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Death]

in essay •  7 years ago  (edited)

<녹>
-장예본(남도여중 3학년)

왜 죽음은 발작처럼 예고도 없이 다가오나
왜 죽고 싶은 기분을 기침처럼 숨길 수가 없나

탕, 탕, 탕 꽃망울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들어 터지는데
꽃가루가 총알이라 나는 봄볕에 죽음을 갈망하나

그래 꽃가루가 총알이라서
숨을 쉴 때 마다 폐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나

봄은 따뜻한데 나 혼자가 춥다
꽁꽁 언 피부가 염산 처럼 볕에 녹는다
봄햇살에 녹는 것을 보면 나는 눈사람이었나

누가
나를


중학생이 쓴 시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죽음에 근접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나이가 있어야 죽음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내내 소름이 돋는다.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몸도 마음도.
나의 희망은 파랗게 질려서 얼어가고 내 몸도 추위에 꽁꽁 얼어 쪼그라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늘은 한강에 갔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날씨가 추워 한강이 얼었기에 사람들은 떨어지면 아프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살면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사후세계는 어떨까 궁금해 한 적은 있다.
나이가 들며 죽음과 자주 접하게 되고, 젊다고 건강하다는 생각은 진작에 버렸다.
죽음은 반드시 오기에 필연적으로 고민해보고 마주해야하는 대상이다.
막상 닥쳤을 때 마냥 떨다가 두려워하다가 사라지면 얼마나 아쉬울까.
그래서 난 오늘 죽음을 마주한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1시간 동안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저녁도 든든히 먹었겠다. 한번 돌아보자.
30분이 지나가고... 죽음을 마주했다. 바지가 칼날처럼 쓰라리고 코끝 손끝
발끝은 이미 내 몸을 이탈했다.
무모한 도전은 이내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어 죽을 뻔 했다.
이렇게 죽음은 쉽게 접할 수 있구나.
그냥 편안하게 따닷한 이불 속에 누워있어야겠다. 굳이! 굳이!!
죽음을 마주할 필요는 없는 듯 하다. 아직 죽음을 논하기에는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고 믿고싶다)

어느 새 목요일이다. 내일이 지나면 주말.
이번 한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난과 역경을 주었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렇지만서도 우리는 살아야 겠다.
죽음은 너무 춥기에.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by. 법륜
우리에게는 앞으로 멋지게 늙고 멋지게 살아갈 일이 남아있다.
지나간 과거의 봄꽃은 다 쓸어버리고 새빨갛게 물든 단풍처럼
누구나 다가가서 줍고 싶은 빨간 사람이 되자.
내일은 빨간 불빛이 반짝거리길 바라며...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떡상 가즈아!

내일은 밝은 시 한편 볼 수 있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ㅎㅎ

Nice post

좋은 에세이 잘 읽고 갑니다.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내일은 빨간 불들이 들어오길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