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브라이어 로즈」 번역 출간 프로젝트 텀블벅 오픈했습니다. 후원에 참여해 주세요.(2019년 7월 2일 마감)

in fairytale •  5 years ago 

 

"동화는 속담이나 우화와 마찬가지로 가장 단순한 형태로 가장 중요한 원칙들을 다룬다. 선과 악, 상식과 유머 감각, 고상함과 부조리, 기쁨과 고통, 성공과 실패라는 통찰있는 교훈들을 전달하며, 눈에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힘들, 삶과 죽음, 불멸 등 보편적인 세계를 이야기한다."
-빅토리아 시대 작가 줄리아나 유잉Juliana Horatia Ewing
"동화는 보다 더 현실적이다. 용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용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영국 소설가 닐 게이먼Neil Gaiman

2013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동적인 동화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었습니다(물론 귀를 사로잡은 메인테마곡 'Let it Go'도 빼놓은 순 없겠죠). 현실 세계에서 벗어난 머나먼 왕국이라는 환상적인 시공간적 배경에서 왕자와 공주, 선과 악, 해피엔딩, 마법, 트롤 등 동화를 이루는 요소들이 빚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 잔치에 관객들은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동화의 힘이겠죠.

<겨울왕국>의 현대판 ‘공주’는 자신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가지만, 그림형제나 샤를 페로의 고전 동화에 나오는 '공주들'은 왕자를 만나 불행한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는 수동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런 수동적인 공주의 대명사 하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또는 미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후사가 없어 불행한 왕국의 부부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공주가 사악한 요정의 마법에 걸려 100년 동안 잠이 들게 되고, 운명처럼 이끌린 왕자가 공주의 잠을 깨워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잠자는 공주의 이야기는 이후 <슈렉>(드림웍스)과 <말리피센트>(디즈니)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패러디 되거나 변주되어 관객들과 만나고, 신데렐라와 잠자는 공주를 연상케 하는 여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는 여전히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뻔한 이야기에 불과한 것 같아도 그런 동화적 환상을 마음 한켠에 품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 형제나 샤를 페로가 쓴 원작 『Briar Rose』나 『The Sleeping Beauty in the Woods』를 찾아서 읽어 봅니다. 그러나 읽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줄거리만 대강 써 놓은 것처럼 성인이 읽기에는 이야기가 매우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왕비는 어떤 이유로 아이를 가졌고, 공주의 세례식과 사악한 요정의 모습은 어땠으며, 왕의 포고문은 무슨 내용이며, 공주의 생일잔치와 잠의 마법에 빠진 성 안 모습이 어땠을지를 몇 줄의 문장만 읽고 독자는 그 장면을 직접 머리속에서 재창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대신 이 동화를 맛깔나게 말해주는 이야기꾼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고맙게도 이미 100년 전에 우리의 이런 바람을 들어준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 이름도 생소한 작가 C. S. 에반스Charles Seddon Evans(1883-1944)는 원작의 플롯에다 디테일의 마법을 부려 화석처럼 뼈대만 있는 그림 형제의 『Briar Rose』에 풍부한 묘사와 대사를 꽉 채워서 새로운 동화 한 편을 완성해 냈습니다. 거기에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일러스트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아서 래컴Arthur Rackham(1867-1939)의 삽화까지 어우러지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다채롭고 생생한 '잠자는 숲 속 공주' 브라이어 로즈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면?


1792년 로버트 샘버Robert Samber(1682-1745)가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La Belle au bois dormant』를 번역하여 영국에 처음 소개하였다. C.S.에반스는 샤를 페로의 동화를 확장하면서도 왕자의 어머니가 손주들을 재료로 저녁요리를 하라는 잔인한 내용을 삭제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림 형제 동화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 공주에게 '브라이어 로즈(Briar Rose)'라는 이름을 주고,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 행복한 결혼식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을 낸다. 그는 공주의 세례식에 나온 요리, 열세 번째 요정의 원한을 풀 해결책을 찾기 위한 마법책, 그리고 요정들이 공주에게 준 많은 선물 등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덧붙여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긴 잠에 빠진 아름다운 공주가 왕자를 만나 깨어난다는 이 동화는 긴 겨울을 지나 대지에 봄이 소생하는 비유로 해석하기도 한다.

👸 그림 형제의 동화와 어떻게 다른가

C. S. 에반스는 원작의 흐름에 충실하면서 그 공백을 개연성 있는 상황과 사건들로 채워갑니다. 그럼 작품 서두에 왕비와 개구리가 만나는 장면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비교해 볼까요? 먼저 그림형제 동화의 내용입니다.

왕비가 목욕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개구리 한 마리가 물에서 땅으로 엉금엉금 기어나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왕비님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1년이 가기 전에 왕비님은 공주님을 세상에 보일 것입니다.”


작가는 이 4문장을 가지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마법을 부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비가 목욕하러 갔을 때였다. 시녀를 물린 왕비는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 물속에 몸을 담근 채 물 위에 떨어진 들장미 꽃잎들을 가지고 하릴없이 장난을 치며 놀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개굴개굴하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비님, 기운 내세요. 당신의 가장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질 겁니다.”
“거기 누구세요?”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자 흠칫 놀란 왕비가 소리쳤다.
“뒤를 보십시오. 저는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을 뿐이니 겁내지 마세요.”
왕비가 뒤를 돌아보자 커다란 개구리 한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왕비는 차갑고 축축한 개구리가 무서웠다. 하지만 천성으로 보나 자란 환경으로 보나 무척 예의가 바른 사람인지라, 겉으로는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몸이 살짝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 한번 말씀해 보세요, 개구리 선생님.” 왕비가 말했다. “당신이 알고 있다는 내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가요?”
“작고 귀여운 아이를 갖는 것이지요.” 개구리가 대답하자 왕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잘 알고 있습죠.” 개구리가 계속 말했다. “창가의 저 아몬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초록 잎들이 보이시나요?”
“네, 보이긴 합니다.” 왕비가 의아한 말투로 대답했다.
“저 잎들은 점점 색이 바래고 시들다가 겨울바람이 불면 전부 다 떨어지고 말 거예요. 그러면 가지만 앙상하게 남게 되겠지요. 하지만 봄이 찾아오면 다시 잎이 돋기도 전에 그 가지에는 분홍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거예요. 바로 그 꽃을 왕비님께선 품에 안겨 있는 아기에게 보여주게 될 겁니다.”

왕비가 목욕을 하는 모습이라던가 개구리와의 만남, 그리고 그 대화가 물흐르듯이 진행되면서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 매력적인 씬스틸러, 사악한 열 세번째 요정

사람들은 착하고 멋진 주인공보다는 매력적인 악당에 더 열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배트맨 3부작 중 하나인 영화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조커'입니다. 조커가 누군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영상 한 편을 보겠습니다.

https://youtu.be/FYxygEIWCzE

고담시의 정의로운 검사 하비 덴트을 잡으려고 조커(히스 레저)가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이 주최한 파티장에 난입하여 행패를 부리는 장면입니다. 그 유명한 대사, "Why so serious?"를 내뱉으며 신들린듯 쏟아내는 광기어린 연기로 관객들을 휘어잡았습니다.

C. S. 에반스가 창조한 <브라이어 로즈>에서도 조커 못지 않은 광기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바로 공주의 세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열세 번째 요정인데요. 원작에서는 자신을 무시한 왕에게 뿔난 요정이 투정부리듯 저주하고 연회장을 떠나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요정은 조커처럼 까마귀가 우는 듯한 섬뜩한 말투로 좌중을 협박합니다.

하지만 잔치의 흥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까마귀 울음소리처럼 거친 고함이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진 것이다.
“귀족 나리들, 지금 맘껏 즐겨 두시오.” 목소리가 소리쳤다. “웃을 수 있을 때 실컷 웃어 두시되, 웃음 뒤엔 눈물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화려한 군중들 사이로 정적이 내려앉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왕비는 몸을 떨었고, 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문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괴이한 손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이가 들어 허리가 반쯤 꼬부라진 노파였다. 헝클어진 백발은 어깨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었고, 분노로 일그러진 창백한 얼굴에, 초록색 눈은 독기로 빛나고 있었다.
Laugh while you may, but remember that tears may follow laughter.

이후에도 작가는 요정의 독기오른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여 싸늘하게 식어버린 연회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킵니다.

👸 작가, 개그 욕심을 내다

원작에서는 열세 번째 요정의 저주가 시작되고 나서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를 드리우지만, C. S. 에반스는 왕, 마법사 등 깨알 같은 감초들을 투입하여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장면을 연출하여 독자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냅니다.

왕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왕복 대신 실내복 차림으로 의회에 참석했고, 그 모습에 신하들이 웃음을 터뜨려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왕은 먼저 늙은 요정의 원한을 풀 방법을 알려 주는 이에게 후한 상금을 내걸었다. 그러고는 왕국 안팎의 마법사들을 모조리 불러들였다. 마법사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턱수염이 바닥을 쓸고 다닐 정도로 긴 자들도 있었고, 수염이 아예 한 가닥도 없는 자들도 있었다.
“마음을 편히 가지시오. 왕국 내에서 물레는 그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내 손을 다 써 두었소. 그러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게요.” 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껄껄 웃으며 각료 회의에 참석하러 가버렸다. 하지만 왕비는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이야기 곳곳에 뿌려진 삽화의 향연

이 작품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아서 래컴의 오리지널 삽화입니다. 무려 50여 컷이 넘는 아기자기한 삽화가 본문에 실리기 때문에 그림만 봐도 눈이 즐겁고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줍니다. 그중에 몇 컷만 맛보기로 소개합니다.

이밖에도 다른 화가의 삽화와 회화 작품을 더 실을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전자책 안내

1. 원서 제목 : The Sleeping Beauty(1920년)

The Sleeping Beauty. Told by C.S. Evans and illustrated by Arthur Rackham. London: William Heinemann, [1920]

2. 번역서 제목: 브라이어 로즈
3. 형식 : 전자책(PDF 파일)
4. 분량 : 약150쪽(B6,127mm X 188mm기준)
5. 표지 디자인

6. 목차

들어가는 말 
제1화 간절한 소원 
제2화 공주가 태어나다 
제3화 세례식에 찾아온 불청객 
제4화 불길한 예언 
제5화 지혜로운 마법사 
제6화 물레를 불태워라 
제7화 공주의 열다섯 번째 생일 
제8화 잠의 저주 
제9화 용감한 왕자 
제10화 공주를 찾다 
제11화 축복의 약혼식
'브라이어 로즈' 더 읽기
-그림형제
-월터 크레인
-알프레드 테니슨
'브라이어 로즈'에 나타난 상징분석
작가 및 옮긴이 소개
출판사 소개 

자세한 내용은 텀블벅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https://www.tumblbug.com/bri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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