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아지트

in hive-100525 •  4 years ago 

여차저차 해서,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내가 살고 있는 곳과 인접한 지역 시골땅의 '대지 지분'을 샀다. 대나무가 울창하고 나즈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주변에는 축사가 있어서 대로에서 소로를 거쳐 마을까지 들어가는 10여분간 소똥과 돼지똥 냄새를 골고루 맡을 수 있다. 둘을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매번 냄새가 다르므로 막연히 어느 날은 돼지, 다른 날은 소라고 생각한다.

땅 위에는 1970년대 풍의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무허가건축물이 3동(본채, 별채, 변소) 올라가 있다. 별채와 변소는 이미 건물보다는 폐허에 가까운 모습이고, 본채는 측면의 흙벽이 살짝 벗겨지고 정제간(부엌)의 나무문이 뒤틀리긴 했지만 기와지붕 위에 슬레이트, 그 위에 함석지붕으로 덮여 있어 그래도 한 때는 나름 관리가 되었던 흔적이 보인다.

나중에, 집에 두긴 좀 그렇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그런 물건들을 가져다 놓을 창고를 만들어놓고 한번씩 가서 고기를 구워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샀는데 50% 미만의 대지지분으로는 당장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토지 위의 철거행위를 하려해도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고, 철거없이 새로운 건축행위를 하려고 해도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 마당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부분의 일부가 내 것일 뿐.

그래도 그냥 두기엔 너무 아까워서 한 번씩 장작불을 쬐러 간다. 구글에서 시골구옥이나 폐가로 검색하면 나오는 딱 그 정도의 이미지, 그 마당 구석 한 켠에 캠핑의자와 화로대를 펼쳐놓고 담벼락에 말라붙은 덩굴식물들을 뜯어 모은다. 택배물품이 담겨있던 종이박스를 찢어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화로대 위에 참나무 장작을 서너개 걸쳐놓는다.

장작 위에 찌그러진 냄비를 올려 라면을 끓여먹는다. 집을 둘러싼 산 위의 축사에서 키우는 개들이 짖는 소리가 산을 두어바퀴 돌고 내려와 생전 처음듣는 소음을 만들어낸다.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외계인의 비행물체가 착륙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쇳소리 같기도 하다. 빈 냄비를 대충 물티슈로 닦아서 정리하고, 타고 남은 재에 찬물을 부어 마당 한켠에 파묻는다.

무알콜 맥주라도 한 캔 갖고 왔으면 분위기가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차를 몰아 가는 길, 창문을 열어 옷과 머리칼에 에 묻은 장작 탄내를 조금이라도 씻어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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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aegu님

랜덤 보팅 당첨 되셨어요!!

보팅하고 갈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Turtle-lv1.gif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탭탭 보팅은 어떤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시고 활동하심과는 상관 없이 작성하신 포스팅에 1일 1회 보팅되실꺼에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꼭 소설 같은 이야기네요.

소설적 양념을 조금 쳤습니다. 지금 저거 때문에 좀 곤란한 상황이 생기긴 했는데 그 내용은 뺐고요. 여느 밋밋한 소설에서 주인공의 일이 잘 풀리듯 내 일도 잘 풀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