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생각이 많았다.
뇌가 쉬지 않고 돌아가 피곤할 정도였다.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잘 때도 머리가 쉬지 않고 돌아가곤 했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 돌아갔으면 좋았을텐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어릴 적 한 땐 밤에 자다가도 어마어마한 악몽을 꾸곤 했다.
엄마가 날 진정시키려 해도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폭주기관차 같은 것이 내 위를 짓밟고 지나가는 그런 꿈이었다.
숨이 턱 막혔다.
생각이 많으면 이런 저런 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근데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듯이 생각이 많아지면 항상 좋은 생각보다는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굳이 말하자면 쓸데 없는 생각들...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생각하며 괜한 걱정을 한다.
사실 대부분 부딪쳐보면 내가 걱정했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건 10%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 생각을 좀 줄이고 편안해 질 수 있을까...
요즘 드는 생각은 (아직 좀 이를 지 모르겠지만) mid life crisis다.
30대 중반인데 과연 내가 진짜로 남들보다 잘 하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뭐든 얇고 넓게 아는 generalist인데 딱히 못하는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
- 이것 하나만큼은 어딜 내놔도 자신 있는 specialist. 그치만 다른 건 잼병.
아마 사회를 살아가기엔 2번이 직장도 구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조건도 좋을 확률이 높다.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라든가 엔지니어 등 이공계가 2번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문과충'이라는 말이 도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문과생들도 하나를 집요하게 연마해서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말이다.
갈피를 못잡는 generalist와 전문가가 되었지만 자신의 일이 싫어져버린 specialist...
둘 다 머리 아프겠지?
인생이 참 쉽지 않다 ㅎ
인생에 있어 무언가에 열정이 생긴다는 건 참 감사할 일이다.
그게 일이든 취미든 연애든 말이다.
열정이란 게 운좋게 하늘에서 떨어질 수도 있지만 결국은 노력이 필요하겠지?
20대 때는 이런 불안감이 들어도 시간이 많으니 나름 마음의 여유를 금방 찾을 수 있었는데
나이를 드니까 이런 생각들이 들 때면 덜컥 불안해진다.
이미 어딘가 늦어버렸다는 느낌이 나를 지배한다.
지금부터 뭘 해도...
이런 느낌?!
문제는 뭔가를 시작해도 거기에 열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시간에 쫓겨 뭔가 하긴 해야겠고 하는데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해서 뭐가 좋은지 스스로 납득이 안 된다.
그래서 공허하다.
뭘 해도 크게 즐겁지 않다. 애착이 없으니까...
예전엔 시간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는데 이젠 그런 느낌이 점점 무뎌져 간다.
소중했던 나의 금밤?! 토밤?!
예전이라면 누군가 내게 의미가 있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걸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면
지금은 나 혼자 보내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그러는 게 싫었지만 점점 현실을 받아들여 간다.
누구는 아직도 황금기라고 하거늘...
이런 황금같은 시간을 똥처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더 x같다.
어떻게 하는 게 잘 사는 걸까?
모든 건 attitude에 문제인데 참 이게 바뀌기가 쉽지 않은 거 같다.
찌질하지만 내 자존감이 낮은 것에 자꾸 짓눌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