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에는 너무 적응하기가 힘이 들었다. 너무 시골이라서 문화시설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학생이 수업을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연천지역을 구석구석 찾아서 걸어 다녔다. 차량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 걷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탄강 주변을 걷고 있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캠핑을 하고 나서 강 주변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더미였다. 한탄강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지질박물관이기에 아무데나 차를 세워놓고 캠핑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자연환경이 좋다고 방송국 여기저기에서 소개를 한 뒤로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캠핑카가 몰려왔다. 그리고 음식과 고기를 구워먹고 술을 마시면서 놀다간다. 금요일 오후부터 주일 오전까지는 캠핑카들과 텐트들로 강주변과 경치가 좋다는 곳은 온통 난장판이다. 그리고 잘 놀다가면서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간다. 뿐만 아니라 자연유산이기에 보호해야 하는 강 주변에서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장작을 태워서 보호를 받아야할 자연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래서 뜻을 함께하던 주변학교 교장선생님과 쓰레기를 줍고 불법으로 캠핑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도 주곤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심하겠다고 하지만 아주 일부의 사람들은 시비를 걸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연천지역을 사랑하기에 그리고 난 주민이기에 당당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지금 되돌아보아도 참으로 잘한 행동이란 생각이 든다.
자연은 하나 뿐이 없는 것이고 한 번 손상이 되면 복구가 불가능하거나 설령 복구가 된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지켜야하는 것은 우리의 것만이 아닌 후손들도 함께 즐기고 소유해야 하는 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산품들은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지만 자연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 유럽에서는 사상최고의 더위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심한 경우는 죽기도 한다고 한다. 영국은 에어컨이 없는 가구가 95%가 되는데 이번 여름이 지나면 구입을 고려하겠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가전 회사들이야 신이 나겠지만 악순환의 연속일 거다. 에어컨 사용의 증가로 인해서 전력 사용이 급격히 늘거고 그 전력을 채우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태우고 그게 또 온난화를 가져와서 온도를 올리고 그러면 또 에어컨 사용이 증가 할 것이고....
장자의 말씀 중에 ‘바르게 살아가려면 한 발자국 앞에서 멈추는게 옳다’고 했다. 욕심을 다 채우려 하지 말고 약간 모자라고 아쉬운듯한 상태에서 멈추고 살아가라는 말이다. 한 발자국 앞에서 멈추기가 너무 어려워 딱 한 발자국을 더 내디딤으로써 불행해지는게 우리의 상황이다. 자연 안에서 행복해지고 싶으면 다음 주인이 될 후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생각하면서 행동했으면 한다. 자연은 우리가 아껴줄 때 더욱 빛이 나고 기쁨을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