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외계인, 유에포

in essay •  7 years ago  (edited)

아이가 5살이다. 우리나이로 5살이나 이제 겨우 40개월이다. 한창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이고 많은 것들을 설명하고 이야기 해줘야 한다.

나름 신경쓰느라 이런책 저런책 많이 읽혀주고 싶어서 인성동화니 과학, 수학동화니 하는 것들을 읽혀주지만 내가 어렸을 적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우리네 전래동화라 가끔 전래동화책을 보면 아빠인 내가 먼저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은 우연히 도깨비를 물리친 도토리라는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중 문득 엉뚱한 상상력이 발휘되었다. 도깨비라는 것이 실제로 있을리는 만무하고, 설사 그러한 존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깨비라는 존재가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 즉 뿔이 나있고 무서운 얼굴에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금나와라 , 은나와라 하는 존재는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먼저 우리네 도깨비는 어떠한 이미지, 형태를 가지고 우리네 조상들의 삶에 녹아있는가를 보자. 참고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흔히들 어린이 만화, 전래동화 삽화에 그려진 도깨비 즉, 뿔이 있고 이빨이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형상의 도깨비는 전통적인 우리네 도깨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오니.PNG

이는 일본에서 도깨비 정도로 인식되는 요괴, '오니'라는 것이다. 흔히들 알기로는 일제시대에 일본의 오니가 우리네 도깨비로 치환되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정확한 것은 구한말까지 우리 조상들은 우리 도깨비의 형상을 오니와 같다고 여기지는 않았던 듯하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우리조상들이 인식하고 있던 상상하고 있던 도깨비의 이미지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한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무섭지만 친숙하고 어리숙한 면도 있는 존재, 정도가 아닐까 싶다. 분명 사람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신비한 능력과 힘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과 대화하고 어울리길 좋아해서 장난스럽고 오히려 사람에게 속는 일도 있었다.

우리 도깨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도깨비 불, 사람과 직접 대화하고 골탕을 먹인다 하던가 하는 이야기들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옛날 분(요즘으로 따지면) 이셔서 가끔 믿기 힘든 옛날 이야기들을 해주시곤 하신다. 어머니의 아버지(필자의 외할아버지다)는 술을 많이 좋아하셔서 이웃마을에 가셔서 술을 마시고 오시기도 하시는데, 한번은 이웃마을에 잔치가 있어서 밤 늦게까지 술을 거하게 드시고선 귀가하시며 강을 건너는 중 도깨비를 만나 홀려서 밤새 끌려다니다가 초죽음이 되어 새벽녁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귀가하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게 무슨말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 이고 지방농촌에서 사시던 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이해가 아니갈 일도 아니다. 당시 전기불도 생소한 시대이고 이제 막 개화되던 시대라고는 하나 당시 서울이나 큰 도시가 아니면 여전히 시대상은 조선 중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에야 아무도 없는 첩첩산중에 불빛이 나타나면 사람아니면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이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그 시대에 한밤중에 불빛은 난리가 난 것이 아니면 도깨비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

도깨비불.PNG

그렇다면 이제와 현시대에 이르러 도깨비, 도깨비불을 보았다면 어떠한 생각이 들까? 꼭 유에프오가 아닌가 말이다. 도깨비불은 일반적인 물체의 발화현상에 의해 발현되는 불그스레하고 노랗고 환한 불빛이 아니고 푸르스름한 빛, 하얀색 빛 등 다양한 색깔로 발현되고, 심지어는 여섯개의 불빛이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나뉘는 등 기이한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 두고 단순히 이제와 과학적으로 설명해보고자 하는 인골의 인이 발화되었다거나 강둑에서 빛이 명멸하여 반사되었다고 하는 설명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도깨비라는 캐릭터 역시 그렇다. 유에프오(어쨋든 물체)라는 탈 것에는 탄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고 이들이 외계인이든 어떠한 존재이든 존재가 있다면 그들에게 우리는 과학적으로 보아 현시대 뿐만 아니라, 그 시대는 말할 것도 없이 미개하고 원시적인 종족에 불과할 뿐 아니겠는가? 물론 지금에야 과학적으로 진일보하여 만약 그 존재를 직접 만난다면 옛날처럼 도깨비를 만났다던가 신적인 존재로 여기지는 않을 것은 명확하지만 당시에는 워낙 상상력의 폭에 한계가 있어서 도깨비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 우리들의 이러한 한계로 인해 그 존재들은 때때로 맘놓고 우리 조상들 앞에 나타나 장난(?)도 치고 가끔 멋진 요술도 보여주고 했었음직 하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우리 앞에 맘놓고 나타날 수 없게 되어 점차 도깨비가 없어진게 아닐까 하고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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