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온 날 바로 굽고 싶었지만 송년회가 있어 키친타올과 랩으로 밀봉해서 1도에서 이틀간 더 숙성 시켰습니다. 이미 에이징이 된 녀석이라 이틀간의 추가 숙성에도 수분이 거의 배어 나오진 않았습니다.
굽기 1시간 전 쯤 밀봉한 것을 풀고 상온에 둡니다. 에이징 덕분에 상온에 두어도 표면에 수분이 맺히지 않고 육질도 안정적 입니다. 마블링도 더욱 선명해 졌고, 냄새를 맡아보니 블루치즈향이 살짝 스칩니다. 유튜브에서 양키들이 막 척척 다루던 상상속의 그 티본. 딱 그 모양새와 느낌 입니다.
두께가 꽤 있어 앞면 3분30초, 뒷면 3분, 레스팅 5분으로 잡고 구워 봅니다. 팬에 올리는 순간 부터 바로 지방이 녹으며 기름이 끓습니다. 자욱한 하얀 연기와 지글거리는 소리. 그리고 기름내음. 이미 먹기 전부터 오감이 자극 되네요. 소금과 후추를 넉넉히 뿌리고, 뒷면 부터는 버터를 조금 녹여 마늘을 튀기다 아로제를 해 봅니다. 표면에서 보글보글 끓는 버터가 무척 아름 답네요.
고기와 함께 보내주신 가니쉬를 오일에 볶고, 티본에서 안심과 채끝을 분리해서 따로 따로 호일에 감싸 각각 레스팅을 합니다. 안심은 아무래도 레어로 먹는게 좋고, 채끝은 마블이 열로 녹을때 까지 좀 더 기다는게 좋으니까요. .
입에 넣고 가만히 우물대 봅니다. 에이징을 해서 감칠맛이 폭발할까 생각했는데, 감칠맛 보다 육사시미를 먹는듯한 신선함과 기품있는 고소함이 뚫고 나옵니다. 감칠맛은 보통 숙성과 근내지방에서 나오는데, 첫 맛은 좋지만 소고기를 쉬이 물리게 하는것도 이 감칠맛이죠. 특히 숙성이 잘 못 된 고기는 자꾸 먹다보면 쩐내, 산폐된 기름내가 나고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 합니다. 그래서 에이징 된 고기를 먹을땐 왠지 조심스럽기도 한데, 이 고기는 다르네요. 건강한 육 자체에서 나오는 맛이 정직하고 시원 합니다. 강하게 태워 시어링을 한 꼭다리 부위를 잘근잘근 먹어봐도 잡내가 없습니다. 마블링이 무척 많은데 입에 기름이 겉 돌거나, 접시에 흥건하게 배지도 않고 육에 잘 녹아들구요. 와씨. 맛있네요. .
아주 오래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해외를 다니다 보면 꼭 시장이나 몰에 정육코너를 가 봅니다. 뭐 부럽죠. 다양한 종과 부위들을 보기에도 먹기에도 즐겁게 포장하고 판매하는 모습들. 언젠간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겠지?하는 기대도 해 보구요. 그 꿈에 다가가고 있는 여러 젊은 정육인들이 이젠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겼죠. 그 중에서도 샛별처럼 빛나는 곳. '미담' 의 고기 였습니다.
욕심과 재능. 두 모습이 왠지 고기에도 다 녹아 있는 것 같아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연휴의 첫 저녁 식사였습니다. .
와 고기 먹고싶네요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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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모이 한 점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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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때깔이 엄청나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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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엄청났어요ㅎ 셀프 염장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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