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슬리만(Hedi Slimane)을 많이 들어 본 친구들이 꽤 있을 듯 한데, 나도 여러 번 다뤘다. 이 에디 슬리만을 알아보고 키운 인물이 누구냐... 두둥. 원래 이브 생 로렁의 평생 친구/연인이자 르몽드의 사외 이사, 최근에 타개했던 피에르 베르제이다.
기억하시는가? 피에르 베르제에게 보그 영국 편집장 수지 멘키스가 돌직구했던 때를(참조 1)?
당시 패션계를 뒤엎고 있었던 루머는 에디 슬리만이 샤넬로 간다였다. 라거펠트가 에디 슬리만을 사랑(...)하여 다이어트도 하고, 에디 슬리만 스타일을 라거펠트가 오마쥬(!)한 것도 있고 해서다. 결정적인 이유는 라거펠트 연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생 로렁은 왜 나왔을까?
2016년 나왔을 당시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참조 2). 하지만 이 기사를 보고 좀 알겠건데, 그는 (여러 인물들이 떠오를 테지만) 이를테면 '통제광'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자기가 관할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라는 얘기다. 가령 생 로렁에서 그는 향수에 손을 댔지만(!) 생 로렁의 향수는 로레알이 통제하고 있었고(참조 3), 로레알은 절대로 슬리만과 협조하지 않았으며 모기업인 Kering의 통제 하에 있지도 않았다.
이제 생 로렁 인스타그램이 슬리만 관련 사진을 왜 죄다 지웠는지 알겠다(참조 2). 결코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근 2년 사이에 라거펠트랑 틀어졌던 것일까? 그가 예전에 있었던 디오르도 그렇고, 이번에 발표된 셀린도 다 베르나르 아르노 할배의 LVMH 소유다. 생 로렁에서처럼 소유권이 나뉘어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아르노는 이번에 슬리만에게 모든 통제권을 다 주기로 했다(제품 고안에서 광고, 소매점 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 독특한 위치에 있는 셀린을 이참에 키워보기 위해서다(참조 4). LVMH 입장에서 셀린은 루이 뷔통이나 디오르 만큼의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틈새 브랜드에 가깝다.
혹시 그 통제권 때문에 결국은 사랑보다 업무(!)를 택한 것 아닐까? 라거펠트는 슬리만의 셀린 입성을 축하해줬다. 슬리만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말이다(참조 5). 그동안 파리에 없어 그리웠다면서.
참조
패션 디자이너 루머 모음집(2016년 4월 26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4069427479831
YSL, 에디 슬리만 시절의 사진을 모두 지우다(2016년 4월 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4026685054831
La maison a frôlé la catastrophe. Elle repart grâce aux accessoires.(2008년 6월 3일): http://www.liberation.fr/evenement/2008/06/03/ysl-l-affaire-est-dans-le-sac_73232
Hedi Slimane, fashion’s sharpest designer(2018년 1월 26일): https://www.ft.com/content/8ffd7670-011e-11e8-9650-9c0ad2d7c5b5
Ecco cosa pensa Karl Lagerfeld dell’approdo di Hedi Slimane da Céline(2018년 1월 24일): http://it.fashionnetwork.com/news/Ecco-cosa-pensa-Karl-Lagerfeld-dell-approdo-di-Hedi-Slimane-da-Celine,940107.html#.WnARZFRl-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