 도저히 안되겠네요. 4부작으로...
왜 대체 완료금을 안주는건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 |
오랜만에 뵙는군요 +_+ 어마어마한 정성글을 가지고! @홍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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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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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업보팅, 리스팀 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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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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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옷 감사합니다! @maanya님 최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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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 페친 맞으신가요?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ㅎ
(스팀잇에서 뵈니 급 반가움에^^::)
현석씨 와이프되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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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바로 그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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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0년 이상 버티셨으니 성공하신 거 같은데요 ^^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주위에서 많이 봐 오던 이야기라 흥미진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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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살아남아가고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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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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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 스타트업 맨들고 망한 개발자A로서
이 글이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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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스티밋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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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hikamaeng 좋은 친구들을 일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모두 작은 것들을 시작해야합니다. 작은 것이 든 큰 것이 든, 작은 것들부터 사업을 시작합니다. 나는 당신이 일하는 방식을 정말 좋아합니다. 내 게시물에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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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니 영어로 답해야 하는건가요 ^^;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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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대한민국에서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법' 이라는 만화를 읽었습니다. 잔금을 너무 안 주니까 코덱을 구하기 엄청나게 힘든 걸로 압축해서 내 컴퓨터로 시연한 다음 파일 주고 잔금 받고 코덱 깔아주고...계약 끝나고 바로 돈을 제대로 주었던 공무원과 대기업 아닌 중소기업 사장은 그 책을 쓸때까지의 커리어동안 단 한명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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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람 마음이란게 마지막이 되면 돈내놓기 싫은 법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스킬이 필요하기도 하고...괴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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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치킨집...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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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을 차리면 그것 또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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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아니시면 알 수 없는 세계의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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