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하루에도 수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도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그럼 살아오면서 만약 누가 가장 기억에남느냐? 물어온다면 난 누구라고 할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여러분들이 떠오른다. 쉽게 답을 하기 어렵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았는데, 그리고 지금도 주변에 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답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우문이다.
그럼 질문을 살짝 바꿔서 널 가장 믿어주었던 사람이 누구였냐?고 묻는다면 조심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아니 특별히 기억나는 이름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진동 프란치스코 형제님이다. 그분과의 인연은 2006년경 가을에 시작된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속한 성당에 어느날 당시에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오시는 분이 계셨다. 성당 구역이 크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신자들은 걸어오셨다. 특히 모든 신자분들이 거의 서로가 서로를 알정도로 소규모 성당이었다. 그러기에 최고급 외제차를 기사분이 운전해서 오셨기에 눈에 더 띄였다.
나이가 나보다 5살 전후로 많아 보이셨고 인상도 좋으시고 늘 웃으셨다. 미사 후에 신자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는데 그분이 바로 옆테이블에서 부인과 차를 마시고 계셨다. 우리들은 그분에게 합석을 제안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분들도 그분을 눈여겨 보고 관심을 갖고 계셨던 것이다.
늘 활달하시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못참으시는 봉사자 한분께서 여러가지를 물어보셨다. 그분은 의료기기를 생산하시는 사업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이사오신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까지 하시면서 외부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면서 자신도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시면서 우리 공동체 대표에게 전화번호를 주셨다. 그리고 그분은 말씀만 그렇게 하신것이 아니라 교회공동체에 함께 하시려고 정말로 열심하셨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성당에 많은 부분을 제공해주셨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전화를 걸어오셨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면서 당신 사무실 근처로 오시면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셨다. 시간을 내어서 회사로 찾아갔다. 식사를 하는 내내 그분은 자신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려서부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셨고 어린시절 어렵게 공부한 이야기, 사업을 시작했지만 파산해서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된 이야기, 그 와중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 덕분에 다시 사업을 일으키신 이야기 등등 자신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길 해주셨다. 그러면서 이젠 자신도 누군가를 위해서 도움이 되고 싶은데 직접하기가 어려우니 나보고 당신이 경제적으로 도와줄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봐 달라고 부탁하셨다.
갑작스러운 제안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혼자 고민을 하다가 몇 분들과 논의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전에 내가 속한 지역은 많은 분들이 봉제일로 생계를 어렵게 해결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자녀들을 위해서 장학금을 보조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회의 결과를 말씀드렸다. 그 전부터 성당에서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장학금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성당살림 규모가 작아서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충분히 줄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기꺼이 그렇게 해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조건을 거셨다. 익명으로 해달라고 부탁하신 것이다. 그리고는 돈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달라고 하시면서 다시 한번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리고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청한 금액을 보내주셨다. 지금 기억으로는 분기에 300에서 500만원을 주셨다. 그분 덕에 대학생들과 고등학생 몇 명이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물론 학생들은 누가 도와주시는지, 그리고 그분은 누굴 도와주는지 알려고도 하시지 않으셨다. 지금와서 생각해도 정말로 고마웠던것은 나를 철저하게 믿어주셨다. 의심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소위 배달사고라는 것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이성적으로는 쉽지만 현실 안에서는 힘든일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은 매사에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행위를 우리는 '완벽주의'라고 말하면서 그런 행위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감히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그런 좋으신 분이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서보다 하늘나라에서 더 필요하셨는지 하늘나라로 데리고 가신 것이다. 아쉽게도 60세가 되시기도 전에 …
하늘이 높고 맑은 가을하늘을 보면 지금도 가끔 그분이 생각이 난다. 가을하늘처럼 늘 웃으시면서 믿어주셨던 이진동 프란치스코 형제님!
주님! 이진동 프란치스코 형제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믿음'이 있다는 건 사람 간의 의심도, 나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참 멋진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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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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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만나기도 힘들고 친해지기도 힘든 세상에 자신을 믿어주는 좋은 분을 만나셨다는 게 정말 축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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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힘들때 좋은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그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그리고 그런 추억이 있다는게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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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분 곁에는 늘 좋은분이 함께 하시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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