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I LUV yu

어렸을 때 내 꿈은 방주 같은 커다란 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 같이 사는 거. 무법자들, 인도인과 주술사, 다윈과 공주님, 친구와 연인, 친구 같은 가족, 친구의 친구, 친구의 연인, 코끼리 대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고 호수 위에 떠서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해 밤새 이야기했지. 지구 그림자가 달을 집어삼키는 걸 지켜보면서. 발바닥이 녹아 사라질 때까지 춤을 추면서. 에너지가 폭발하고 흔들리는 방주 주변으로 찰랑이는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어.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에게는 '러브 앤 프리'를 건네며 머지않은 미래에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들처럼 살자고 말했지. 지금 생각하니 그건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무척 구체적인 프로포즈에 가까웠고, 나는 우리가 실제로 그렇게 살 수 있으리라 수년간 믿었지만, 그는 나의 방주에서 내려 동심원을 그리는 물결과 함께 저 멀리 사라진 최초의 사람이 되었어. 노는 것은 이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함께 지키고 싶어졌어. 매일 밤 아름답다고 말해왔던 모든 것들을. 러브 앤 프리 말이야. 지키려면 싸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된 이들은 멋쩍은 듯이 뒤통수를 긁으며 뒤돌아 사라졌어. 러브 앤 프리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아낸 이들도 오리발을 단단히 신고 갈 길을 떠났고. 이미 한바탕 전투를 치른 뒤에 다리를 꼬고 드러누워 쉬고 있는 이들은, 에헤이 아서라. 얘들아. 인생 부질없다. 애쓰지 말고 살아라. 참나. 이제 와서 속 편한 소리들 하시네. 우리에겐 지도가 필요해. 그리고 어드벤처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주문을 외고, 말을 타고, 활을 쏘고, 폭탄을 만들자. 사랑이니 자유니 모험이니, 검은 재가 소복이 쌓인 나의 마음에 밭을 일궈 심은 단어들, 이 솜사탕 같은 단어들에서는 그래서 피 냄새가 난다니까. 방주 위에서 시끌벅적한 일이 일어날수록 물결은 더 거세졌어. 어떤 이들은 잠든 사이 자기도 모르게 떠밀려 가고, 어떤 이들은 이때다 싶어 구명보트를 내렸어. 그러니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나란 말이지? 좋았어. 크리스탈을 모아 화약을 만들던 친구들은 손톱이 다 까져서 더 이상 못 하겠대. 화가 난 사람들이 자꾸 나타나서 방주에 불을 지르고, 말을 훔쳐 달아나고 있는데. 화가 난 사람들은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들은 말이 없어. 왜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어. 잠깐. 왜 그만두느냐 물으니까. 지키자고 한 그거 정말 우리에게 있느냐고 되물어. 너 진짜 맞냐고 되물어. 어느덧 얼굴을 가리고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친구를 붙잡고 말했지. 눈을 보여줘. 걔는 말없이 웃기만 하는 거야. 말 좀 해 봐. 화가 난 거야? 알 수 없었어. 조난 신고를 받고 도착했다는 이들이 나타났어. '구조대'라고 쓰인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서. 원하는 게 뭐예요? 같이 해요. 돈이에요? 같이 하자니까요? 얼마면 되냐고요. 나는 동지를 찾고 있는 거예요. 답답한 인간. 옜다, 응원이다! 아씨. 깜짝이야. 주인공을 이렇게 막 대하면 어떻게 해요. 도와줘요, 구글리 구글리 구글리. 답답할 땐 틀니 아저씨가 가르쳐준 대로 주문을 읊었지. 옴아훔와즈라구루빠드마씯디훔. 내 주문을 듣고 친구들이 동심원 위로 줄넘기를 하듯 넘어와 방주에 올라탔어. 가자 가자 가자! 화가 난 사람들의 손에 사과를 쥐여줬어. 가자 가자 가자! 구조대원 양반들 같이 가실래요? 그 못생긴 조끼는 여기 벗어 두고요.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주문은 언제나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어. 이유를 알고 싶었고, 예고편을 보고 싶었는데, 이해할 필요가 없는 거야. 주인공이 작가이고 연출이고 감독이었다는 걸 알았으니까. 조력자도 악당도, 친구들도 화가 난 사람들도 이야기 밖에서 저마다 작가이자 연출이고 감독이었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야기의 개연성은 내내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다는 걸 알았으니까. 안과 밖이 뒤집히고, 여기저기 발견되는 단서들, 이 세계는 인연의 프렉탈이었구나. 혼자서는 정지 화면뿐이야. 인간이 상상하는 이야기는 똑같은 레퍼런스의 반복이라니까. 만남과 헤어짐, 인과응보, 정반합, 옛날에 살던 사람들이 다 이야기했던 것들. 이 이야기에 의도 없이 일어난 사건은 없었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모든 의도를 파악할 수 없겠지만, 때때로 알았던 걸 잊고,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겠지만, 나는 이제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되는 거야. 이 이야기의 개연성은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다는 걸. 의심 없이 믿으면 되는 거야. 우리가 만든 이야기는 언제나 활짝 열린 해피엔딩이라는 걸. 작가님 수고하셨어요. 감독님 수고하셨어요. 배우님들 즐거웠어요. I LUV yu I LUV yu I LUV yu!