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내란수괴 전두환 (요약) | 광주사태 사전 조작과 김대중 제거 4

광주사태는 짜인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었다

나는 19일 오후쯤 되어서야 ‘비인가 은거지’인 광주관광호텔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날 오후는 이곳에 머물러 있었기에 시가지에서 일어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지적하고 싶은 점은 공수부대원의 데모진압 방식이다. 군중들을 고의적으로 자극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광주항쟁의 원인이 계엄군의 강압적인 시위진압 방식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국민들은 순진한 측면이 많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보안사 광주사태 감독관

20일 저녁 부대로 들어가니 보안사령부 대공과장이 내려와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총성이 들렸다. 시계를 보니 바늘은 8시 20분쯤을 가리키고 있었다. 첫 총성인 만큼 기록해둘 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총성은 M-16 소리였다. (나하의 말.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M-16 총성은 독특하다.) M-16의 총성은 단음이 나면서 ‘딱’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M-1이나 칼빈은 ‘삐-잉’ 하면서 파음이 들린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군중이 미집한 쪽으로 다가갔다. 광주 동구청 앞이었다. 엄청난 숫자의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모여 있는데 대낮같이 밝았다. 아직 시민들은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

“근데 총소리는 뭐야, 누가 쏜 거야?”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장소는 어디야?”
“정확한 지점은 모르겠습니다만, 광주역 방향으로 추정됩니다.”
이때 서 과장이 예의 간사한 표정으로 술냄새를 풍기며 나섰다.
“부대장님 놀라지 마십시오. 까딱없습니다. 애들 딱총소리로 생각하십시오.”

서의남 중령과 홍성률 대령은 광주사태의 전 기간 중 최초의 발포임에도 너무나 태연한 행동을 보였고, 이는 사전에 이미 예견된 일이었음을 알고 있는 듯한 태도였으며, 당시 이에 대한 상황파악 지시 등이 전무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