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는 쉬운 이야기

사람들은 말한다.

'네가 그렇게 했기에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거다.'

이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

하지만 적당히 인생을 살아가다 불현듯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마주하게 되었을 때 도망치는 나 같은 타입의 사람은 아마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나날을 산 것은 아니지만, 나의 고민의 대부분은 오해였다.

'그게 아니라. 그런 뜻이 아니라.'
이것은 모든 문장의 첫 머리로 쓰였고, 말로 뱉지 않아도 여전히 내 가슴속에서 맴돌고 있는 문장이었다.

나는 이 가슴속 답답함을 해결해보고자 과거의 나로부터 현재까지의 마음을 돌고 돌았다.
이 여정 속에서는 여러 사람과 상황이 있었지만, 결국 화살은 나를 향했다.

오해는 그들 나름의 이해에서 부터 시작했다.
그들이 이런 어줍잖은 이해를 하게 만든 것은 내가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당신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 것이다.

그저 내 마음을 숨기려고 하는 내가, 이 모든 것을 오해라 칭했을 뿐이다.

이 모든 괴로움의 시작은 나를 모르기 때문 일것이다.
그러다 문득 왜 나는 '내 말'을 하지 않으며, 왜 이런 순간에도 내 말이 무엇인지 알지를 못할까 두려워졌다.

진심은 뭘까?
왜 진심을 꺼낼 수는 없는 걸까.
진심이란게 너무 얄팍하고 추잡스럽기 때문일까.
꺼내놓기란 참으로 나약한 모습이라 그게 나인 것을 인정하기 싫은걸까.
나의 어떤 것을 인정해야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사실 이런 불안함을 드러내지 않고 강한척 하고 살고 있었지만, 요새는 이런 마음들이 자꾸 새어나와 금새 나에게 촉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들통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상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알아달라 소리치는 이중적 태도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어쩌다 한 번씩 조언을 가장한 충고들이 나를 향하기도 하는데, 그 것들은 나의 무의식까지 탓하며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의도에 대해 나무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하면 그건 나의 무의식이기 때문에 모른다하고, 나의 무의식에 악마가 산다했다.

이건 과연 조언인지, 조언을 가장한 충고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싫은 건지 어지럽지만 견뎌보았다. 하지만 그동안 당신이 나에게 뱉은 모든 말들은 이젠, 나의 절대적인 신이 되어 나의 선택을 조롱한다.

당신이 말하는 내 모습은 내가 바라보기에 내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들으라 했다.
다 널 위한 거라고.
너는 꼭 변화해야한다고.

알았다. 알겠어.
근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은 걸까.

모든 것들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데
지금의 나는 왜 나는 나를 위하지 못하는 걸까?

널 미워해.
라고 말해야하는 걸까.
그것이면 끝나는 걸까.
하여튼 나는, 여간 나를 놔주지 않는다.

이런 나를 안타까워하며, 그저 벗어나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기하거나 벗어나는 일이 나를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안다. 나도 안다.
하지만 난 벗어나지 못한다.
당신이 나에 대해 안타까워 할 수록, 내가 이 늪에 머물러 있을 수록 나에 대한 실망까지 더해지지만
벗어나는 것이 끝이 아님을 안다.
그러기에 나의 나약함을 감당하려 한다.

이런 것들이 이 글을 읽게 하는 당신과 이 글을 쓰는 나를 또 한번 답답하게 만들게 될까.
진짜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오는 소리는 무엇일까.
겹겹이 싸인 내 모습을 벗어나는게 우선일까.
이 더러운 공간을 깨끗한 것으로 채워넣어 희석시켜버리는 것이 우선일까.

아무쪼록 당신은,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