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해야하는데...steemCreated with Sketch.

in hive-102798 •  last year  (edited)

라다크에 다녀온지 4개월이 지났다. 오래되었다면 오래되었고 아니면 아닌 기간인데 라다크 관련 세계적 베스트 셀러 오래된 미래인 것처럼 지금 이시간 이자리 라다크에서의 기억이 아주 아련한 미래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젠 어떤 곰파를 다녀왔는지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가기전 꼭 가보야지 했던 곰파들에 대한 꼼꼼한 조사와 의욕이 꽁꽁 숨어버려서 무안할 지경이니... 춘자팀에게서 촉람사르인지 촉삼라르인지 촉람살라인지 이구카스팡인지 이구 창스파인지 쿠사리 먹어가면서 때로는 놀림을 당하면서 여행끝날 때까지도 해깔렸으니 젊은 시절 열정 가득해서 좋아하는 여인의 일거수일투족 단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던 그런 정성스럽고 세심한 마음처럼 라다크 3주의 체류기간의 인연이 그정도도 못돼었나?

여행을 떠나기전 특히 라다크에서 찾은 부처라는 서적을 읽으려고 했지만 이미 절판되었고 인천과 부천지역 도서관에서 구할수도 없었다. 앤드류 하비라는 영국 작가의 여행기인데 이력이 특이하다. 인도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 대학 교수이기도 했는데 동서양 영성전통의 수행 체험에 기반한 깊이있는 교차 영성 저작들로 유명한 작가다. 다녀와서 원서라도 구해 읽어야지 하고 구매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마전 중고 서점에서 절판된 번역서를 구할수 있었다. 단숨에 읽고 나니 가물거렸던 라다크의 기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른다. 작가의 성향과 내가 평소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여 친근하게 느껴졌고 곱씹어야할 내용도 많지만 그중 한꼭지만,

탄트라 불교의 수행방식은 수용의 방식이지요.
 
그것은 살아있는 모든 에너지와 힘, 그 어떤 것도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것들 모두를 이용해서 지혜로 승화시키는 방식이지요. 그래서 그가 살아있는 생명체로 둘러싸여 있는 거예요. 그의 마음은 세상을 꽃으로 만드는 마음이라고 우리들은 말합니다. 또 그의 마음은 아무것도 부정하지 않으며 자신과 세상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조화와 영적인 힘으로 변형시키는 마음이라고 하지요. 이것이 탄트라의 방식입니다. 가장 어려운 방법이지요. 왜냐하면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거기에는 쾌락주의나 세속적 힘의 즐거움에 대한 수많은 유혹이 따르거든요.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해요.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번의 생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놓어버림(방하착)과 받아들임(수용)은 비슷한듯 하지만 명확하게 구별해야 하는데 40여년전 링포체를 보좌하는 라다크 스님의 탄트라 불교에 대한 말씀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분 살아계시다면 어떤 분인지 만나보고 싶다. 요즈음 나는 무작정 놓아버리기보다 먼저 수용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개 보통 글을 읽고 생각하는 것과 마음에 그것을 진지하게 이해하고 실천하기까지 인연이 필요하다. 선한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듯 아는 게 아는 것이 아닌 경우가 세상에 천지삐깔이다.

그런데 남들은 내가 겁나 수용을 잘하는줄 안다. 뭐만 말하면 항상 나 원래 그래 어쩔래라는 그런식의 반골적 왕싸가지 가짜 수용 말투때문이다. 사실 그 반대이다. 이거때문에 직장 선배 뒷목 여러 번 잡게 하였다.

이제 배낭영성 in 라다크로 다시 시작할수 있을 것도 같다.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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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람 촉람 살람 피터님의 배낭영성 in 라다크 연재를 기대(독촉)합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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