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는 <부산행>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 섹션이 있었다. 나는 부산행도 연상호라는 이름도 몰랐지만 그가 고른 영화들에는 관심이 있었다. 그중 하나였던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이름만으로 끌렸다고 해야 할까. 처음엔 예매에 실패했지만 두 번째 오픈 때 티켓을 구하게 되었고, 그것을 끝으로 큐어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런 지식 없이 영화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옥같이 무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았고, 지금도 많다. 코난은 가끔 보지만 김전일은 무서워서 보지 않고, 지금껏 잔인한 장면을 눈 뜨고 본 적도 없다. 오래전부터 공포 영화는 볼 생각도 안 하고 곧바로 거르곤 했다. 큐어가 공포 영화인 것을 알았다면 너무 보고 싶었다 하더라도 영화관에 들어가진 않았을 것 같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뭔가 잘못됐음을 알게 됐다. 스산한 일상의 소리들이 나를 곤두서게 했다. 나갈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했지만 버텨보기로 했다. 긴장을 한순간도 놓지 못한 채로 영화와 싸웠다. 크레딧이 올라가고(크레딧마저 찜찜했다), 영화관에 불이 켜진 다음에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상영 후엔 연상호 감독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함께하는 GV가 이어졌다. 두 감독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관객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그 질문에 유연하게 답하는 구로사와 기요시와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 영화는 살면서 처음 (제대로) 본 공포 영화다. 쉼 없이 몰아치는 숨막힐 것 같은 긴장감과 그 뒤에 이어지는 해소가 사람들이 공포 영화를 찾는 이유라면 이제는 나도 그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큐어가 좋은 영화였던 덕분에, 다른 공포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루님 전주영화제 포스팅 재밌게 읽고 있답니다.
저도 공포는 무조건 피하게 되서 공감이 되네요.
결국 끝까지 보고 좋은 영화가 되었다니! 첫 공포영화의 관문을 통과하신걸 축하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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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댓글을 너무 늦게 봤네요. ㅠㅠ 저도 멱살 잡히듯 보긴 했지만 따로 시간 내 보려니 또 두려워지네요. 하루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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