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금융 시장에서 매우 뜨거운 논쟁의 주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의견은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단순히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 자체의 존재 의미와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Exchange-Traded Fund) 승인을 발표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고조되었다. 그러나 이 승인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투자자들과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회의론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암호화폐의 역사와 기원
암호화폐의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인물이 비트코인을 창시하면서 디지털 화폐의 시대가 열렸다. 비트코인은 중앙 권력이나 금융 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 간의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탄생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의 불안한 경제 환경 속에서 중앙은행과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비트코인은 초기에는 소수의 기술자들과 암호학자들 사이에서만 주목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사용 범위와 인지도가 넓어졌다. 2010년대 초반, 몇몇 초기 채택자들이 비트코인을 실제 상품 및 서비스 거래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2010년 5월 22일, 한 프로그래머가 1만 비트코인을 주고 피자 두 판을 구매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이후 ‘비트코인 피자 데이’로 불리며, 비트코인이 실제 경제 활동에 사용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암호화폐의 기술적 측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분산 원장으로, 모든 거래가 여러 컴퓨터에 분산되어 기록된다. 이는 중앙 서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해킹이 어렵고, 데이터의 투명성과 무결성을 보장한다.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는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이러한 블록체인의 한 가지 활용 사례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의 경우, 새로운 비트코인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채굴(mining)’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채굴자들은 높은 연산력을 가진 컴퓨터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며, 그 보상으로 새로운 비트코인을 획득한다. 이 과정은 비트코인의 공급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며, 일정한 속도로 비트코인이 발행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환경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급성장과 변동성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10년간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왔다. 특히, 2017년과 2020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7년의 경우, 비트코인은 한때 2만 달러에 가까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거품’ 논란이 일었지만, 비트코인의 가치는 다시 회복되었고, 2020년 이후에는 더욱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며 새로운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은 전통적인 금융 자산과 비교할 때 매우 크다. 이는 암호화폐가 아직 비교적 신생 자산군으로, 규제와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며, 시장의 성숙도가 낮기 때문이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은 주로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되며, 이로 인해 시장의 감정과 투기적 요인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동성은 암호화폐를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이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보기는 어렵게 만든다.
현물 ETF의 승인과 그 의미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지며, 전통적인 금융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물 ETF는 실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를 의미하며,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ETF의 승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적 수용이 확장되고 있음을 나타내지만, 이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ETF의 승인 자체가 암호화폐의 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을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암호화폐가 진정한 금융 자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전통적인 투자자들의 회의론과 가치투자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특히 전통적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가치투자를 선호하며, 실질적인 가치 창출이 명확하지 않은 자산에 대해 투자를 꺼린다. 가치투자는 자산의 내재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가치가 시장 가격보다 저평가되었을 때 매수하는 전략이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오랜 기간 동안 주식, 부동산,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서 성공을 거둬왔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러한 전통적인 투자 방식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실질적인 현금 흐름이나 배당이 없으며, 그 가치가 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많은 가치투자자들은 암호화폐가 투기적인 자산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워런 버핏이다.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
워런 버핏은 오랫동안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그의 투자 철학은 단순하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버핏은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고,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는 투자 대상이 실제로 어떻게 돈을 벌고, 그 수익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철저히 분석한다.
버핏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해 왔다. 그는 비트코인이 어떠한 생산적인 활동도 하지 않으며, 단지 “기타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에 이를 사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하는” 투기적 자산이라고 비판했다. 워런 버핏은 2018년 주주총회에서 “비트코인은 아마도 쥐약의 제곱일 것"이라고 언급하며,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는 심지어 비트코인을 25달러에 사는 것조차 고려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버핏의 이러한 시각은 그의 투자 철학과 일관성을 보여준다. 그는 자산이 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은 그의 투자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호화폐의 미래와 전망
암호화폐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 잠재력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장기적으로 디지털 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결국 규제 당국의 압력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성공 여부는 주로 규제, 기술 발전, 그리고 시장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 많은 국가들은 암호화폐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암호화폐의 성장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과 에너지 효율성 문제도 암호화폐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암호화폐가 금융 시스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가치 창출 모델과 안정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 자산과의 통합을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ETF와 같은 금융 상품이 그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암호화폐는 혁신적인 기술과 개념을 기반으로 한 신생 자산군이지만, 그에 대한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비관론자들은 이를 투기적인 거품으로 간주하며, 장기적으로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암호화폐가 미래의 금융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립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암호화폐 시장의 성숙도와 규제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그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책 ≪조변의 코인투자 100문 100답≫을 읽다가…
202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