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김여사

in flowerday •  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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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김여사

난 어머니를 김여사라고 부른다. 김여사라는 말이 운전 미숙한 여인들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난 내 나이 35살부터 어머니를 그렇게 불렀다. 어머니도 싫어하지 않으시고 괜찮다고 하셨다. 사실 어머니가 먼저 나에게 존댓말을 쓰셨다. 그러지 말라고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했지만 그 나이가 되면 내 아들이기도 하지만 사회구성원으로 존중받아야하고 존경받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하시면서 먼저 날 존중해주셨다.

난 어려서부터 김여사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와 교육을 받으면서 살았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대화로 교육과 상담을 하는 방법을 통해서 도움과 훈련을 받았고 이는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크나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초등학교 때로 기억된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5학년이 끝나가는 겨울방학에 있었던 일이다. 난 그날도 어머니와 시장을 함께 갔다. 그 당시 어머니는 지병 때문에 고생하고 계셨다. 난 그런 엄마가 일찍 돌아가실까봐 늘 걱정하면서 살았다. 시장에 갈때 짐을 들어줄겸 따라 다녔다. 물론 시장을 가면 맛있는 호떡이나 풀빵등을 얻어먹을수 있는 잇점도 있었기에 기대를 많이 했다. 그날도 평상시와 같이 어머니를 따라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방학이라 집에 올망졸망있던 나와 동생들을 위해서 귤을 사신다고했다. 어린 나에게는 귤 한 박스 들고가는게 너무나도 벅찬 일이라서 먼저 걱정이 됐다.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시장에 있는 큰 과일집을 그냥 지나가셨다. 그렇지만 이상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과일가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귤을 사신다는 마음이 변하셨나해서 마음이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귤을 안살거냐고 물었지만, 어머니는 사실거라고 말씀만 하셨다.

어머니는 조금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있는 노점상 앞에서 정지하셨다. 그곳은 노점상 이었다. 그 당사에 내 눈에는 늙으신 할머니가 혼자서 쭈그려 앉아 계셨다. 사과박스 위에 사과와 귤 몇십개만 있었을 뿐이었다. 어린 나는 어머니가 마음이 바뀌셔서 몇개만 사실려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더니 돈을 지불하시면서 귤과 사과 각각 한 박스씩을 배달해달라고 부탁하시고는 집으로 향하셨다. 어머니의 그런 행동이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뒤따라 가면서 어머니께 물었다. 왜 과일가게에는 귤도 많고 사과도 많고 그밖의 과일도 많이 있는데 거시서 사질않고 귤도 몇개 없는 노점상 할머니에게 사셨냐?고…

어머니는 내 얼굴을 천천히 보시면서 조용히 나에게 말씀하셨다. 시장 과일 가게 아저씨는 손님도 많고 파는 물건도 많지만, 노점상 할머니는 엄마가 사준 사과와 귤 한박스가 어쩌면 오늘 파는 전부일지도 모른신다고 태연하게 말씀하셨다. 그 할머니에게는 내 또래의 장애인 손자가 있어서 생활이 힘들다고 말하시면서 그동안 너희들이 먹었던 과일이 그 할머니로 부터 산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러면서 물건을 살때에도 좋은 물건을 값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돈이나 아니 조금 더 주더라도 그 할머니와 같은 분들에게 사주는 것이 더 좋은 구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세상은 다 함께 살아야만 좋은 세상이 된다고하신 말씀이 아직까지 내 가슴에 남아있다.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가끔 어머니와 그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어머니는 기억이 안난다고는 하시지만 다 기억나는 눈치시다. 내가 살아가면서 욕심을 덜 내고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을 바라보는 삶을 갖도록 교훈을 주신 어머님, 김여사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렇게 영민하셨던 어머니가 세월의 흐름 앞에 점점 기력이 없어지는 것같아서 안타깝다. 하기야 아들이 환갑인데 여든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라고 세월을 비켜갔수 있겠냐마…. 오늘 병원에 진료를 가시는데, 작은 아들하고 가니 너무 걱정마시라는 김여사의 목소리가 더 가슴을 울리는 아침이다.

"어머니, 건강하시고 아버지께 가시기 전까지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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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바라보는 오늘 아침 동녁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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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야기는 항상 눈물나게 만듭니다

어머니들은 지혜주머니가 있는 모양입니다.

엄마라는 단어는 접할때마다 코끝이 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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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 알 것 같습니다.
엄니가 자꾸 약해지는 게 보여서 마음이 안좋습니다.

늘 한결 같이 건강하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