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in dream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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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말 중 가장 와닿는 말이다. 꿈을 쫓으라는 압박을 하도 주는 사회라 그런가, 이 짤을 본 순간 마음이 편해지면서 "그래 저게 솔직한 말이지."라고 생각했다. 꿈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그것들이 정말 내 꿈이 맞을까?

꿈을 강요하는 사회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을 적어내라는 압박에 '그럴듯한' 직업을 써넣으면서 자신을 속이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 ㅇㅇ하고 싶어 라고 말할 때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건지, '그걸 하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멋지게 보겠지'라는 생각인지 헷갈리고는 한다. 우리는 누구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고 크게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아무리 소신을 지킨다 해도 타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내 욕망이 아닌 것을 쫓는 것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불가항력일 것이다. 다만 그 결과는 오로지 본인의 괴로움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늘 자신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잘 모를 때는 실행에 옮겨보면 알 수 있다. 재밌을 줄 알았는데 재미가 없거나 꿈을 이뤘는데 생각보다 나랑 안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것이 아까워서 혹은 남들 시선 생각하느라 그만두지 못하면 그야말로 남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 라캉

꿈과 현실의 갭을 느낄 때

가장 허무할 때가 내가 원한다고 생각해서 이룬 것이 진짜 원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직면하는 순간이다. 어떤 일 혹은 사람일 수도 있고 가고 싶은 장소일 수도 있다. 좋아한다고 꿈이라고 생각한 그 무언가. 그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래도 나름 즐겁다면 잘 맞는 것일테고 도저히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그만두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0년을 넘게 살면서 내가 좋아한다고 착각한 일들이 있다. 일단 그림이 그랬다. 입시 미술을 하고 내로라하는 미대까지 진학했지만 뭔가 나랑 맞지 않음을 느낄때의 당혹스러움이란. 어떤 것들은 그냥 보고 듣는 것이 좋았던 것도 있다. 만화책이 그랬다.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가를 꿈꿨지만 내가 그렇게 창작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재미를 느낀 것이 코딩이었다.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나는 디자이너가 되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서 결국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래서 절충안을 찾아 웹디자이너가 되었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가 유명한 웹에이전시에 들어갔다. 역시나 '그럴듯한'을 놓지 못한 까닭에서였다. 소속을 싫어하는 내가 그 네임밸류를 갖기 위해 억지로 일을 하며 내 스타일을 잃어갔다.

"남의 부러움을 받고 싶다. "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다. "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

이런 생각들은 죄가 아니다. 다만 '남'을 빼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나의 삶에 다가갈 수 있다. 나는 그런 용기를 제때 내지 못해서 괴로워한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꿈이라고 생각한 일이 별로 재미없다는 걸 알았을 때 인정하기 싫어서 억지로 하기도 했으니까. 내가 꿈꾼 것은 사실 '남들 눈에 비칠 멋진 나'였다는 것을 직시하는 것이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내 밥벌이만 할 수 있다면 남들이 대단하다고 하는 일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특별한 꿈이 없다면 그저 우연히 재밌는 것을 찾았을 때 그것에 집중할 수 있다. 여행을 다닐 때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에 얽매이면 중간에 보물을 발견해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일이 생긴다. 꿈이 없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꿈이 있는 상태보다 박명수의 말처럼 꿈이 없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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