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이 책을 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저 같은 한국 남성들에게 제발 페미니즘 공부 좀 하자는 겁니다. 책 제목을 <<도태남이 되지 않기 위한 페미니즘 하한선>>으로 정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어느정도 현실 인식이 되는 남성분들이라면 앞으로 사회는 여성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건 잘 알고 계실겁니다. 그런 사회변화에 맞추지 못하는 남성들은 도태되겠죠. 성평등, 페미니즘은 전세계적 시대 흐름입니다.
물론 이 책을 돈 주고 사서 읽는 남자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훨씬 독서량이 떨어지니까요. 게다가 제목에 '페미니즘'이 들어있으면 더 그렇겠죠. 페미니즘 책 한 권 읽지 않고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변질 됐어", "인권을 챙겨야지 여성만 챙기는 페미니스트들이 문제야" 하며 손가락질 하는 남성들이 태반이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예 페미니즘 자체가 별 관심이 없다는 거겠죠. 여성차별이니 여성혐오니, 미투운동이니 티비, 언론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나랑 상관 없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대부분일겁니다. 아니, 아예 생각조차 않겠죠. 저도 30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으니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남성들에게는 페미니즘이니 여성차별이니 전혀 딴세상 얘기잖아요.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이 책을 손에 들었다면 페미니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목처럼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페미니즘 하한선'입니다. 저는 고작해야 2년 전에 처음 페미니즘을 접한 평범한 한국남성입니다. 네 맞습니다. 줄여쓰면 큰일 나는 한.국.남.성. 흔히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는 줄쓰큰, 한남이라고 불리죠. 말이 2년이지 그동안 무슨 전공자처럼 열심히 공부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매주 한번씩 페미니즘 책 좀 읽고 여성분들, 성소수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조금 더 노력했을 뿐입니다. 제가 이 책에 쓰는 내용 또한 다른 페미니스트 분들께는 욕먹고 비난 당할지도 모릅니다. 너무 남성 중심적이라서요. 제가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한다 한들 여성분들의 삶, 성소수자분들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평생을 평범한 한국남자로 살아왔는데요.)
그럼에도 조금은 노력하는 한남이라 다른 한남들에게 한남의 언어로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난 2년 간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경험한 굉장히 많은 삶의 변화를 다른 한국 남성들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페미니즘은 매트릭스의 빨간약'이라는 농담에 적극 공감할만큼, 제게 페미니즘은 정말 다른 우주라고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절반을 전혀 못보고 살았구나 라는 충격이랄까. 이렇게 당연한 걸 왜 나는 그동안 몰랐을까 하는 후회와 반성이 컸습니다. 그리고 이 좋은 페미니즘을 다른 한국 남성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비례해 커졌습니다. 솔직히 우리 남성들은 왠만한 페미니즘 책 읽어도 잘 이해 안되는 게 많잖아요. 좀 편하게, 동네 친구랑 이야기 하듯 페미니즘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듯 읽혀지는 책이길 바랍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도태남이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전혀 공부 않고, 배우려 생각도 않고 노력도 않은채 '나는 잘하고 있어, 나는 여성을 존중해, 나는 여성혐오하지 않아, 나는 양.성.평등 주의자야'라고 생각하는 남성분들에게는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겁니다. 약 0.1%정도는 도태남이 될 확률을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