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종교인 나에게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는 언젠가 한 번은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파고다는 드넓은 광장에 약 72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과 그 안에 불상들이 안치해 있다. 낮과 밤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데, 밤이 되면 쉐다곤 파고다의 황금사원들이 더욱 밝게 밝혀주었다. 인구의 90프로 이상이 불교를 믿을 정도로 나라 자체가 불교인 미얀마에서 수많은 사원들은 국민들의 안식처이자 놀이터인 공원과 같은 존재였다. 저녁 7시가 지난 쉐다곤 파고다에는 수많은 미얀마인들과 성지순례를 하는 여행자들이 이곳을 맨발로 거닐고 있다. 미얀마의 사원들은 맨발로 입장해야 하는데, 이는 부처님을 만나기 앞서 마음을 조금 더 경건하게 해 준다. 미얀마인들은 남녀노소, 아이, 어른을 불문하고 모두가 사원에 모여 기도를 하고, 데이트를 하며 즐기고 있었다. 제법 넓은 파고다 구석구석을 천천히 맨발로 한참을 거닐었다. 온 힘을 다해 기도하는 미얀마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은 어떤 기도를 올리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날 나의 감정은 만감이 교차했다.
아름답고 평온한 쉐다곤 파고다를 거닐며 행복했다가, 나조차 이유 모를 감정에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나려 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떤 일이 그리 나에게 신경을 쓰게 했는지, 그걸 모두 여기에 털어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일상에서 마음이 답답할 때면, 아주 가끔 이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