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속담 #14] 빛 좋은 개살구

청계초등학교에는 민수라는 학생이 다니고 있었어요. 민수는 반에서 가장 목소리가 크고 늘 친구들에게 많이 아는 척하면서 자랑하곤 했어요. 그날도 민수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떠들었어요.

“얘들아, 내가 어제 TV에서 봤는데 상어는 하루에 물고기를 100마리나 잡아먹는대!”

민수는 친구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했어요. 친구들은 민수가 무언가를 말할 때마다 “우와!” 하고 감탄했죠. 사실 민수가 말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정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민수는 조금 과장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항상 자신만만했답니다.
민수네 반에는 유리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유리는 아주 똑똑하고 차분한 아이였어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질문하실 때만 조용히 손을 들고 대답하는 편이었죠. 유리는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랑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민수처럼 주목받는 일이 많지 않았지요.
어느 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말했어요.

“얘들아, 다음 주에 시험이 있을 거야. 그동안 배운 걸 잘 복습하고 오렴.”

친구들은 시험이라는 말에 걱정하기 시작했어요. 반면 민수는 웃으면서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시험. 그깟 시험쯤이야, 별거 아니지! 난 이미 다 알고 있거든? 복습할 필요도 없겠는걸!”

민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보였어요. 민수는 친구들에게 자신은 반드시 100점을 받을 거라며 떠들었어요. 유리는 민수와 달랐어요. 유리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책상에 앉아 조용히 노트를 펴고 그동안 배운 내용을 하나하나 복습했어요. 유리는 시험이 어렵지 않더라도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드디어 시험 날이 다가왔어요. 민수는 시험지를 보며 자신만만한 얼굴로 연필을 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민수의 얼굴이 점점 찌푸려지기 시작했어요. 시험 문제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던 거예요. 민수의 옆에 앉은 유리는 조용히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었어요. 유리는 복습했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떠올라 문제를 척척 풀 수 있었어요.
시험이 끝난 후, 민수는 조금 걱정되었지만 여전히 친구들 앞에서 큰소리쳤어요.

“문제가 어렵긴 했지만, 꽤 잘 본 거 같아! 100점은 아니어도 90점은 넘었을걸!”

며칠 후, 시험 결과가 나왔어요. 선생님이 점수를 나눠주며 말씀하셨어요.

“이번 시험에서 1등을 한 친구는 유리입니다! 유리는 100점을 맞았어요. 정말 잘했어요!”

유리는 쑥스러워하며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인사했어요. 친구들은 모두 유리에게 박수를 쳐주었어요. 하지만 민수는 점수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뭐? 60점? 이게 말이 돼?”

민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험지를 들여다봤어요. 그날 점심시간, 민수는 친구들에게 다가가 자랑하던 때와는 다르게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친구들이 민수에게 다가와 물었어요.

“민수야, 이번 시험d[tk 100점 맞는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조금 실수를 했나 봐. 다음번엔 더 잘할 거야.”

민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그때 유리가 조용히 다가와 민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민수야, 다음 시험 때 같이 공부할래? 함께 복습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민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래, 그럼 같이 하자! 나도 이번엔 열심히 할 거야.”

그 모습을 보고 선생님께서 말했어요.

“겉은 예쁘지만, 맛이 없는 개살구라는 열매가 있어. 사람들은 겉은 멋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을 때 ‘빛 좋은 개살구’라고 표현을 한단다. 민수야, 넌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내면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 그래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그런 뜻이었군요. 겉만 반짝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이제부터는 겉보다 속이 튼튼한 사람이 될 거예요!”

그날 이후로 민수는 예전처럼 자랑하거나 떠들어대지 않았어요. 진짜 중요한 것을 배우기 위해 유리와 함께 열심히 공부하게 시작했죠. 친구들은 민수가 변한 모습을 보며 응원해 주었고, 모두 내면이 튼튼한 사람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