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기쁨

우리 학교는 부지가 2000평이다. 학교로는 작은 부지이다.학생들 정원이 40명도 안되는 작은 학교에서는 충분한 땅이다. 작다고는 하지만 있을건 다있다. 운동장은 없어도 테니스장도 있고 작지만 실내 체육관도 있다. 테니스장에는 펜스가 처있는데 그곳에 작년부터 오이를 심었다. 정확하게 10군데 심었고 그 오이넝쿨이 테니스담장을 끼고 자라고 있다.
그런데 여름내내 오이가 끝도 없이 소출이 되고 있다. 매일 적게는 5개정도를 지속적으로 먹었다. 태어나서 올해처럼 오이를 많이 먹은 적도 없을 정도다. 이제 입추도 지났고 이곳은 서울보다 북쪽에 위치해있고 해발도 200m가 넘는 지역에 있어서 기온이 낮다. 그래서 그런지 오이잎이 서서히 시들어 가고 있다. 아마도 조만간에 오이 농사도 끝날것이다. 어제와 그제는 비도오고 나름 바빠서 신경을 못썼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다른 때 보다도 많이 달렸다. 그리고 노랗게 익어가는 노각도 있어서 일단 전부 따가지고 왔다. 생생한것들은 그냥 먹으면 될것같고 노각은 음식을 해먹으면 되니 주방에 갖다 주어야겠다.
나와 기숙하는 직원들이 함께 심은 야채들이 늦은 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상추, 고추, 깻잎, 파, 고수, 토마토, 호박 그리고 오이등등... 비가 안올때는 물을 주고, 풀이 자라면 제초해주고 짐승들이 먹을까봐 주변으로 펜스도 쳤는데 여름내내 수확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수확의 기쁨을 갖으려면 역시 땀을 흘리는 수고로움은 필수다.
요즘 함께 지내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와 블럭체인에서도 수확의 기쁨을 얻고 있다. 그 친구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처음에는 부정적이고 의심도 했지만 일단 친구를 믿기로하고 그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난 많은 돈이 들어간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의미에서 스팀도 구입해서 스테이킹을 해서 글도 쓰고, 일부 다른 체인들은 디파이를 해서 새로운 세상을 결실을 맛보고 있다. 그런 수확물들을 갖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있다. 그리고 수확물이 점점 많아지면 엔지오에서 하는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후원회도 몇군데 가입하려고 한다.
환갑이 지난 내가 이런저런 블럭체인 이야기를 하면 젊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이야기한다. 내가 블럭체인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덕분에 여러분과 대화가 되는게 아니냐고.... 그렇지 않았다면 대화내용은 분명히 가르칠려고 하는 꼰대의 내용이었것이다. 물론 꼰대가 다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눈을 그들과 함께 맞춘다면 그것을 매개로 충분히 대화도 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 질거다.
전에 모셨던 상사가 70세가 다되셨는데도 컴퓨터 학원을 다니신것이 당시에는 의아스러웠다. 은퇴를 하셨으면 편히 쉬시지 뭐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시나?하는 생각을 자주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해가 조금은 된다. 그분은 컴퓨터를 배우고 싶기도 하셨지만 학원에가서 함께 대화도 하고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시려고 하셨던 것이었을거라고 추측을 해본다. 그분은 몇해 전에 돌아가셨다. 오늘은 그 분을 위해서 기도중에 기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