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lower work

in dialy •  7 years ago  (edited)

꽃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3년이 넘어서고 있다. 

수동적이고 게으른 성격 탓에 학생 때부터 

크게 원하는 것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없이 

상황이 닥치는대로, 흘러가는대로, 좋아하는 것을 해보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정말 잘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그게 꽃이다. 

스스로가 플로리스트란 이름으로 

나를 일컫는 것도 아직까지 부끄럽다. 

하지만 여지껏 그래본 적 없던 내가 그 어떤 때의 

나보다도 뜨겁게 꽃에 집착하고 몰두해왔다. 

잘하고 싶은 이 사사로운 마음은 끝없이 갈증을 느꼈고, 

종종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시기도 하고 

비교하며 끝없이 우울해지기도 했다. 

꽃에 관해서라면 이 지구에 있는 모든 종류의 꽃을 알고 싶었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꽃들을 사용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아름다운 형태를 살려낸 꽃 작업이나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색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꽃 작업

본 적도 없는 귀한 꽃들을 한아름 사용한 대형 작업들을 보면서 부럽고 

'언젠가 나도 꼭 저런 작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늘 조급했다. 


그 조급함이 어쩌면 여기까지의 나를 있게 했던 것 같다. 

사실 어떤 틀이나 기준이란 건 없지만 

스스로 정해둔 수준까지 자신을 몰아세웠고

경제적인 부분이나 에너지를 사용함에 있어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언제쯤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욕심이란 끝이 없고 항상 내 눈에 내 작업은 부족했고 결점 투성이었다. 

꽃일에 몸담은 이후로 늘 탁월한 작품을 종종 만들어내는 것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작업을 하나라도 남겨서는 안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게다가 지금은 이년 정도 운영하던 플라워샵을 

계약문제 및 건강문제로 닫고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혼자 머물러있고 정체해있다는 생각에 더욱 우울했다. 

내가 여기서 멈춰서 있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더더 앞으로 나아가겠지? 그런 불안에 자주 발가락 끝이 간질간질했다. 

그러다보니 순수한 좋아하는 마음, 열정이 

흐려진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사실 온전히 꽃작업에 몰두해 있는 순간만큼은

 어떤 잡념으로부터 자유로웠고 

내 안에 무언가를 가장 나답게 표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수동적이기만 한 내가 일인분의 삶의 몫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지.

 늘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것들을 

소비만 하며 살아갈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나의 꽃을 찾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저런 각도로 플로랄폼이 헐어버릴 정도로 

꽃을 꽂아보기도 하고 

레슨하다가 뛰쳐나가서 작품에 넣을 과일을 

사오기도 하고 그런 마음들. 

새로운 종류의 꽃을 보면 흥분하고 

그 꽃을 사용한 작품을 만들고 얻는 충족감들. 

사실 그 과정들이 내게 참 힘을 줬고 위로가 됐다. 


시기와 질투, 욕심이 지금까지의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면 앞으로는 

긴호흡으로 앞으로도 쭈욱 꽃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으로 걸어가고 싶다. 

꽃을 향한 나의 이 마음들을 아둥바둥 

조급하다가 영영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 


꽃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도록. 


*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은 모두 제가 만든 

꽃 작업물들이며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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