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

비중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 온다. 너는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동한다. 설사 세계의 맨 끝까지 간다고 해도, 너는 그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역시 세계의 맨 끝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좋았던 구절을 하나하나 옮겨 적으면서 이 문단이야말로 <해변의 카프카>를 관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의 주인공인 카프카의 '세계의 맨 끝'은 아빠를 죽이고, 엄마와 누이를 범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메타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저주는 보이지 않지만 늘 존재해온 어두운 그림자처럼 카프카를 따라다닌다. 열다섯 살 다무라 카프카의 가출은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해 그 저주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하루키의 글을 쓰인 그대로 느끼려고 노력은 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말도 안 된다거나 과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판단을 지우고 최대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가 보려 노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를 죽이고, 엄마와 누이를 범해야 한다는, 메타포로서의 그의 저주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끝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엔 공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