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도망가자

in hive-102798 •  5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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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는 운명의 아들이야. 운명이 없는데 어떻게 자유의지가 있겠어. 공식이 있어야 변수가 있지. 그것은 낮과 밤, 문제와 답처럼 서로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필수 구성요소, 세트인 거야.



여름에 패딩을 입을 자유는 여름이 덥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고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자유는 겨울이 춥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 운명이 있으니까 그것을 극복하거나 순리를 따르려는 자유의지가 존재하는 거지, 문제가 없는데 어떻게 오답이 있을 수 있겠니. 북한에 태어났으니까 탈북도 할 수 있는 거고, 남한에 태어났으니까 헬조선을 욕할 수 있는 거지. 탈주할 수 있는 자유는 운명이 준거라고.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면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을까? 그럴 리가.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니까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거야. 중력이 있으니까 점프를 해 볼 수 있는 거야. 무중력 상태에서 점프를 하면 영원히 흘러가 버릴 테니까. 우주미아가 되고 싶니? 부모가 있으니까 미아가 될 수 있는 거지, 태어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죽을 수 있겠어? 억압이 있으니까 탈주가 가능한 거야. 모든 것이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어떻게 만져 볼 수 있겠어. 모두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겠지.



영화는 찬사를 받으면서도 욕을 먹더라.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총알이 빗발치는데 한 발도 맞지 않고 잘도 피해 다닌다며, 슈퍼 히어로 영화를 찍은 거냐 비아냥을 듣지만, 정작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주인공의 초지일관이야. 아니 회장님 비서를 시켜주겠다는데(영화에선 사단장 보좌), 제대해 봐야 기다리는 가족도 없고, 할 일도 없어, 탄광에나 가야 할 말년 군인한테, 평생 정규직! 그것도 탈주범을 검거한 공화국의 영웅을 만들어 주겠다는 데(그렇게 되어버렸다. 실적이 필요한 보위부 소좌 때문에), 게다가 자신의 뒷배가 되어주겠다는 그 소좌는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쿨하기 짝이 없는 동네 형이 아니냐. 재떨이 집어 던지는 갑질 꼰대 상사가 아니라. 그러나! 주인공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탈주를 계.속. 시도하더라. 그리고 모두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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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이 안 되지. 하루도 고민을 안 한다고? 한 번의 망설임도 없다고? 사직서를 품은 재벌기업의 말년 과장한테 회장님 비서를 시켜주겠다는데, 단 하루의 고민도 없이 바로 회사를 때려치운다고? 게다가 총질을 해대며 끝까지 쫓아와서는 포기하면 눈감아주겠다는데???



개연성은 그런데 그 '하루'에서 나와. 지독히도 운수 좋은 날. 왜 그런 날 있잖아. 신호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계속 파란불로 바뀌는 그런 날. 그런 날이었나 보지 뭐. 총알이 다 피해 가고 지뢰를 밟아도 마침 불발탄이었던 날 말이야. 살면서 그런 날 하루쯤은 있잖아? 그러나 그 개연성은 만들어낸 거야. 영화 초반에 강조된, 수도 없는 시뮬레이션 말이야. 탈주하겠다는 자유의지가 만들어 낸 반복되고 반복된 실패. 수많은 실패 끝에 좀 더 가까워진 지독히 운수 좋은 어떤 멋진 날. 그리고 그것을 진짜로 가능케 한 개연성은, 그 어떤 힘은 아버지의 말씀으로부터 나왔지.



"죽음을 두려워 말고 의미 없는 삶을 두려워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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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헬조선을 탈주하는 이들은 부자들이라며? 부자 탈주 순위 5등이라고. 게다가 전쟁 중인 러시아보다 많고, 앞순위의 인도, 중국과 인구 비례로 따지면 1등에 가까워. 왜 가난한 이들이 아니라 부자들이 '탈한'하는 걸까? 탈북민들은 대부분 가난한 이들이고 이주노동자들도 대부분 어려운 이들인데. (사고 치기 전에야 당 간부가 탈북하는 일은 드물잖아.) 그러나 헬조선에서는 먹고살 만한 이들이 조용히 탈주를 하고,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들은 욕만 처하면서 복지부동하며 바짝 엎드려 있다. 사다리에서 안 떨어질라고. 그렇게 걷어찼다면서 왜 여직 사다리는 멀쩡한 거야? 영끌한 거 맞아? 탈탈 털렸다면서 영끌할 게 아직도 남았어? 아, 인터넷을 끊어 버리면 다 탈주할 텐가? 이 쪼만한 땅에서. 돈 없어 못 떠난다 변명할 거야? 그럼, 탈북민들은 다 뭐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살만한 거겠지. 너무 살만해서 쫓겨날까 봐 물고 뜯고 씹고 즐기는 거 아니겠어. 자살할 용기로 탈주부터 해 보렴. 안 해봤잖아. 돈이 없어 죽겠니. 살 의미가 없어 죽는 거지. 그게 두려운 거야.



의미를 찾아 탈주해야 해. 죽음은 운명이니까. 태어난 운명은 되돌릴 수 없지만 비례해서 공평하게 주어진 죽음은 내 손으로 운명지어야지. 그리고 의미를 찾아 탈주하는 삶을 멈추어선 안 돼. 그건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마땅한 권리이자 의무니까.(저항해 봐야 의무복무기간만 늘어나는 거야.) 의미를 찾아 부모로부터, 국가로부터, 신으로부터, 운명으로부터, 그리고 그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탈북하듯이 탈주해야 해. 그게 인간의 사명이야. 그러면 너는 스스로 부모가 되고, 국가가 되고, 신이 되고, 운명이 되는 거야. 의미 없이 살아가는 인간들을 경멸하는 그 '남의 시선'이 되는 거야. 운명의 노예가 아니라 운명을 선택하는 자가 되는 거야. 그럴 자격을 갖게 되는 거야. 인생에는 너무나 '많은' 운명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다면, 또 태어나서 또 탈주해야지. 앗! 그래서 복지부동하는 거냐? 탈주의 운명을 벗어나려고? 그렇다면 찬사를 보내마. 탈주하다 죽으면 어떡하냐고? 뭘 어떡해. 운명을 극복한 거지. 내 뜻대로 살다 죽은 거잖아. 억울하게 총살당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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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실패할 자유를 찾아 탈주를 한다 했어.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도 실패할 자유를 매일 만끽하고 있었어. 탈주에 실패할 자유. 그리고 또 또 시도했지. 그러니까 주인공은 실패할 자유라도 지키기 위해 탈주를 멈추지 않은 거야. 그리고 또 하고 또 하고 결국 굴러떨어지고 기어서 분계선에 닿았지. 안주와 탈주의 분계선. 그리고 다시 탈주를 준비해. 세계지도를 붙여놓고. 이번 탈주는 여행이야.



그러니
걱정 말고 탈주 하렴.
염려 말고 도망쳐.
탈주의 길엔 마법사가 있으니까.
탈주에 능한 마법사가.
(신호등이 일제히 파란 불로 바뀌는 걸 보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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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탈주 중이라 이만,
휘리릭~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81.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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