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에게 선녀는 어떤 존재였을까
감히 닿을 수 없는 것을 끌어다내려 품고 살면서
나무꾼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선녀옷을 감추고 살며 불안하지는 않았을까
거짓을 갖고 사랑을 한다는게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선녀에게 선녀옷은 단지 옷만은 아니란 생각.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수단 = 흙에 발 딛고 사는 보통의 평범한 삶에서 날개옷을 걸침으로써
전혀 다른 존재(격이 한단계 높은)가 되어 본래의 귀한 삶으로 돌아간다. 회귀. 상승.
하지만 목욕을 굳이 지상에서 한다는 건 하늘나라의 삶만으로는 충족되지 못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
선녀들만 내려와 목욕을 하고 다시 올라간다는 것은 일종의 금기일 가능성이 있으며, 작은 일탈의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생각(대단한 일탈은 아닌 것이, 선녀라면 누구나 목욕을 하곤 했기에 사슴(또는 노루)가 정형화된 패턴을 인지하고 나무꾼에게 가르쳐 준 것)
무엇보다도 내가 궁금한 건 선녀는 날개옷을 나무꾼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case 1. 알았다.
나무꾼이 날개옷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제안을 한 경우. 가령 "날개옷은 내가 숨겼어요. 미안하지만 줄 수 없어요. 나와 함께 살아요." 이 말을 들은 선녀의 반응은 (어쩔 수 없지만 한편으론 잘된 일일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며 순진한 나무꾼의 제안을 선녀가 이 땅에 머무를 수 있는 명분으로 삼았을 수도 있음. 후에 언젠가 하늘로 돌아갈 떄의 면책사유. 처벌을 피하기 위한.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말해도 날개옷을 돌려주지 않는 나무꾼 - 안되유.. 줄 수 없어유.. 미안해유 - 을 원망하며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몸을 의탁했는지도)
case 2. 몰랐다.
몰랐다면 이 때의 나무꾼은 그야말로 갈 곳 없이 곤경에 빠진 선녀를 구해준 어리숙한 은인으로 선녀로서는 나무꾼을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을 것. 알몸의 선녀가 산 속을 벗어나 어디로 갈 수 있었겠는가, 길도 모르는 처지에. 자연스레 나무꾼에게 신세를 의탁하며 같이 살게 되었고, 남녀의 정을 알게 되어(그 전까지 하늘나라에서 만난 정인은 없다는 전제. 이야기 전체를 보아도 아예 언급이 없으므로. 후에 하늘나라로 돌아간 뒤 선녀를 쫒아간 나무꾼과 다시 만나 하늘나라에서의 삶을 누리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만일 나무꾼 이전의 정인이 있었다면 새로운 갈등 국면이 나타났을 것. 땅으로 내려가 실종됬던 애인이 가족을 데리고 나타나다..)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함께 살며, 인간적인 삶을 받아들이고 즐거움을 알아가던 차에, 뒤늦게 날개옷의 존재를 밝힌 남편. 이에 대한 원망? 용서? 화해? 증오? 이해?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선녀의 결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에 재결합하는 선녀와 나무꾼 부부. 이래서 정이 무서운 걸까.
하늘나라에서의 삶과 땅에서의 삶의 차이는?
그런데 사슴(노루)은 과연 누구?
정말 선녀는 아무것도 몰랐을까?
<알 수 없는 마음>
chapter 1.
선녀는 맹세코, 태어나 선적에 든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금기를 어겨본 적이 없었다. 선녀 중 제일 막내로서 손윗 선녀들의 온갖 지시에도 불평 한 마디없이 묵묵히 따랐고 그럼에도 늘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기에 선녀장은 늘 그녀를 아끼고 딸처럼 보살펴 주었다. 그로 인해 손윗 선녀들의 구박이 조금 더 심해졌다하더라도 선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잘 넘기려 애를 썼다.
선녀에게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정식으로 품계를 달게 되면 멋진 이름과 그에 걸맞는 직책이 내려와 선녀도 본격적으로 하늘의 일을 관장하게 되기에, 선녀는 늘 보름달을 바라보며 달님에게 소원을 빌곤 했다. '달님, 어서 저도 멋진 이름을 얻고 제 일을 맡고 싶답니다.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러던 어느 날, 손윗 선녀들이 어쩐 일인지 그녀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얘, 막내야, 우리 오늘 밤 다같이 목욕하러 갈건데 너도 같지 가지 않으련?"
선녀는 갑작스런 다정한 목소리에 놀라면서도 드디어 언니들이 자신에게도 말을 걸어주었다는 사실에 기뻐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했다.
"네, 좋아요. 저도 같이 가겠어요."
"좋아, 그럼 오늘 밤 달이 뜨면 뒤편 언덕으로 와. 그런데 날개옷을 꼭 챙겨와야 될거야."
선녀는 날개옷을 챙겨오란 말에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단지 조금 멀리 가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얼른 대답을 했다.
"알겠어요. 날개옷을 챙겨서 언덕으로 갈께요. 고마워요."
무엇이 고맙다는 건지 자신도 모를 일이었지만 먼저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준 것만으로도 기뻐서 선녀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오늘 밤 외출에 늦지 않기 위해 남은 옷감을 마저 짜러 걸음을 서둘렀다.
그리고 밤이 되어 달이 밝았다.
종종걸음으로 발걸음을 서두르며 선녀는 언덕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전에 보지 못한 처음 보는 낯선 선녀들도 몇몇 있었고 긴장된 마음에 목례를 건네며 선녀는 손윗선녀들을 찾았다.
"언니, 저 왔어요."
행여 낮의 다정함 대신 평소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듣게 될까 조심스레 말을 건네니, 다행히도 웃음을 지으며 말을 받아주었다.
"응, 왔구나. 늦지 않게 와서 다행이네. 하마터면 우리 먼저 가게 될 뻔 했지 뭐야~ 자, 이리와. 날개옷 입고 내 뒤만 따라오면 돼."
그런데 급히 날개옷을 걸치고 손윗선녀들을 바라보니 하나, 둘 언덕 아래 탁 트인 밤하늘로 훨훨 날아가는 게 아닌가.
"잘 따라와야 돼. 놓치면 나도 몰라~ 까르르르~"
'어디로 가는 거지? 저 아래로 내려가면 안되는데.. 혹시 땅으로 가는 건가? 어떻하지?'
선녀들에게는 많은 금기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허락없이 땅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하늘의 존재가 땅으로 내려가 땅을 밟는 순간 생기는 혼돈으로 인하여 반드시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 정해진 절차를 통해 땅으로 내려가는 것만이 허용되며, 평소 이에 대하여 한 점 의혹도 갖고 있지 않던 선녀였기에 지금의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알게된 언니들의 다정함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에 망설이면서도 몸을 움직여 손윗선녀들의 뒤를 조심 조심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밤하늘 가득한 별빛 받으며 아름다운 호를 그리는 선녀들의 비행은 마침내, 지상 어느 산 속 깊은 샘터까지 이어져 내려와, 적막한 산 속을 구슬같은 목소리로 채우며 그러나 소란스럽지는 않게, 선녀들은 샘 가의 바윗돌들 위에 차례로 내려섰다. 그리고 그 중에는 발그란 볼로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막내 선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장이 콩닥콩닥거렸다. 머릿 속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여기는 어딜까? 정말 땅 위에 내려온 걸까? 그런데 왜 다른 언니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걸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샘 가에 둘러선 선녀들이 하나 둘 날개옷을 벗으며, 하얗게 빛나는 나신 그대로 깔깔깔 소녀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물 속으로 몸을 담그는 모습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손윗선녀들의 재촉.
"이것아, 여기까지 와서 뭐하는 거야. 얼른 이리 들어와! 호호"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선녀의 날개옷을 벗겨 뒤편에 내려놓고 손을 잡아끌며 같이 물 속으로 들어가는 언니들. 선녀는 차가운 물 속에 온 몸을 담그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고 두려운 눈으로 언니들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되돌아온건 왠지 모를 차가운 면박이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굴 필요 없어. 막내야."
"애 좀 봐. 여기까지 와서도 꼭 소 눈 뜬 마냥 꿈뻑꿈뻑이야. 글쎄. 호호호."
"그러지들 말아. 막내야~ 이리와봐. 우리는 이렇게 보름달이 뜰 때면 이 곳에 내려와 목욕을 한단다. 우리가 무슨 대단한 잘못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는 할 수 없는 걸 잠깐 하다갈 뿐이야. 어때 막내야? 목욕해보니 기분이 좋지 않아?"
사실 이렇게 다같이 시원한 물에 머리를 풀고 몸을 담그고 있으려니 꼭 땅위의 어린 계집아이들 시냇가에서 멱감는 기분이라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기에, 선녀는 조금 표정을 풀고 언니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언니들의 즐거운 얼굴에 점차 선녀의 마음도 걱정 대신 편안함을 느끼며 목욕을 즐기게 되었다.
다만 언니들의 미소에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야릇한 무엇이 있었는데 그때의 선녀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고 지금도 무언가 안좋은 느낌으로만 간직할 뿐 그녀들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얼마간 지났을까, 달이 기울며 시간이 지남을 알리고 선녀들은 즐거운 시간을 뒤로 한 채, 물 밖으로 나가 몸을 정돈하며 날개옷을 갖춰 입기 시작했다. 선녀 또한 그런 언니들을 따라 옷을 차려 입고자 걸음을 옮기는데, 아뿔사! 분명 이쯤이라고 생각했던 바위뒤 풀섶에는 선녀의 날개옷이 흔적없이 사라져 있었다. 조심스레 움츠려 몸을 가리며 옷을 찾지만, 여기가 맞는데 싶으면서도 날개옷은 온데 간데 없었고, 당황한 선녀는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언니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언니들은 한껏 정돈된 의관으로 한걸음 멀찌기 서서 선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낮에 보였던 미소는 어디 갔는지 차가운 유리같은 눈으로 선녀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뭐하고 있는 거니, 막내야? 철딱서니없이 물 속에 들어가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아무렇게나 옷을 놓아둔거니?"
"이제 우리도 돌아가야될 시간이야. 더이상 널 기다려줄 수는 없으니 너는 남아서 네 날개옷을 잘 찾아보도록 해. 선녀장님께는 내가 잘 말씀드릴테니까."
"천천히 찾으면 찾을 수 있을거야. 먼저 가 있을께. 막내야."
...
뚝 뚝. 눈물이 났다. 내가 뭐 그리 잘못한 게 있다고. 내가 뭐 그리 모자르다고.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고 정말 아무것도 모를거라 생각하는 걸까. 나 이제 어떻하나. 날개옷 잃고 하늘로 못가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밤 깊은 산에 별빛은 다 스러져 이제는 어디가 샘인지 어디가 숲인지 발 한걸음 내딛으면 천길 낭떠러지 같은데. 나 이제 어떻하나.
선녀는 서럽게 울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간 참아온 감정이 터져 물길처럼 흘러내렸다. 그렇게 주저앉아 울고 있는 선녀에게 누군가 말을 건넸다.
"저, 괜찮으면 이것 좀 걸치시오."
어둔 풀 섶 주저앉은 자신에게 말을 건 낯선 목소리에 선녀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눈물범벅인 얼굴을 드니 저만치 떨어져서 고개를 돌린 사내의 인영이 보였다. 휙! 당황을 느낄 새도 없이 옷저고리가 날아왔다. 움츠린 몸 그대로 얼추 두르고서 다시 고개를 드니 사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우연히 이 길을 지나가다 당신을 보았소. 어떤 사정인지 모르나 내 도울 수 있으면 돕고 싶소."
알지 못하는 곳에서 만난 알지 못하는 사내였다. 한껏 경계하는 선녀의 마음은 그러나 잠시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어찌할 수가 없음을 깨닫고,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은 자신을 다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사내에게 답을 했다.
"길을 잃었어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머지 않은 곳에 우리 집이 있으니 나와 함께 가는게 어떻겠소. 비록 작고 누추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이 곳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주저앉은 다리를 펴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선녀는 머리 속이 핑 돌며 다리를 주춤했다.
사내는 저벅저벅 다가와 등을 돌렸다.
"여기 앉으시오."
나무로 만든 지게. 허름한 저고리를 내주고 등을 돌려 지게에 앉으라 하는 사내였다. 하지만 선녀는 그 밤 가득한 산 속 샘가에서 왠지 모를 온기를 느끼며 사내의 등에 몸을 기댔다. 휘적 휘적거리며 선녀를 등에 진 사내는 산길을 조심스레 내려갔고 사내는 자신을 '나무꾼'이라 했다.
chapter 2.
그 뒤로 선녀는 다른 선녀들을 본 적이 없었다. 하늘의 그 누구도 선녀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 처음엔 원망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에서의 삶과 너무나도 다른 땅에서의 삶에 적응하게 되었고, 이제는 아무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마음을 품은 스스로를 느끼는 때도 있었다. 우연히 찾아들은 나무꾼의 집에 머물며 그 안에서의 생활을 받아들여 어느샌가 나무꾼을 지아비라 칭하며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고, 토끼같은 자식을 낳아 아이 둘을 키우게 되었다. 이제는 산에 나무를 하러 들어간 나무꾼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함께 뒷산 언덕배기에 나물을 뜯는 소소함에 즐거움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만 선녀가 땅에서 살게 된 후로 버릇이 하나 생겼는데, 그것은 보름달 훤한 밤이면 마당에 내려와 물끄러미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느 밤이었을까, 그날따라 잠이 채 들지않아 뒤척이다가 잠깐 목을 축이려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던 선녀의 눈에 밤하늘 가득 밝힌 보름달이 들어왔다. 그 날부터였을까? 선녀는 보름달을 기다렸다가 달 밝은 밤이면 마당에 나와 하염없이 달님을 바라보고는 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소곤소곤 말을 건네는듯 속삭였지만 들리지 않는 탓에 나무꾼은 그저 아내의 애처로운 뒷모습을 눈에 담으며 잠자리를 재촉할 뿐이었다.
하지만 나무꾼이 왜 아내의 혼잣말을 못알아 듣겠는가. 다 자신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을. 그 때 나무꾼이 사슴의 말만 듣지 않았어도 하늘나라 선녀가 자신의 곁에 머물지는 않았을텐데. 자신이 색시를 얻고 싶은 마음에 욕심부리지 않았다면 지금 보름달 밝은 밤에 물끄러미 밤하늘 바라보는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텐데.
문득 날개옷 생각이 났다. 처음 감추어 선녀를 아내로 맞이하게 된 뒤, 꼭꼭 숨겨놓아 마음 속에서 머릿 속에서 지우고 지워 없던 것처럼 여겼던 그 옷. 그 옷이 있다면 아내가 하늘나라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내 가슴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덜어질 수 있을지도.
말을 꺼낼 방법이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뒷마당 깊숙히 묻은 장독 꺼내다 그 안에 고이 개놓은 날개옷을 꺼내어 보니,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여보, 그동안 날개옷이 없어져서 많이 속상했잖소? 사실 내가 가지고 있었다오.', '내 새벽에 희한한 꿈을 꾸고 급히 뒷산에 올라가보니 이 날개옷이 놓여있지 않겠소? 참 신기한 일이라오.', '내 오늘 나뭇짐이 잘 되어 마침 장이 서는 날이라 장에 가서 당신 날개옷과 비슷한 옷을 사왔지 뭐요, 함 입어보시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처음 날개옷을 숨긴 건 자신이요, 그동안 모른체 해온 것도 자신인데, 이제와서 떳떳한 채 여기 날개옷이 있소, 하며 건넬 자신이 나무꾼에게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정말 목숨보다 소중한 아내에게 또다시 거짓을 말할 자신이 없었다. 나무꾼은 고민 끝에 이제는 아이 둘을 낳은 아내를 믿기로 했다. 처음 샘터로 가서 날개옷을 숨긴 나무꾼에게 사슴은 신신당부를 했었다. '절대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는 날개옷을 되돌려주어서는 안되요.' 하지만 이제 나무꾼은 더이상 아내의 애처로운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리고 이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어 그 날 밤 아내에게 조용히 날개옷을 건넸다.
선녀는 날개옷을 보는 순간 벼락을 맞는 것 같았다. 그동안 그렇게도 찾아헤매던 자신의 날개옷이었다. 한 눈에 날개옷을 알아본 선녀는 그 옷을 들고있는 나무꾼의 눈에서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왜 자신이 그 날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는지. 왜 그 날 나무꾼을 만나 이렇게 땅에서 살게 되었는지.
선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여보.."
"왜 이제야 이 옷을 돌려주는 건가요.. 차라리 끝까지 모른체 할 것을.. 바보같은 사람."
"미안하오.. 내가 못나서, 이 옷을 숨겨서, 그렇게 당신을 만났다오.. 미안하오.."
어느새 나무꾼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지만, 나무꾼은 왠지 울고있는 아내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더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선녀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날 그 때로 돌아가서 처음 날개옷을 잃어버린 때를 생각했고, 냉정하게 돌아가버린 언니들을 생각했다. 하늘에서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줄 선녀장의 얼굴을 떠올렸고, 단조롭지만 소중한 하늘에서의 생활을 떠올렸다. 또 목욕을 했던 샘을 떠올렸다. 옷이 없어 마음이 무너지던 때도 생각났다. 그 깊은 산속 밤에서의 절망감도 떠올렸고, 그 때 자신 앞에 나타났던 나무꾼도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 그렇게 땅 위에 내려와 맞이했던 초가집에서의 낯선 밤이 생각났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 생각이 났다. 맞다, 내 아이들. 어디 있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들. 지금 자고 있나? 꿈나라에서 놀고 있을까? 낮에 그렇게 뛰어놀더니. 어느 새 미소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선녀는 흠칫 놀랐다. 그리고 방 한 켠에 사이좋게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눈물이 멈춰있었다. 하고 싶은 말도 물어보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선녀는 꾹 참기로 했다. 시간이 많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일까. 선녀는 서두르기로 했다.
덥석.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나무꾼을 두고 선녀는 지아비가 건내 주는 날개옷을 받아 서둘러 걸쳐보았다. 그리고 한바퀴 돌아보았다. 사르륵. 부드럽게 펼쳐지는 부채살 같은 치마자락이 다리에 감기며 오래 전 입었던 자신의 날개옷임을 알게 해주었고, 선녀는 드디어 자신의 날개옷을 입은 채, 아이들에게 다가가 아직 잠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양쪽 옆구리에 안아들었다.
"여보, 지금 뭐하는 거요?, 이 밤에 어딜 나가는게요?"
당황 속에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는 나무꾼을 뒤로 한채 선녀는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가 한 발을 내딛었고, 그대로 허공에 몸을 기댄채, 선녀는 잠든 두 아이와 함께 하늘로 사라졌다.
아무 말도 없이,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서.
첫 글이시군요. 반갑습니다.
#kr 태그를 달지 않으시면 한국어 사용자에게 글이 잘 노출되지 않습니다.
스팀잇에 익숙해지실 때까지 #kr-newbie 태그를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jjangjjangman 태그를 다시면 좋은 분이 오셔서 보팅을 해 주실겁니다.
#kr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태그 목록은 @myfan 님의 태그 정리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지스팀잇 가이드북 을 보시면 앞으로 스팀잇 활동하시는데 도움이 되실겁니다.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
조언 감사합니다. 가이드북 꼭 읽어봐야겠네요. ^^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
Congratulations @azzzy!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