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와룡산 풍경

전국 각지에서 흔하게 들었던 지명, 와룡. 동네에 일이 생기면 누워있던 용이 다이 일어나 강한 힘으로 우리 동네를 지켜주면 좋겠다는 뜻으로 붙인 것 같은 느낌이다. 네이버 지도에 검색하면 전국에 와룡산이 여덟개쯤 검색이 된다.

대구 와룡산 부근에 들를 일이 있어 해질녘에 짧은 코스로 잠깐 올랐다. 깜박하고 산 꼭대기에 거의 도착해서 트레커를 켰는데 30분 정도 걸은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산을 오르내리는 시간을 다 합쳐도 40분 정도였을 것 같다. 정상의 높이가 해발 300미터 정도라 동네 뒷산 오르듯 금방 다녀올 수 있으면서도 대구 서쪽의 여러 장소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전망도 괜찮은 편이다.

사진 순서는 랜덤.

가을에 단풍이 들면 예쁠 것 같은 골목길로 진입하여 은행나무가 늘어선 골목길의 여기저기를 살피다보면 주차할 공간이 보인다. 용강서원이라고, 김해 허씨 문중의 재실을 지나 초등학교 옆 골목길로 걸어올라가면 진입로가 3개 보인다. 초등학교 쪽으로 붙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계곡 옆의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근래에 새로 포장해서 관리차량이 다닐만큼 넓은 포장길.

1/3지점쯤 오르면 잘 꾸며놓은 놀이터가 있는데 나무 사이를 건너는 흔들다리, 길고 높은 미끄럼틀을 보면 초등 저학년 애들을 대상으로 만든 것 같다. 이 동네 사람이 애 데리고 등산 한 번 왔다가 놀이터에 반해버린 아이가 매일 와룡산 가고 싶다고 하면 감당하기가 조금 힘들 것 같아 보일만큼 잘 만들었다.

오르는 길 중간중간에 무덤이 있는데 지난주에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 했더라도 땅 주인이 요청하면 무덤 관계자는 지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기에 등산로를 막고 있는 저 무덤들은 조만간 이장되지 않을까 싶다.

동네 뒷산이 으레 그렇듯 산 정상쯤 가면 산스장(산+헬스장)이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이것저것 집에서 가져온 장비를 덧붙여 비주얼은 다소 떨어지지만 실용성은 높은 운동기구와 보조용품들이 늘어서 있다. '서울 예식장 가보니 먹을 게 하나도 없더라. 예식장 밥은 대구가 최고더라'는 내용으로 누군가 운을 띄웠고 이에 '너 임마 서울 가서 코로나 묻혀온 거 아니냐 너는 저리 가라'고 누군가 응수하는 대화가 들렸다.

산 정상에는 예비군 초소, 헬기장, 안내판, 그 아래에는 누군가 농사를 짓느라 노끈으로 통행을 막아놓은 공간이 있다. 농작물 울타리가 예비군 초소까지 둘러싸고 있어 동원예비군이 경계훈련이라도 하려면 주인할머니의 허락을 구하고 들어가야 할 판이다.

시선을 멀리 하면 우측으로는 금호분기점과 서대구IC, 뒤쪽으로는 성서지역 아파트 단지, 정면으로는 경부고속도로와 금호지구와 와룡산 쓰레기 매립장이 보인다. 누워있는 용이 둥글게 몸을 말고 있는 모양을 보고 와룡산이라 이름 붙였을 것이고, 둥근 모양 가운데에 알이나 둥지 같은 것을 상상했을 때도 있었을텐데 그 한 가운데를 왕창 파헤쳐 지어놓은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을 보면서 느낌이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