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o Frank 의 집에서 (2015.1월에 씀)

in essay •  7 years ago  (edited)

암스테르담에 가게 되면
Otto Frank의 집에 가 보겠다는 생각은
작년에 우연히 잡지에서 어느 인기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그가 쓴 책이 영화화되어 곧 개봉한다는, 다시 말하면 낚시성 기사였는데
그 낚시질에 내가 낚인 것이다.
기사를 읽고 그 책 내용이 궁금해져서 amazon에서 sample e-book으로 앞부분을 읽어 보았다.
샘플도 꽤 많은 부분이어서 대충 분위기 파악을 한 다음,
곧 영화로 나온다니 출장갈 때 기내상영작으로 나머지 부분을 보면 충분하겠다고 판단되어 읽기를 그만 두었다. (사실 청소년용 책이었다. ^^)

그 후 출장을 가면서
나는 ‘수상한 그녀’를 먼저 눈물 찔찔 흘리며 본 다음,
계획했던대로 동명의 책의 영화화인 ‘The fault in our stars’ 를 보았다.
특별히 좋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
주인공이 남자친구와 암스테르담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간 김에 그들이 Anne Frank 의 집에 가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에
나는 안네 프랑크의 집이 암스테르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암스테르담에 가면 그 집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그 집은 Otto Frank와 그 아내, 두 딸들과 피터네 가족, 그리고 치과의사 프리츠 페퍼,
이렇게 8명이 1942년부터 1944년까지 2년 간 숨어 살았던 집이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그 집은 canal 에 면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책장 뒤 입구를 통해 들어가는 정말 작은 2개 층과 그 위 다락까지,
8명이 숨죽여 2년을 살았던 공간을
관람객들은 줄지어 조용히 엄숙하게 돌아보았다.

그 곳을 들여다 보며
내 가슴을 친 것은
그 secret annex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곳에 걸려있는
(전쟁 후에 찍은)
Otto Frank 의 사진이었다.

악몽과 같은 수용소에서 풀려나와
미친 듯이 아내와 딸들의 행적을 찾았을 그,
그 해 말이 될 때쯤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비참하게 죽고
자신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의 슬픔이,
그냥 수용소에서 죽어 버린 안네의 비참함보다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뒤늦게 전해진 딸의 일기를 출판하는데 온 힘을 쏟았던 그의 남은 일생이 궁금해져
검색을 해 본 결과
그는 같은 아우슈비츠 survivor 와 재혼을 했었고
그 아픈 가슴으로 90세가 넘을 때까지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Otto Frank의 집으로 돌아가보면
Anne Frank house 는 secret annex를 중심으로 그 집을 품고 있던
원래 office 빌딩부터 시작해서 secret annex를 통해
작은 전시 공간과 서점, 카페를 지나 출구로 나오게 된다.

secret annex를 나오면
전시 공간에서
Otto Frank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인터뷰에서 그는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Anne 의 일기장을 뒤늦게 읽고
그가 몰랐던 딸의 내면을 알게 되었다며
“모든 부모는 결국 자식을 그렇게 잘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며 인터뷰를 끝낸다.

자식에 대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그가
나와 비슷한 부모라는 동질감과 동시에,
그렇게 나와 다를 것 없는 부모가
남은 생 동안 끊임없이 마주쳐야했을 커다란 슬픔이
그 집에 남겨져 있는 것을
참담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은 secret annex 의 다락방 창문으로
볼 수 있는 Westerkerk 라는 교회탑이다.
이 교회에는 렘브란트가 묻혀있다고 한다.
이 교회탑은
이웃집 지붕들 외에
secret annex 의 은둔자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거기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Anne 이 자신의 일기를 출판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결심한 계기가,
런던에 망명해 있던 네덜란드 정부의 장관이
전쟁이 끝난 후에 이 시기의 기록을 출판해야 하니까
국민들은 개인적 기록을 잘 남기라는 메세지를 국민들에게 보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전쟁 중에 그런 생각을 하고,
또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나는 나의 생각들을 더 자주, 많이 기록하게 될 것 같다.IMG_033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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