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파주 통일촌 마을에서

in dmz •  7 years ago  (edited)


식당에 가려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바쁜 목소리로) 검문소에서 기다려봐요. 곧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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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를 아무리 다시 쳐도 뭔가 이상했다. 내비게이션은 갈 수 없는 길이라고 반복했다. 마치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지? 하는 듯 점점 짜증을 내는 말투. 우리 앞에는 통일대교라는 긴 다리가 있었고, 그 끝 검문소에서는 잘 생긴 헌병들이 들어오는 차를 모두 확인 중이었다. 무작정 검문소로 들어갔다가 헌병에게 잡혀가면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밥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고 하면 믿어 줄까. 앳되 보이는 군인의 인상은 좋았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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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식당에 전화를 하니, 몇 명인지를 묻고 검문소에서 기다리란다. 직접 나와서 확인해줘야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다. 귀찮음이 실린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내비게이션도 식당 사장님도 모두 짜증을 내던 오후. 우리는 어린이날 유원지에 가는 어린아이처럼, 식당 봉고차를 졸졸 따라가서야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잘생긴 군인 아저씨는 차에 탄 우리 모두의 신분증을 달라 했고, 연락처를 적었다. 그냥 밥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신분증 사진의 뽀샵 정도를 확인하고는 들여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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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밥을 먹고, 통일촌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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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통일촌은 민통선에 위치한 마을 중 하나이다.

민통선(民統線),
교과서나 신문에서만 보았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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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에서 5~20km에 지정된 '민간인통제구역'. 민간인 통제 구역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평일이라서 그런지 마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마치 드라마 세트장처럼 잘 정돈된 마을은 세상모르게 평화롭다. 집집마다 걸려있는 태극기는 봄 볕에 일광욕을 하고, 우체통과 강아지는 민간인이 오자 귀를 쫑긋거리며 꼬리를 한번 흔들어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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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텃밭이 있었고, 교회가 있었고, 작은 상점과 카페와 학교가 있었다. 민간인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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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통일촌 장단콩 마을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길 64
031-953-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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