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무런 의욕이 없다.
뭔갈 해야할것 같은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
어디로 나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누굴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 뇌의 한쪽에 무겁고 시꺼먼 돌덩어리가 얹혀있는 느낌이다.
이 느낌이 강하게 드는 날이면 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내 이성이 감정에 강하게 정복당하는것같다.
10분 15분만 할애하면 끝낼수 있는 일은 시작하기 힘들어지고
날 지탱해온 루틴마저 무너진다.
다들 머리에 물병을 이고 영차영차 나아가고있는데
나는 엎지러진 물위에 드러누워 저멀리 앞지른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고있다.
나를 앞지른 사람들은 이미 너무 멀리가버린 나머지 하나의 점처럼 보인다.
난 모니터와 키보드를 사면 뭔가 달라질줄 알았다.
새 노트북을 사면 뭐라도 하고싶은 마음이 생길줄 알았다.
소비는 습관을 바꿀수 없었고
내 머리속 돌덩이도 치우지 못했다.
온갖 잡동사니로 뒤덮힌 내 방안에 있으면
내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고 무력한 존재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