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찾아보는 이야기들 - 동북아

옛날에는 강한 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단순했다.

돈을 많이 벌던가,
많이 먹일 수 있던가.

잉여 생산은 인구의 증가로 이어지고,
인구의 증가는 노동력과 병력의 확보로 이어져 생산성의 제고와 유지에 기여하는 선순환으로 기능했다.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영토는 강국의 필수 조건이었다.

생산성이 높은 땅은 으레 평야이기에, 드넓은 평원은 온갖 문명들이 선택한 정착지였다. 우리의 단군 할아버지도 스타팅 포인트를 굉장히 잘 선택하신 편에 속한다.

단군 조선의 수도였다는 아사달의 정확한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녹색으로 표기한 만주 속, 요하 유역에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출토되는 주요 고고학적 유물들의 분포를 보았을 때, 요하는 단군의 세력 아래 있었다. 그리고 후손들의 활동 영역을 떠올려 보아도 요하는 단군의 활동 무대였다. 따라서 노란색으로 표기한 지점이 아사달의 위치로 유력하게 추정된다.

요하 문명은 중국의 화북 지방과 맞닿아 있었다. 거대 평원을 지닌 세력과 바로 마주하는 운명을 지녔으나, 지리의 힘이 이 둘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해 주었다. 요하 문명과 화북은 오늘날 중국의 산해관이라는 협소한 지역을 경계로 나뉘었기에, 산해관 지역만 틀어막으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기 쉬웠다.

이렇게 화북의 세력을 틀어막고, 배후에 펼쳐진 평원을 _{녹색 표기} 몽땅 장악하기라도 한다면, 요하에 뿌리를 둔 문명은 거대한 세력을 지닌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요지의 문명이었다.

더 나아가 제야강 유역의 평원 _파란색 과, 아무르 강 _{우리가 흑룡강이라 부르는} 유역의 삼강평원 _붉은색 까지 넘볼 수 있는 위치였기에, 모조리 손안에 넣기만 했다면 크기 자랑에 열심인 중국과 견줘도 크게 모자람이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는 3대 하천이 있어,
황하, 회수, 장강이 그것이다.

황하 유역을 화북,
회수 유역을 화중,
장강 유역을 화남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회수를 기준으로 화북-화남을 나누기도 한다.

화남의 범위도 매우 플렉서블해서,
황하 이남을 일컫기도 하고,
회수 이남을 화남이라 부르기도 하며,
최남단까지 포함해서 화남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필요하면 다 갖다 붙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여튼 이 3대 하천을 따라 평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여러 세력이 곳곳에 자리를 잡았고, 하나의 세력이 이 모든 평원을 장악하기까지 팽창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원에 패자가 등장하여 전체를 아우르기 전 까지는 각각의 하천 주변에 자리를 잡은 세력들의 크기가 대동소이했다. 화북, 화중, 화남에 펼쳐진 각각의 평원이 만주나 삼강평원, 제야강 유역의 평원과 비슷했기 때문에, 잉여 생산에 있어서는 압도적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하-은-주 시대를 통과해 춘추를 거쳐 전국 시대를 지나던 중원의 세력들이나 고조선 이후 고구려, 부여가 걸터앉았던 북방의 평원 세력들 중 어느 하나가 독보적인 동북아의 패자로 떠오르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지리의 힘이 균형을 맞춰주었기 때문 아닐까.

그렇게 여러 세력들은 팽팽한 힘의 균형 속에서 긴 세월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