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처음 증상이 나타난건 지금으로부터 20년전 고3정도 쯤이었던것 같다.
책상에 앉아 있는 일이 일상이었던 그 시절,
어느날인가 항문에서 뭔가 살덩어리 같은게 살짝 튀어 나와서
기침을 할때마다 혹은 놀라서 몸을 움찔 할때마다
소변을 보고 마지막에 힘을 줄때마다
소스라치게 통증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 앉아 있기도 힘들어 조퇴를 몇번 했던것같다.
고3 특성상 조퇴 왠만 하면 안시켜주시던 무서운 담임 선생님이
자기도 겪어봐서 안다며 측은한 눈길을 보내시던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상태는 어느순간 저절로 호전이 되었고
그렇게 잊고 지내다 대학을 가고 군입대후 일병쯤 재발하게 되었다.
훈련이나 작업 할때 미칠것같이 힘들었지만
차마 말도 못하고 자세도 어정쩡하게 있으면 안되서
병을 키워가다 겨우 일병 휴가때 진료를 받으러갔다.
당장 수술 하자는 의사의 말에 그럴수가 없어서 진료만 받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의무실가서 이야기하고 후송을 가서 군병원서 받았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군대 치질수술 후기가 그닥 인거보면 참는게 나았는지도....
처방한 약을 먹고 억지로 의사가 밀어 넣어 줘서 그런지
무사히 제대 할때 까지 재발은 되지 않았다.
그러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변을 보고도 개운하지 않고
닦으려고 하면 만져지는 살덩어리들이 있었고
별로 아프진 않아서 밀어 넣으면 들어가는 그런 단계가 되었다.(나중에 알고보니 이 단계가 치핵 3기였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처음엔 소스라치게 놀라서 걱정만 했지만
어느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깔끔하게 물티슈로 처리하고 튀어나온걸 밀어 넣고 다시 한번 처리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다시 10여년이 흐르고 그날 왔다.
며칠째 무리해가며 야근을 하던 도중 엉덩이가 불편해서 자세가 어정쩡하게 나도 모르게 변했다.
고3때 처럼 기침할때마다 소변 볼때마다 미칠듯한 통증이 느껴지고 화장실가서 나온 치핵을 밀어넣으려 했지만 들어가지도 않고 아프기만 했다.
(생각해보면 고3땐 지식이 없었고 밀어 넣으면 된다는것 조차 몰랐던 시기였건것같다. 알았더라면 그리 아프게 보내진 않았을텐데...)
이틀간은 억지로 참고 일을 했다.
저절로 나아지겠지 하는 자기 위안을 해가며...
하지만 그런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고 3일째 되던날 일이 마무리 될 무렵 일찌감치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오후 5시 쯤이었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1시간 여를 기다려 진료를 받을수 있었는데 제대로 앉아 있기도 힘든 지경이라 기다린 1시간이 정말 1년 같았다.
간단히 언제 발병했는지 증상이 어떤지 물어 본 의사는 침대에 새우 자세로 누워서 엉덩이를 까보라고 했고
부위를 유심히 보며 눌러보더니 너무 부어서 초음파를 하지 못 할 정도라약먹고 내일 초음파 검사후 바로 수술 하자고 왜 이 지경 까지 뒀냐고 혀를 찼다.
그렇게 하루치 약 처방을 받고 집으로 어기적 거리며 돌아왔다.
그래도 처방된 진통제 덕인지 평소보다 잠은 잘 잔것같다.
다음날 입원준비를 해서 병원 문여는 시간에 맞춰 일찌감치 가서 기다리니
간호사가 병실로 안내해주어 병원복 환복하고 서류작성과 설명을 들은후 관장액 주입을 했다 .
5분정도 참고 일을 보라고 했는데,후기를 보면 바로 마려워서 힘들다고 적혀있길래 걱정했으나 생각보다 참을만 했다.
그후 초음파검사를 하고 상처 부위를 찍은 사진과 초음파 사진으로 설명을 듣고 수술실로 이동했다.
간단한 수술의 경우 10여분 보통은 30분 정도면 수술이 끝난다는 후기를 많이 봤는데,나는 1시간 걸린다고 해서 엄청 걱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의사가 환부를 볼때마다 너무 심하다고 매번 혀를 찼기때문이다.
수술실에서 새우자세로 척추 마취를 하고 좀 지나니 하반신 감각이 사라졌고 엎드린 채로 수술이 시작 되었다.
귀에 10-20년전 발라드 위주의 히트곡을 튼 이어폰을 꽃아줘서 주변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아픔은 커녕 대체 내엉덩이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수없는 묘한 감각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쿵쿵 거리는 느낌이 간헐적으로 느껴지고 뭔가 타는 냄새가 좀 나고....
그렇게 50여분이 지나고 수 끝나고 병실로 옮겨졌다.
수술은 성공적이라며 걱정말라며 의사는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떠났고 무통주사덕에 별로 안아프다는 후기를 읽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2,3시간후 서서히 마취가 풀리기 시작했고 묵직하고 얼얼한 느낌이 은근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살살 아픈것도 같고 무통주사 액은 4시간이 지나도록 줄어들지도 않는듯 하여 간호사에게 무통주사가 잘못된거 같다고 하자
간호사가 웃으며 무통이 안되면 이렇게 대화도 못할정도로 아플거라며 쿨하게 퇴장했다.
시간당 2밀리정도 자동주입되고 48시간 지속되는거라 별로 티가 안나는 거였다.
여튼 담날 아침까지 물마시고 화장실갈때 빼곤 누워있으라고 해서 베개도 못베고 산송장마냥 누워있는게 수술후 통증보다 더 괴로웠다.
척추마취 부작용으로 두통으로 고생할수도 있다는 말에 꼼짝 없이 누워 지냈더니 다행이 두통은 오지 않았다.
저녁늦게 간호사가 와서 좌욕법과 식이섬유 먹는 법 등을 설명해주며 소변은 봤냐길래
아직 마렵지가 않아서 안갔다고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광쪽을 눌러보더니 밤 10시까지 물 좀 많이 마시고 꼭 성공을 하란다.
그때까지 성공 못하면 소변줄을 채워서 뽑아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때 부터 누워만 있던 나는 어기적 거리며 정수기 물을 벌컥벌컥 몇번을 들이키고 화장실을 몇번을 갔는지 모른다.
너무 안나와서 미취학 아동 시절 이래로 한번도 하지 않던 '쉬~~쉬~~' 신공까지 입으로 써가며 방광쪽을 꾹꾹 눌러가며 겨우겨우 성공을 하고 그대로 뻗어서 잠이 들었다.
....
-아직 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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