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바닷가에서...

in diary •  5 years ago  (edited)

다합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기까지...
오랫동안 경험하고 싶었던 스쿠버 다이빙 배우는 것을 드디어 해냈다.
오픈워터를 마쳤다.

몇 년 전,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 날 바다속이 궁금했다. 지구의 4분의 3이 바다라나...
다이빙 관련 책을 읽고 다이빙을 배우러 태국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평소 귀가 불편하여 안전을 위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비인후과에 갔다. 작은 귀 병원에 갔는데,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에 뭔가 싶었다.
언제 터졌는지 모르는, 고막에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이 너무 크다고 했다. 작은 구멍은 표피?로 살짝 덮으면 되는데 구멍이 너무 커서 수술을 해야 한단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일주일 입원해야 한다고.
그렇게 다이빙은 날아가고 전신마취를 경험했다. 마취에서 깨어날 때 해롱거리며 이야기해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난다.
이때 병원에서 읽은 책이 두꺼운 '간디'라는. 머리도 아픈데 뜬금없이 간디가 읽고 싶어서 일주일 동안 읽었다. 그리고 감동해서 다큐와 영화도 보고...
암튼, 그때 이후로 항상 바다속이 더 궁금했다. 난 이생에 끝인가 하는 생각도 많았다. 이런건 BBC다큐로 해결되는게 아니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스노클링. 바닷가 여행할 때마다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곳에선 스노클링을 했다. 그때마다 더 깊은 바다속이 궁금해졌고, 속상한 아쉬움에 만족했다. 이쁘지 않은 바다속을 볼 때면 멍하니 더 깊은 곳 어딘가 더 더 더 멋진 바다 생태계가 있을 것 같았다. 책에서 봤던 갈라파고스와 블루홀을 생각했다.

탄자니아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떻게 돌아갈까를 고민했다. 남아공을 들려서 돌아갈까 그냥 두바이만 들리고 돌아갈까 .
그때, 전에 만났던 여행자들이 다합을 추천했다. 다합을 꼭 가보라고.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는 다합. 자기들도 한달 석달 넉달을 살았다며 너무 좋다고 했다. 좋다니 어쩌겠는가 가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값이 싸다는 것보다도 왜 저렇게 좋다고 하지 하는 궁금함이 먼저 일어났다.
이 호기심과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무한도전을 위하여,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9일을 이집트 다합에 머물기로 했다. 이집트에 왔는데 피라미드는 봐야겠기에 카이로는 이틀 예약했다. 그렇게 두바이, 방콕을 거쳐 한국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뱅기 값은 다르에서 바로 한국 가는 것과 거의 비슷했다. 문제라면 방콕에서 뱅기에 가방 1개 7킬로 준다는 것 정도...ㅠ


스쿠버 다이빙을 위하여
까이꺼~ 젠장!
평생 그리워하고 후회하며 사느니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저지르자. 병원에 최악의 상황으로 고막이 또 터지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터지면 다시 수술하면 된단다... 까이꺼 뭐~~
시간이 짧아서 다합에 도착한 날 바로 오르카 다이빙 샾에 등록했다. 어드벤스까지 $350. 일 년 전엔 $270이었단다. 동남아에서는 오픈워터만 해도 이정도 가격이었다.(기억에) 이곳이 정말싼건 확실하다. 물가도 싸다. 가격대비 만족할 수 있다. 탄자냐는 가격대비 불만족이다.

첫날, 비디오 보고 오후에 바다에 들어갔는데 정말 정신이 없었다. 물도 먹고...예전에 스노클링 하면서 파도에 정신없이 굴렀던 나름의 트라우마가 여기서 나왔다.
둘째날, 더 많은 물을 먹었다. 입에 호흡기를 물고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쓰는데 왜 그렇게 물이 꿀꺽꿀꺽들어오는지....ㅋㅋ 정신없어 위로 올라가려 했다. 마스터의 도움으로 두어 번 꿀꺽하고 코 막고...ㅋ 암튼 잘 했다.
셋째날, 물속에서 중심을 잡는 연습을 했는데 햐~ 이게 내맘같지않다. 그래도 바닷속을 유영 하면서 본 물고기와 산호초가 너무 아름답다.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속으로 계속 달랬다. 배우자 배우면 된다. 남들도 다 하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계속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니 어딘가 무언가 몸에 익는다.
오늘은 다이빙 후에 몸도 마음도 여유가 생겨 책 읽으며 한가함을 즐긴다.

물속에 처음 들어갔을 때 두려움은, 생존의 또다른 모습인 '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숨! 살아야한다.
눈 따갑게 물 마시며 정신없이 숨을 쉴 수 없을 때 두려움이 몰려왔다.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몸의 승질도 있었다.
이러한 두려움은 계속해서 함께 했다. 이 두려움이 사라질 때 혹은 잊어버렸을 때야 편안해졌고 물고기들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색색의 다양한 물고기들이 옆에서 두 눈 똥그랗게 뜨고 마주보며 함께 유영도 했다. 물고기가 옆에서 나를 바라보며 그 동글동글한 눈을 크게 뜨고 같은 방향으로 향할 때는 마치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물고기의 유연함이란... 그래 난 허우적대는 육지 동물이지만 이렇게 물속 구경왔다. 반갑다.

그렇게 오픈워터가 끝났다. 뭘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나씩 따라하다 보니 적어도 물속을 유영하며 따라 다닐 만큼은 된 듯하다. 배움이 있으면 할 수 있다.

주택가 에어비 엔비에 숙소를 정했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올 때면, 먼바다에 낀 안개는 바다를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멀리서 부터 다가오는 몽환적 분위기는 바닷가를 묘하게 편안한 안정감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하는 사람도 멍 때리는 사람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바다 건너편이 사우디라는데 수영해서 건널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맑은 날 낮엔 육지가 보이고 밤엔 불빛이 보인다.

이집트 샴엘 쉐이크에 도착해서 가장 큰 충격은 산이었다.(다합은 여기서 한시간거리) 풀 한 포기 없는 거친 민둥산. 언젠가 사진으로 영상으로 본 중동의 산이지만, 직접 눈 앞에 펼쳐진 이 민둥산과 첫 만남은 아름다움과 서러운 막막함을 함께 줬다.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어떤 느낌이 왔고, 뭔가 이해가 뭐라고 말하기 애매한 이 아련함은 밤새도록 가슴에 머물렀다. 다음 날 아침 옥상에 올라갔다. 밝은 햇살 아래 저 멀리 보이는 거친 바위 민둥산은 아름다움과 메마름 척박한 생존이 공존했다. 그렇게 처음 만나는 중동? 아랍이라는 곳에 어떤 느낌이 조금 생겼다.
같은 아프리카라도 사하라 이남 탄자니아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 염소도 다르다.
그동안 내가 아는 아프리카는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초록색 동아프리카였다.
사하라 사막 주변 북아프리카는 처음이다. 이곳은 정말 척박해 보인다. 더 봐야겠다.


탄자냐 주변 바닷가 모래는 하얗고 곱다. 바닷물은 에메랄드 초록색.
다합 바닷가는 돌이 많고 모래는 약간 붉은 색을 띤 굵은 모래가 있다. 바다는 맑고 파~란색.
목줄없는 어슬렁 개들이 많다. 어떤 개는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다. 고양이는 담장 위 그늘에 많다.

다음엔 바닷속 풍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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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 결국하셨네요.
귀 고막 때문에 못하시는 줄 알았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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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고맙습니다.
일단은 했습니다. 블루홀에 다녀왔습니다.
숙제 하나 마친느낌입니다. 왜이러는지는 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