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에서는 '앉아있는 건 새로운 흡연’(Sitting is the new smoking)'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장시간 앉아있는 습관이 담배처럼 건강에 나쁘기 때문에 계속 몸을 움직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잦은 회식으로 배가 툭 튀어나오고 갈라진 논처럼 푸석푸석한 피부를 가진 아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걷고, 더 움직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웨어러블 기기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지난 밤에 자면서 얼마나 뒤척였는지,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또 오늘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는지를 체크할 수 있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헬스케어와 IT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기업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40%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이고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 자금의 60%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몰리고 있다는 뉴스만 보더라도 이 시장이 지금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창업 아이템 오디션이나 스타트업 아이디어 경진 대회를 가보면 상당수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고 있을 만큼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IT기술이 맞물리면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나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내게 맞는 맞춤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딜로이트는 웨어러블 기기와 앱을 통한 건강 진단 및 운동 관리 시장이 2014년 6조 4,300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24조 7,900억 달러로 4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헬스케어 관련 앱은 16만 5,000개로, 전체 앱 시장의 9%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주피터 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 미국내 헬스케어 앱 다운로드 건수는 4,400만건이며 2016년에는 1억 4,200만건으로 나타났다.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헬스케어 앱을 살펴보면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예방하는 차원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목적이 크다. 특히 주로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은 스마트폰을 통한 앱을 통해 예방적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의료비 지출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헬스케어 모바일 앱은 의료진과 환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미국 비저블헬스(Visible Health)에서 출시한 DrawMD는 의료진이 태블릿PC를 통해 환자에게 질환이나 수술절차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면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또한 Miniatlas Pediatrics는 치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소화기내과, 소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진료과별 대표 질환에 대한 설명을 알기 쉬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현한 모바일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Simply Sayin'은 질환 용어 사전, 삽화, 사진, 오디오, 동영상, 영어-스페인어 전환 기능 등을 의료진이 환아 및 보호자에게 질환, 검사, 수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성 : PHD, PHA, PHI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는 크게 개인건강기기(PHD: Personal Health Device), 개인건강 어플리케이션 PHA(PHA: Personal Health Application), 개인건강정보인 PHI(PHI: Personal Health Information)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PHD는 핏빗(fitbit)이나 나이키 퓨얼밴드(fureband)처럼 특정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을 연동하여 개인의 건강기록이나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정의할 수 있다.
PHA는 삼성전자 갤럭시폰에 내장된 S-헬스, 눔 헬스코치처럼 스마트기기에 내장된 기능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운동량, 식사량, 심박수 등을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눔 헬스코치는 전 세계 3,5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으며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남녀가 주요 고객이다. 또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직원들에게 유료인 눔 프로 앱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PHI는 다양한 채널과 기기를 통해 수집한 개인건강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활용하여 맞춤 정보서비스, 관심사별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류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likeme), 23andme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향후에는 애플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HealthKit)이나 구글핏(Google Fit), 삼성전자 SAMI(Samsung Digital Health Initiative)처럼 개인건강정보(PHI)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디바이스와 스마트기기를 통해 개인의 건강정보를 수집하는 다양한 프로바이더가 참여하는 개방형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들 알다시피 생태계 조성에는 자신이 당장에 얻을 이익보다는 생태계 참여자들간에 서로 믿고 협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특히 헬스케어 시장은 법적 규제가 다른 분야보다 까다롭고 생명을 다루는 업의 특성상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보수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고려한 건강한 헬스케어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