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이야기] 우리 우주에 여분의 차원은 존재하는가?

in extrad •  7 years ago 

https://arxiv.org/abs/1801.08160

TOE (대통일장이론)의 이론적 후보 중의 하나로 한 때 활발하게 연구되었던 초끈이론이 그 수학적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공간 차원이 최소 10개는 필요하고, (에드워드 위튼이 발견한 혹은 도입한) duality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11개까지 확장된다 (일반적 모형). 그러나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에서 직접적으로 관측 가능한 시공간 차원은 D = 4이다. 초끈이론에서는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나머지 6개 혹은 7개의 차원은 여분의 차원 (extra dimension)이고, 이들은 관측되기에 너무 작아서, 엄청나게 작은 D = 4 시공간에 칼라비-야우 다양체의 형태로 압축되어 (축소되어) 있고, 그래서 현재 인류의 기술적 수준 혹은 에너지 수준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이론의 토대를 지키려고 한다. 초끈이론에서 이 여분의 차원 혹은 초끈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제안한 에너지 요구 수준은 현재의 LHC가 낼 수 있는 에너지 수준으로는 택도 없을 정도로 (가속기에 비유하자면, 태양계 규모의 가속기가 필요하다...) 크기 때문에, 여분의 차원을 실험적으로 구분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연히, 실험적 증거 부족으로 인해, 대다수의 실험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초끈이론을 TOE의 후보로서 (진지하게) 받아 들이기를 거부하며, 특히 일반 상대성이론과 막대한 관측 데이타가 지배하고 있는 우주론에서는 초끈이론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매우 좁다고 할 수 있다.

최근 1/24자로 Arxiv에 올라 온 Pardo 등이 저술한 논문 (링크 참조)에서는, 작년에 관측된 중력파 (GW170817)와 이 GW 근원이 속한 외부 은하 NGC4993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특성을 분석하였는데, 특히 두 파동의 wave amplitude가 거리에 따라 감쇠하는 양태를 통계적으로 측정 및 비교하여,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시공간이 과연 몇 차원인지 재검증에 나섰다. 거리에 대한 데이타는 각각 중력파와 전자기파의 거리에 대한 power-law 형태의 감쇠에 대한 모형, 그리고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측 소스를 활용하여, 검증 정확도를 높였다. 결론적으로, 두 방법에서 가장 높은 확률로 예측한 우리 우주의 시공간 차원은 D = 4.02 (+0.07,−0.10) (for SHoES) 와 D = 3.98 (+0.07,−0.09) (for Planck)로 측정되었다. 시공간은 자연수여야 하므로, 이 값에 가장 가까운 시공간 차원은 당연히 D = 4다. 공교롭게도, 두 관측 소스에서 추정된 차원은 D = 4로부터 각각 +0.02, -0.02의 uncertainty를 보이지만, co-variance보다는 작은 수준이라, 사실상 D = 4임을 지지하는 것이다.

사실 이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맞다면, '당연히' 그러리라고 예측되는 결과다. 이렇게 당연해 보이는 분석을 왜 했는고 하니, 혹시나, 그간 전자기파의 감쇠 거리에 따른 분석만 해 오다가, 최근 중력파의 존재가 실험적으로 관측되고, 데이타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혹시나 중력파의 감쇠 양태, 즉 감쇠 거리의 변화에서 여분의 차원이 숨어 있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양자중력이론 (quantum gravity) 역시 중력파 만약, 중력파에서 분석된 시공간 차원이 4가 아니라, 5 혹은 더 높은 숫자였다면, 초끈이론에서 주장하는 여분의 차원과 중력장을 매개할 것이라 추정되는 spin = 2인 가상의 입자인 중력자 (중력알, graviton)의 실존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조심스럽게 베이지안 확률론에 입각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력파와 전자기파 데이타 모두 우리 우주가 (어쨌든 관측 가능한 범위에서는), 시공간 차원이 4임을 재확인시켜주고 있고, 따라서 초끈이론이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어울릴 (compatible) 가능성은 더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중력자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관측 결과의 설명을 위해서는 중력자의 수명은 최소한 4.5억년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양자중력이론에서 예측하는 값과는 너무 많은 차이가 난다.

내가 제대로 공부한 물리학은 양자장 이론의 초반부까지여서, 이에 대해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는 무리지만, 대학원 수준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wave mechanics 모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들의 분석을 쉽게 따라갈 수 있고, 읽다 보면 그 자체로 재밌어 보인다.

어쨌든 우리 우주에 '숨어 있는' 여분의 차원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니, 한 편으로는 아쉽다가도,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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