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스닝 투 케니 지

in hive-102798 •  3 years ago  (edited)

페니 레인 - 리스닝 투 케니 지

케니 지는 역대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연주자이자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재즈 음악가다. 이 영화는 일부 청중들이 그의 음악에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룬다. 예술 취향이 어떻게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적 소속감을 암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나는 케니지를 싫어한다. 그러니 이 영화가 보편적인 케니 지 다큐멘터리였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설명글이 큰 역할을 했는데, ‘케니 지의 음악에 분노하는 일부 청중’의 하나로서, 그 주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케니 지가 일부 리스너와 재즈 뮤지션에게 비판받는 ‘너무 흔하고 쉽고 뻔한 음악을 한다'는 바로 그 부분을 정면 돌파한다. 영화에서는 케니 지의 현재 일상을 보여주며 케니 지가 유명한 아티스트가 돼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잡음에 대해서도 말한다.

영화를 보다 보니 케니 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 처음부터 케니 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그가 집 소파에 앉아 섹소폰을 연습하는 모습, 싸구려 연주자라고까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의 실력은 다른 재즈 뮤지션들과 견주어보더라도 아주 뛰어났다. 그는 아직도 꾸준히 연습을 이어간다고 했다. 끝없이 연습하고 작업하며 정진하는 모습을 보니 아티스트로서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후반에는 루이 암스트롱과의 사후 작업으로 케니 지가 팻 메스니의 신랄한 비판을 받는 사건이 나온다. 생각할 것도 없이 나는 팻 메스니의 편이지만, 그 일에 대해 말하는 케니 지의 모습을 보니 머쓱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그는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기만 했을 것이다. 나 같은 ‘케니 지의 음악에 분노하는’ 재즈 팬들에게.

그렇게 욕을 먹고도 다시 스탄 게츠와의 작업을 준비 중이라며 눈을 반짝이는 케니 지의 모습은 경이로워 보였다. 이미 수천만장의 앨범을 팔았음에도 아직까지 대중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 영화를 보며 리스너인 줄 알았던 나도 누군가에겐 하나의 헤이터일 뿐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음악이 구리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마음껏 싫어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깨달았다. 케니 지 팬들의 반박처럼 케니 지는 누가 뭐래도 지상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 섹소포니스트다. 그가 존 콜트레인이 아니라고 욕을 할 순 없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자세, 그런 상황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것.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인간 케니 지의 팬이 되었다(그럼에도 아직 그의 음악만큼은 좋아할 수 없다). 이런 류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사후에 아티스트를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살아있는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영화도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그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 후회하지 않게. 즐겁고 고마운 영화였다.


IMG_3919.jpg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