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구시가지, 그 속의 고용함
호이안 Hội An
여행에서 만난 도시에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택하라면 언제든 정답은 구시가지였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15~18세기 왕성했던 무역항으로 일본과 중국인을 비롯한 프랑스, 포르투갈 등 여러 민족의 왕래가 잦았으며 지금은 마을 앞에 유유히 흐르는 투본강과 함께 내원교, 고택, 회관 등 그 흔적을 곳곳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호이안의 분위기는 밤이었다. 어둠이 짙어오면 호이안의 골목골목은 형형색색의 등불로 가득 메워지고 다들 등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분주한 사람들과 함께 상인들도 바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밤을 즐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호이안의 밤보단 낮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특히 북적임이 덜한 아침시간의 구시가지는 관광지 느낌보다는 일상의 풍경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아마 이 마을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는 ‘리칭 아웃 티하우스’ 일 것이다. 고즈넉한 카페인 이 곳에서 여행자들은 굳이 큰 목소리를 내려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모두 청각장애인으로 주문은 테이블마다 올려진 종이와 펜, 그리고 메뉴가 적힌 나무 블록을 통해 이루어진다. 오래된 목조 구조의 건축양식에 감각적인 가구와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이 카페 분위기를 더 아름답게 해 주었다. 내부 안쪽으로 계속 걸어 나가다 보면 앞마당이 펼쳐지는데 이곳 또한 조용하지만 내부보다는 대화하기에 조금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여기에 자리잡기로 했다. 따뜻한 차를 아주 조금씩 따라 두고 천천히 한 모금씩 먹다 보니 바쁘게 걸어 다녔던 여행의 피로가 풀리기 시작했다. 다낭과 호이안에서 귀에 달고 다녔던 자전거 경적소리와 오토바이, 그리고 관광객과 상인들의 목소리까지 이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우연히 한 가게에 발을 들인 것뿐이지만
마치 다른 도시로 온 것만 같은 기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나만 알고 싶은 구시가지의 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