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르니일기, 열 세 번째 이야기]
'너무 사랑하면, 더 쉽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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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3
영화 <러브엑츄얼리>의 많은 에피소드 중에
캐런(앰마톰슨)과 해리(故앨런 릭먼) 부부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오랫동안 서로를 사랑하면서, 아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고 살아온 두 사람이
새로 들어 온 젊고 예쁜 비서때문에 겪게 되는 이야기가 슬프지만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해서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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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만 한 건 사랑이 아니다.
때로는 시고, 때로는 쓴 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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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함께한 부부, 연인들이 늘 달달하기만 한 건 아니다.
때로는 상대방을 너무 잘 알기에 더 쉽게 상처받고, 더 쉽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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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진짜 사랑의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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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한 연인들은 서로를 맞추어 나가면서 다투곤 한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몰라서, 이해하려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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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래 된 연인들은 서로를 잘 알기에 함께 걸어간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알아서, 더 많은 것을 바라기도 하고, 더 많이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하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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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상대방을 너무 잘 알아서,
작은 행동, 표정으로 더 쉽게 상처받고, 더 쉽게 아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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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도 잘 아는 그 사람의 조그만 변화가,
때로는 마치 다른 사람인 된 것같은 이질감을 더 '쉽게'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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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래된 사랑은 더 '쉽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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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캐런은 당연히 자기 선물인 줄로만 알았던 목걸이가 아니라,
늘 그랫듯 평범하고 소박한 선물을 받는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담긴 CD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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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속 Joni Mitchel은 아름답지만 쓸쓸한 목소리로 담담히 사랑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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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every fairy tale comes real (모든 동화가 현실이 되는 것처럼)
I've looked at love that way (난 사랑을 그렇게 봤어)
But now it's just another show (하지만 이제 사랑은 또 다른 쇼)
I've looked at love from both sides now (난 이제 사랑의 양쪽을 봐)
It's love's illusions I recall (내가 기억하는 건 사랑의 환상)
I really don't know love at all (난 사랑을 정말 모르겠어)"
from. Love Actually -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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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만 한 건 사랑이 아니다.
때로는 시고, 때로는 쓴 게 사랑이다. 정말 그렇다.
after. 영화 <러브액츄얼리>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