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읽은 구루 린포체의 <바르도퇴돌>. 나는 이 가르침이 너무 따뜻하다. 상냥하고 자비롭다.
해탈은 존재의 디폴트다. 어떤 존재는 사는 동안 이루고, 어떤 존재는 죽고 나서 이룬다. 죽음 이후가 오히려 절호의 찬스다. 바르도퇴돌을 읽으면 그렇게 느껴진다. 어떤 존재는 죽고 나서 하루 만에, 어떤 존재는 죽고 나서 일주일 만에, 어떤 존재는 한 달 만에 이룬다. 어떤 존재는 49일 만에 가까스로 이룬다. 절호의 찬스를 활용하지 못한 어떤 존재는 다시 태어나 다음 생에 이룬다. 어떤 존재는 그다음 생을 살고 죽고 나서 이룬다. 죽고 나서 하루 만에, 일주일 만에, 한 달 만에. 어떤 존재는 또 그다음 생에 이룬다. 백 번의 삶과 죽음, 만 번의 삶과 죽음, 이룰 때까지 그것을 영원히 반복한다.
삶은 그 자체로 고통이라고 하던데 이룰 때까지 똑같은 괴로움을 계속 겪어야 한다니 아찔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는 이룰 때까지 계속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뭐랄까... 오히려 안심이 된다. 게다가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극악한 죄인'에게도 말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쁨마저 차오른다. 끝판왕을 못 깨고 죽어도 게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백 번째 게임이든 천 번째 게임이든 어차피 다 까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임이니 지루하지 않다. 매번 짜증 나도 매번 재밌을 것이다. 삶도 기회, 죽음도 기회다. 그 기회가 영원히 주어진다. 결국에는 이룬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두 답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는 뜻이다. 알게 된다.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한 번에 깨닫게 된다.
또한 이것을 항시 독송해서 글 뜻과 문장들을 완전히 숙지토록 하라. 어느 날 죽음이 확실시 될 때, 죽음의 징표들을 정확히 살핀 다음 기력이 충분하면 자신이 읽고, 그것을 사유토록 하라. 만약 그렇지 못하면 도반에게 대신 읽어 주도록 부탁한 뒤, 그것을 명확하게 기억함으로써 추호의 의심도 없이 반드시 해탈하게 된다. 이것은 수행이 필요 없는 법으로, 단지 보는 것만으로 해탈하고, 단지 듣는 것만으로 해탈하고, 단지 읽는 것만으로 해탈하는 심오한 가르침인 것이다.
아무리 극악한 죄인도 비밀의 길로 인도하는 이 심오한 가르침을, 가사 일곱 마리의 사나운 개들에게 쫓기는 극한 상황에서도 글 뜻과 문장들을 잊지 않는다면, 설령 임종 시에 성불하는 가르침을 삼세의 붓다들이 찾아 나설지라도 이 바르도퇴돌보다 더 위대한 법을 구하지 못한다. 이것으로 바르도에서 유정들을 해탈시키는 최고로 심오한 가르침인 바르도퇴돌을 완결한다. 이티!
빠드마 삼바바, <티베트 사자의 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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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반가운 소식이군요. 티베트 사자의 서 동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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